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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보는 재계 연말 인사 ③] SK그룹, 최태원 회장 “혁신은 패기에서 나온다”

“이대로 가면 서든데스”…‘안정’ 보다 ‘혁신’이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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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16.10.28 11:18:04

▲SK그룹의 올해 연말인사는 작년과 달리 ‘안정’보다 ‘혁신’에 무게가 실릴 전망이다. 지난 12일 계열사 사장단 세미나에서 최태원 회장이 근본적인 변화와 혁신을 주문하고 있다. (그래픽=황수오 기자, 사진=SK제공)

SK그룹의 지난해 연말 인사의 키워드는 ‘안정 속 혁신’이었다. 회사의 허리격인 40대 연령의 승진자가 가장 많았다. 중간 간부의 파격적 승진으로 기존 수뇌부를 젊게 만들었다. 하지만 올해는 ‘안정’보다 ‘혁신’에 무게가 실릴 전망이다. SK 계열사 대부분이 성장 정체에 빠진 상태기 때문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입에서는 ‘서든데스’, ‘워룸’ 같은 단어까지 튀어나오고 있다. 올 연말인사가 제구포신(除舊布新·묵은 것은 없애고 새 것을 펼침)이 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CNB=도기천 기자)

‘워룸’까지 언급한 최태원
연말 인사 신상필벌 예고
성장정체 SK 내년이 고비

최 회장은 지난 6월 ‘2016년 SK그룹 확대경영회의’에서 ‘서든데스(sudden death·돌연사)’를 언급하며 그룹 전반의 혁신을 주문했다. “변화하지 않는 기업은 하루아침에 망할 수 있다”는 의미다.
 
지난 12~14일 열린 최고경영자(CEO) 세미나에서는 ‘워룸(war room)’이란 말까지 나왔다. 워룸은 전시작전지휘부(또는 비상상황실)를 의미한다. 최 회장은 계열사 사장단, 고위임원 등 40여명이 모인 이 자리에서 “회사(계열사)마다 워룸 설치도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작년 연말까지만 해도 이런 정도의 위기감은 느끼기 힘들었다. 최 회장은 오랜 수감생활 끝에 지난해 8월 광복절 특사로 풀려나 경영에 복귀했다. 최 회장이 자리를 비운 동안 SK그룹은 인수합병이나 대규모 투자를 거의 진행하지 못했다. 조직 기강이 느슨해진 틈을 타 내부 구성원 사이에 불협화음까지 돌출됐었다. 

이러다보니 최 회장은 ‘혁신’ 보다는 ‘조직 안정’에 무게를 뒀다. 경영복귀 후 처음 맞는 작년 연말 인사에서 승진임원 중 절반 이상을 40대로 채웠다. ‘70년대 생(生)들의 약진’이었다. 이들 중 일부는 계열사 사장으로 낙점되는 파격을 경험했다. 

신상필벌(信賞必罰)은 거의 없었다. SK하이닉스는 2015년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5%가량 상승했다. SK이노베이션은 1조9803억원 흑자를 달성했다. 반면 SK텔레콤와 SK네트웍스는 전년에 비해 각각 6.4%, 4.1% 가량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계열사별로 희비가 엇갈렸지만 문책 보다는 승진에 방점이 찍혔다. 경영복귀 초반이다 보니 안정을 먼저 생각한 것이다. 

▲최태원 회장의 표정이 1년 전에 비해 확실히 달라졌다. 지난해 10월 SK그룹 CEO 세미나는 부드러운 모습(오른쪽)이었지만, 지난 12일 열린 올해 CEO세미나에서는 시종일관 비장한 표정(왼쪽)이었다. (사진=SK제공)


“더 이상 못 기다려” 맨투맨 독려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180도 변했다. SK 계열사 대부분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성장 정체에 빠졌다. SK이노베이션이 상반기 영업이익이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30%이상 증가해 사상 최고를 달성한 것을 제외하면 나머지 계열사들은 성적표가 초라하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이 작년 동기 대비 68.4%, SK텔레콤은 1.3%, SK네트웍스는 18.1% 감소했다.

특히 그동안 효자노릇을 해온 SK텔레콤은 대수술이 필요한 지경에 이르렀다. CJ헬로비전 인수 무산에 따른 IPTV와 초고속인터넷 분야의 전면적인 전략 수정이 요구되고 있다.

포화상태에 이른 휴대전화 분야도 혁신적인 대책이 갈급하다. 

경쟁사인 KT와 LG유플러스는 ‘사물인터넷(IoT)’을 무기로 휴대전화 시장을 잠식해가고 있다. 도어락, 냉난방, 냉장고, TV 등 다양한 가전 기기들을 모바일로 제어하는 ‘스마트홈’ 시장은 2020년 18조원 대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이동통신사들은 사업 확장에 사활을 걸고 있다. 

KT의 3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작년 동기보다 13.6% 증가한 3899억원, LG유플러스는 4% 증가한 1790억원이다. 하지만 SK텔레콤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영업이익이 13.8%(4228억원)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실적부진의 늪에 빠진 SK하이닉스도 큰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최 회장은 최근 경기도 이천의 하이닉스 본사에서 고위임원 50명을 1 대 1로 면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위기가 깊다.    

계열사들은 각자 혁신안을 마련하느라 온 힘을 쏟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내년에도 성장정체가 계속된다면 더 이상 버티기 힘들다는 게 최 회장의 판단이다. 

따라서 이번 연말인사는 워룸(위기상황실)을 구성하는 인적개편이 될 가능성이 높다. 문책과 포상이 따르는 최태원식 신상필벌이 예고된 상태다. 

워룸이 실질적인 물리적 공간이 될지, 전략 방향을 잘 설정하라는 상징적 의미가 될 지는 결국 연말께 나올 올해 최종실적에 달렸다. 

재계 관계자는 “최 회장이 서든데스를 언급한 만큼 실적이 부진한 계열사는 책임을 져야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며 “지난해 인사가 조직안정과 젊은피 수혈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올해는 적재적소에 인재를 재배치하는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전했다. 

(CNB=도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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