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철강 산업 경쟁력 강화방안'을 두고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현대제철에서 생산한 후판 모습. (사진=현대제철)
정부가 공급과잉 상태에 처한 철강산업의 몸집을 줄이겠다고 발표했지만, 시장 반응은 무덤덤한 편이다. 철강업체들은 일부 품목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고 있는 가운데 주식 시장에서는 되레 긍정적인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우려와 기대가 교차하는 이유가 뭘까. (CNB=손강훈 기자)
정부, 철강산업 몸집줄이기 시동
철강업계 “후속 대책 필요” 주장
증권가 “멀리보면 경쟁력에 도움”
지난달 30일 발표된 정부의 철강 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 내용의 핵심은 ‘사업재편’을 통한 ‘고부가가치 신사업 육성’이다.
이와 관련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판재류 등 경쟁우위 품목은 고부가 제품화에 주력하고 후판, 강관 등 수요침체 품목은 자발적 설비 감축을 유도할 계획”이라며 “친환경 공법과 타이타늄, 마그네슘, 알루미늄 등 경량소재 개발에 연구개발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이중 철강업계는 사업재편, 특히 ‘후판’ 관련 구조조정을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후판은 두께 6mm 이상의 두꺼운 철판을 말하는데 선박용이나 건설용 철강재로 주로 쓰인다. 최근 조선업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후판 수요가 감소한데다가 중국 철강사들의 과잉공급으로 국내 철강업체의 후판 경쟁력이 약화되자 구조조정이 필요한 품목으로 꼽혔다.
하지만 일부 철강업계는 후판 시장의 과잉공급 문제는 인정하면서도 그 책임을 국내 업체로만 몰아가고 있다며 아쉬움을 드러내고 있다.
철강업계에 따르면 국내에는 포스코가 4곳, 현대제철이 2곳, 동국제강이 1곳의 후판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 3사가 연간 생산할 수 있는 규모는 1200만톤. 지난해는 982만톤의 후판을 생산했다.
같은 기간 후판 명목소비량은 1032만톤. 국내 생산량으로는 50만톤 가량 부족한 상황이지만 약 277만톤의 후판 수입으로 227만톤이 더 공급됐다.
이에 일부에서 후판 과잉공급의 원인 중 하나가 해외 수입품인 만큼 국내 후판 설비 폐쇄·매각에 앞서 해외 수입품에 대한 대책도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이 같은 후판 관련 사업의 구조조정이 시작될 경우, 자금부담 가중, 신용도 저하 등이 예상된다.
하지만 철강 산업 구조조정에 대한 시장 평가는 나쁘지 않다.
실제 정부가 철강 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한 9월30일 이후에도 큰 변동이 없었다.
전문가들은 이미 철강업체는 중국발 공급과잉이 심화됨에 따라 생산량을 지속적으로 줄이고 있었고 매출액에서 후판이 차지하는 비중도 크지 않기 때문에 당장 부정적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은 후판 최대 생산량의 80%정도만 생산했다. 매출액에서 후판이 차지하는 비중도 10% 안팎이기 때문에 충분히 대응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김민정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방안을 통해 공급 축소가 가속화되면 수급이 더 악화되기보다는 점차 개선될 가능성이 높고 사업 매각이 이뤄진다면 일부 현금흐름이 나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한 선제적 대응의 실패로 현재 큰 고통을 겪고 있는 조선·해운업의 사례도 철강업계의 사업재편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힘을 실리는 상황이다.
전지훈 한국신용평가 수석 연구원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중국 철강 수요 위축 무역 규제 강화로 국내 업체들의 입지가 약화되고 있다”며 “자율적인 구조조정을 통한 수급개선은 철강 산업 회복의 필요조건”이라고 밝혔다.
한편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10일 CNB와 통화에서 “정부의 방안은 일종의 가이드라인으로 각 사가 내부 사정에 맞게 적용해 나갈 것”이라며 “후판의 경우 바로 생산설비 폐쇄·매각 등으로 이어지기보다는 생산량 조정 등 방안이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CNB=손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