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 많이 주는 회사가 최고’라는 사회통념이 흔들리고 있다. 돈보다 즐겁게 일할 수 있는 문화를 지닌 기업을 선호하는 경향이 갈수록 두드러지고 있다. 남성 중심의 기업문화를 지닌 건설업종도 예외가 아니었다. (CNB=손강훈 기자)
급여 높은 회사가 최고 ‘옛말’
직원들, 자율적인 풍토 더 선호
수평적 기업문화 중요성 커져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시공능력평가 상위 10대 건설사의 반기보고서를 CNB가 분석한 결과 올해 6월말 기준 근속연수가 가장 긴 건설사는 12.2년의 대우건설로 나타났다.
GS건설이 10.7년으로 2위를 차지했고 대림사업 9.7년, 현대건설·현대산업개발 9.6년, 롯데건설 9.3년, 삼성물산 8.1년, 포스코건설 7.8년, SK건설 7.7년, 현대엔지니어링 6년 순이었다.
특이한 점은 대우건설의 급여가 낮은 편임에도 근속연수는 가장 길었다. 평균 급여가 대우건설보다 500만원 가량 더 많은 현대엔지니어링의 근속연수가 가장 짧았다.
직원 1인당 평균 급여는 대림산업이 4400만원으로 가장 높았고 현대엔지니어링 4300만원, 현대건설·삼성물산 4200만원, GS건설 4100만원, 포스코건설 4000만원, SK건설 3900만원, 대우건설 3800만원, 현대산업개발 3700만원, 롯데건설 3200만원 순이었다.
▲대우건설의 근속연수는 12.2년으로 10대 건설사 중 1위였다. 대우건설 본사 모습. (사진=연합뉴스)
오래 다니고 싶은 ‘대우건설’, 비결은?
대우건설은 자율과 책임을 강조하는 수평적 문화를 이유로 꼽았다. 직급에 의한 명령·지시→엄수 등 딱딱한 분위기는 찾아볼 수 없다는 설명이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CNB와의 통화에서 “직급의 권위를 내세워 업무를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회의나 토론을 통해 개인 의견을 자유롭게 개진하는 분위기가 정착된 것이 근속연수가 긴 비결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현대엔지니어링은 평균 4300만원이란 높은 급여에도 근속연수는 6년에 불과했다. 특히 그간 ‘직장만족도가 높은 기업’으로 언급돼 왔다는 점에서 의아한 결과였다.
소셜미디어 잡플래닛의 기업문화 리포트에 따르면, 현대엔지니어링은 급여와 직원복지 부문에서 좋은 점수를 받아 대기업 중 지난해 직장만족도 1위, 올해 7위를 기록했다.
이를 두고 급여만큼이나 직장 분위기가 중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실제 업계 일부에선 현대엔지니어링을 ‘경직된 위계질서가 강한 기업문화를 갖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문화가 직장을 꾸준히 다니는데 중요한 요인이란 점을 보여주는 또 다른 자료도 존재한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최근 전국 306개 기업을 대상으로 ‘2016년 신입사원 채용 실태 조사’를 한 결과 대기업에 입사한 신입사원의 1년 내 퇴사율은 27.7%에 달했다. 이들 신입사원은 퇴사 이유로 밤늦게까지 이어지는 회식, 이유 없는 야근, 경직된 조직 등 기업문화를 가장 큰 원인으로 꼽았다.
급여나 직원 복지가 좋음에도 경직된 기업문화가 직원들을 떠나게 한다는 분석이 가능한 셈이다.
한편 CNB는 현대엔지니어링에 근속연수와 관련된 얘기를 듣고자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끝내 답을 들을 수 없었다.
(CNB=손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