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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자발적 판매 중단' 닛산은 제2의 폭스바겐 될까, 안될까?

Q50 유로6의 자발적 판매중단 이후 한 달 동안 벌어진 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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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윤지원기자 |  2016.11.07 21:37:46

▲지난 10월 7일, 한국닛산은 인증을 위한 문서의 표기 오류로 인해 Q50 유로6 모델의 판매 중단 조치를 자발적으로 실시했다. (사진=한국닛산)


지난 10월 7일, 한국닛산이 인피니티 Q50 유로6 모델을 대상으로 자발적 판매 중단 조치를 실시했다. 한국닛산은 이 조치가 “해당 차량의 한국 내 인증을 위해 제출된 문서에서 일부 데이터(OBD) 명칭 표기가 부정확한 것을 발견한 데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닛산은 이날 이 사실을 환경부에 전달하고, 독립적인 제3의 기관에 의뢰해 해당 사안에 대해 철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결과에 따른 적절한 조치를 취하고, 또한 규제 당국인 환경부와도 긴밀히 협조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보도가 나가자 환경부는 이 사안과 관련된 설명을 내놓았다. 폭스바겐 인증서류 조작 사건(2016. 8) 이후 국내 모든 수입사(15개 사)의 모든 유로6 디젤 차종(111개 모델)을 대상으로 환경부와 교통환경연구소가 모든 인증서류를 점검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한국닛산이 자발적으로 언급한 Q50 유로6와 Q50 유로5, 캐시카이 유로6 모델 역시 이미 점검 대상에 포함되어 있었다.

특히 환경부는 캐시카이 유로6 모델이 이미 2016년 5월 16일에 환경부로부터 임의설정이 적발되어 인증취소, 판매정지, 과징금부과, 리콜조치 등의 행정조치가 취해졌다는 것을 언급했다. Q50 유로6 역시 인증서류 조작여부가 확인되면 그에 상응하는 행정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의미였다.

이 사안의 핵심은 한국닛산의 인증서류에서 발견된 문제가 단순한 실수에 따른 것인지, 아니면 검찰의 폭스바겐 수사에서 드러난 것처럼 환경부 인증을 통과하기 위해 업체가 의도적으로 서류를 조작한 것인지 여부다. 

캐시카이의 임의설정 적발에 이어, 국내에서 인기가 급상승 중이던 인피니티 브랜드마저 부정한 방법으로 차량을 판매해 왔다는 혐의가 씌워진다면, 닛산이 입을 타격은 적지 않을 것이다. 또한 그 여파는 다른 수입 디젤차에게 더욱 강하게 미칠 것이다. 언론이 미리 주목할 여지가 있는 사안임에 분명했다.


업체의 자발적인 판매 중단
도둑이 제발 저린 격?

우선, 자발적 판매 중단이라는 조치가 수상했다. 한 자동차 전문가는 “업체 측에서 내부적으로 뭔가 잘못됐다고 판단한 방증”이라며 “잘못한 점이 없다면 굳이 차량 판매를 중단할 이유가 없을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이런 것을 두고 도둑이 제 발 저린 모양새라고 하지 않던가.

Q50 유로6 모델의 자발적 판매 중단의 배경이 더욱 석연치 않게 여겨지는 이유는 또 있다. 

지난 5월, 환경부가 캐시카이 유로6 모델의 임의설정 문제로 한국닛산에 행정조치 처분을 결정했을 때, 한국닛산은 이에 반발, 법원에 행정조치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수입차 인증 여부를 결정하는 권한을 가진 환경부와 정면으로 맞서는 강경한 태도를 취한 것이다. 한국 닛산은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을 고용해 소송을 치렀고, 기어코 집행정지 처분을 얻어낸 바 있다. 

이처럼 강경한 자세를 고수했던 한국닛산이 Q50 유로6에 대해서는 먼저 인증 서류의 문제를 스스로 찾아냈고, 또 자발적으로 판매 중지라는 특단의 조치를 취한 것이 너무 다르게 보이기는 한다.

한국닛산의 저 발표 이후 정확히 한 달이 지났지만 새로운 이야기는 아직도 나오지 않고 있다. Q50 유료6의 판매 재개는 물론, 문제가 되었다는 인증 서류의 조사 결과 발표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한국닛산 관계자는 “지난 10월 7일, 해당 인증서류에서 명칭 표기 오류를 발견했다는 발표 이후 아직 새롭게 드러난 사실이 없을 뿐”이라며 “제3의 기관에 객관적인 조사를 의뢰한 상태”라는 사실만 거듭 강조했다. 또한, “한국에서 잘 팔리던 모델의 판매를 자발적으로 중지시키는 조치를 취할 정도로 이 사안을 중대한 것으로 보고 있다”며, 그만큼 신중을 기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입장에 따라서는 닛산의 이런 침묵은 곧 죄를 시인하는 태도로 보일 수도 있다. 결국 지난 25일, 한 매체는 “환경부가 닛산의 인증서류는 조작되었다고 밝혔다”는 보도를 내보냈다. 그러나 환경부에 문의해 본 결과 해당 보도는 오보인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 사안은 닛산과 환경부의 대결 2라운드, 또는 수입차 업계와 정부의 진실게임 3라운드처럼 보이기도 한다. 또한 일부 언론과 호사가들은 한국닛산을 제2의 폭스바겐처럼 바라보고, 이미 마녀사냥에 동참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 그들의 열기와 환경부와 교통환경연구소의 냉정함 사이에는 온도차가 컸다.


팩트 조사가 우선, 의심은 나중이라는 환경부

환경부는 Q50 유로6 모델의 인증서류 임의조작 혐의에 대해서는 일단 중립적인 입장이다. 환경부와 교통환경연구소는 지난 8월부터 진행한 15개 수입사 111개 유로6 차종의 인증서류 검증 조사를 마무리하는 단계이며, 11월 말에 점검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그 과정에서 Q50 유로6 모델의 서류에서 뚜렷한 임의조작 증거가 드러나지 않는 한 환경부가 함부로 혐의를 제기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다. 조사해야 할 서류가 산더미 같으니, 한국닛산의 침묵에 따로 신경을 쓸 여유가 없다는 입장으로 보이기도 했다. 

또한, 교통환경연구소 김정수 소장은 “닛산은 자진신고를 하고, 협조 용의가 있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자체조사 보고가 늦어져도 믿고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해당 업체들에 가장 가혹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혐의 여부를 판단할 기관은 '팩트가 확인되기 전까지는 함부로 의심하지 않는다'는 무죄추정의 원칙을 성실히 따르고 있었다. 

또한, 김 소장은 선진국의 인증 기관장들과 만났던 자리에서 미국의 대표가 했던 말을 들려주었다. 미국 대표는, 미국도 외국에서 수입되는 차에 대해서는 서류만을 검토해서 1차 인증을 내주며, 이후 수시 검사와 결함 확인을 위한 테스트를 통해 인증 유지 또는 취소 여부를 다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인증기관의 의무를 이렇게 요약했다. “신뢰한다. 다만,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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