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갤럭시노트7 출시 당시 서울 강남구 T월드강남직영점 앞에 늘어선 고객들. 신제품이 출시될 때마다 이통사들은 제살 깎아먹기식 경쟁을 벌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갤럭시노트7의 단종으로 타격이 예상됐던 이통3사들이 양호한 성적표를 받아 주목된다. 갤노트7 사태로 고객유입이 줄게 돼 실적이 추락할 것이라는 추측과는 달리 매출이 상승세를 탄 것. 이유가 뭘까. (CNB=도기천 기자)
갤노트7 동전의 양면…통신업계 실적 ‘맑음’
“전 국민이 이미 한 개씩 통신사에 가입하고 있는 상황에서 신제품이 나온다고 대리점 영업에 무슨 도움이 되겠나” (KT 대리점주 A씨)
이미 가입자가 포화에 이른 상황에서 ‘조사모사’식 경쟁이 계속되고 있다는 얘기다. 조삼모사(朝三暮四)는 “도토리를 아침에 3개, 저녁에 4개 주겠다”는 주인에게 원숭이들이 반발하자, “아침에 4개, 저녁에 3개”로 바꿨다는 데서 유래된 고사성어다. 이러든 저러든 늘어날 고객(도토리)은 한정돼 있다는 얘기다.
대한민국 인구수는 2012년 이후 현재까지 5100만명 선을 유지하며 정체돼 있다. 지금의 저출산 추세를 감안하면 2020년경부터는 인구가 줄기 시작해 2030년경에는 4800만명 대까지 내려갈 것으로 통계청은 보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올 6월 기준 휴대폰 가입자 수는 지난해보다 1.1% 늘어난 5427만명이다. 2013년 5162만명에서 2014년 5284만명으로 2.3% 증가했고, 지난해에는 5366만명으로 전년보다 1.5% 증가하는데 그쳤다. 6월 기준 우리나라 인구는 5161만명이다. 휴대폰 이용자 수가 인구수보다 많다.
이처럼 인구가 정체된 상황에서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다 보니 신제품이 나왔다고 가입자가 늘기는 힘들다.
실제로 갤노트7이 출시된 지난 8월 19일부터 리콜이 개시된 9월 2일 전날까지 14일간 이통3사의 가입자수 순증(실질 증가수)은 수천여건에 불과했다. 이 기간 갤노트7 국내 구매자가 40여만명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의미를 두기 힘든 수치다.
결국 번호이동을 통한 이통사 간의 고객 뺏기 경쟁만 치열했다는 얘기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이를 “아랫돌 빼서 윗돌 괸 셈”이라고 표현했다.
▲증권사들은 갤노트7의 단종으로 이통사들의 마케팅 비용이 줄어든 점이 수익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사진=연합뉴스)
갤노트7 보급중단, 시장균형에 ‘호재’
이런 상황이다 보니 갤노트7의 보급중단은 되레 이통업계에는 호재로 작용하는 측면이 있다.
갤노트7로 이통사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 천문학적인 마케팅 비용이 소모된다. 단통법 기준을 초과하는 불법지원금과 선물공세 등에도 막대한 비용이 들어간다.
대리점들이 정부가 정한 법적기준(단통법)을 초과해 지원하고 있는 것은 공공연히 알려진 사실이다. 이통사들은 고객유치 수에 따라 대리점에 실적수당을 지급하고 있는데 이 수당의 일부가 선물이나 단말기지원금 등으로 사용되고 있다.
갤노트7의 단종은 이런데 소진되는 엄청난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가 있다. 실제로 이통사들의 성적표를 보면 그렇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들은 3분기(7∼9월) 이동통신 3사의 연결 기준 합계 매출을 12조8145억원으로 예상했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2.8% 증가한 수치다. 영업이익 예상치는 9917억원으로 작년 3분기보다 1.4% 줄긴 했지만 여전히 흑자 기조를 유지했다.
KT는 이동통신 3사 가운데 가장 양호한 실적이 기대된다. KT의 3분기 영업이익은 3899억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13.6%, 매출액은 5조6732억원으로 3.3%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LG유플러스도 영업이익 1790억원, 매출액은 2조8414억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각각 4.0%, 4.6% 증가할 전망이다.
다만 SK텔레콤의 3분기 예상 매출액은 4조2999억원으로 작년 3분기보다 0.9% 증가한 데 그쳤고, 예상 영업이익은 4228억원으로 13.8% 감소했다. 경쟁사보다 휴대전화 가입자가 많다보니 이탈 고객이 늘고 있고, 자회사 SK플래닛의 전자상거래 플랫폼 ‘11번가’가 고전하고 있는데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SK텔레콤의 특별한 사정을 제외하면 나머지 이통사들은 나름 선방한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통사들의 선전 이유로 갤노트7 사태로 번호이동 경쟁이 위축되면서 마케팅 비용이 2조원대 미만으로 내려간 점을 꼽고 있다. 여기다 가정용 사물인터넷(IoT) 사업 호조, IPTV와 초고속인터넷 가입자 증가 등 비무선 부문에서의 성장이 단단히 한몫을 했다.
KB투자증권 정승규 연구원은 “마케팅 비용이 안정화 기조를 유지하는 4분기에는 3사 모두 전년 대비 실적 개선 추이가 뚜렷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지난달 번호이동 건수는 36만6천건으로 1년 5개월 만에 40만 건을 밑돌았다. ‘제살 깎아먹기’식 경쟁이 주춤해졌단 얘기다.
▲휴대폰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이통사들은 사물인터넷(IoT) 분야에 주력하고 있다. LG유플러스 에너지 절감 IoT ‘에너지 미터’. (사진=CNB포토뱅크)
“신제품 의존하던 시대 끝나”
한편 이통사들은 포화 상태인 통신 시장을 벗어나 ‘사물인터넷(IoT)’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사물인터넷은 인터넷을 기반으로 모든 사물을 연결해 사람과 사물, 사물과 사물 간의 정보를 상호 소통하는 지능형 서비스를 이른다.
도어락, 냉난방, 냉장고, TV, 세탁기, 오븐 등 다양한 가전 기기들을 모바일로 제어하는 ‘스마트홈’ 시장은 2020년 18조원 대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까지 이통3사 사물인터넷 가입자 수는 482만6248명으로, 통신사별로 매달 10만여 명씩 증가하는 추세다.
이통업계 관계자는 “삼성·LG전자의 신제품에 의존하던 시대는 끝났다고 보면 된다. 신제품의 보조금을 빌미로 낮은 요금제 고객을 높은 요금제로 바꿀 수 있긴 하지만, 여기에 투입되는 마케팅 비용을 감안하면 가성비(투자 대비 수익)가 맞지 않는 일이다”며 “이통3사 모두 사물인터넷(IoT) 분야를 미래 먹거리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CNB=도기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