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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텔링] 한진해운 떠나고 대한항공·현대상선 살아나나

부실 털어 낸 조양호 회장, 다음 카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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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16.08.31 14:43:47

▲한진해운이 사실상 청산 절차에 들어가면서, 리스크를 털어낸 한진그룹이 육해공 물류사업 재정비에 착수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지난달 서울 서초구 새빛섬에서 열린 미 독립기념일 기념행사에서 행사를 지켜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진해운이 채권단의 신규지원 불가 결정으로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수순에 들어갔지만, 당초 우려와 달리 산업 전반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한진해운 리스크를 털어낸 한진그룹은 (주)한진의 해운사업 분야를 중심으로 이미 재정비에 들어갔고, 경쟁사인 현대상선은 반사이익을 누릴 것으로 전망된다. 한진해운의 북미 항로를 이용하는 삼성전자와 LG전자도 무덤덤한 표정이다. (CNB=도기천 기자) 

현대상선, 한진해운 ‘반사이익’ 기대
리스크 사라진 한진 주가 ‘고공행진’ 
(주)한진, 해운 강화해 물류 재정비  

한진해운 리스크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은 우선 주식시장에서 감지됐다.  

채권단이 한진해운 지원중단을 결정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29일~31일 3일간 한진그룹의 ㈜한진은 4%, 지주회사인 한진칼은 6%, 대한항공은 9% 가량 주가가 올랐다. 한진해운과 함께 해운업계 양대 산맥을 형성하고 있는 현대상선은 같은 기간 무려 30%나 급등했다. 한진해운으로 해상운송에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됐던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주가는 거의 변동이 없었다. 

한진그룹주들이 일제히 상승한 것은 한진해운 지원으로 인해 그룹 전체가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2014년 한진그룹 품에 안긴 한진해운은 그동안 대한항공 등을 통해 이미 1조원이 넘는 자금을 수혈 받았다. 이로 인해 대한항공의 부채비율이 크게 늘었고, 리스크가 실적에 반영되면서 손실액이 커지고 있던 상황이었다. 대한항공은 지난 1분기에 1749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낸 데 이어 2분기에는 2508억원으로 적자폭이 확대됐다. 

이런 상황에서 한진그룹은 터미널 및 사옥 매각, 대한항공 유상증자 등을 통한 5000억원 규모의 자구책을 채권단에 제출한 상태다. 

채권단이 이를 받아들였다면 한진그룹은 더 부실해졌을 가능성이 있다. 세계적인 경기불황과 컨테이너 선사들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글로벌 해운시장의 앞날을 보장받기 힘든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한진해운에 대한 추가 지원을 “밑빠진 독에 물붓기”라고 표현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를 신청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 회사의 컨테이너선 한진로마호가 용선료 체불로 싱가포르 법원에 의해 가압류됐다. 사진은 싱가포르 항구에 정박중인 한진로마호. (사진=마린 트래픽 캡처)


조양호 회장, 신의 한수?

한진그룹이 이미 (주)한진을 통해 해상물류사업의 재정비에 들어간 점도 주주들에게 긍정적인 신호가 됐다. 

(주)한진은 한진해운 지원 명분으로 지난해 5월부터 최근까지 한진해운이 매물로 내놓은 알짜자산들을 사들였다. 평택컨테이너 터미널 지분 59%, 부산해운신항만 지분 50%, 아시아 8개 항로 영업권, 베트남 탄깡까이멥 터미널 법인 지분 21.3% 등 총2351억원 규모다. 한진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은 상표권까지 가져왔다.  

(주)한진은 육상운송과 택배사업이 전체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해운업도 일부(지난해 매출의 4.8%) 하고 있다. 

주로 중국, 일본 등 아시아지역에서 해상운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한진해운으로부터 아시아 일부 항로 영업권, 컨테이너 지분 등을 사들인 만큼 향후 해운업 분야가 크게 확장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해운업계 한 관계자는 CNB에 “(주)한진이 겉으로는 한진해운의 유동성을 지원하기 위해 자산을 매입한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해운사업을 확장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며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채권단 요구에 소극적이었던 것도 이처럼 믿는 구석이 있었기 때문일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된 한진해운의 우량자산을 현대상선이 인수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31일 해양수산부에서 열린 한진해운 관련 비상대책회의에 참석한 현대상선 관계자(왼쪽). (사진=연합뉴스)


현대상선, 제2도약 초읽기

한진해운의 추락으로 우리나라 유일의 국적선사가 된 현대상선도 경영정상화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현대상선은 최근 용선료 조정, 현대그룹의 현대증권 매각,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사재출연 등으로 1조원이 넘는 유동성을 확보했다. 

여기다 채권은행과 사채권자들의 출자전환(부채를 주식으로 전환)을 통해 한때 5000%가 넘던 부채비율을 400%대까지 내렸다. 현대상선을 이끌 최고경영자(CEO) 인선도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반면 한진해운은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국제 해운동맹에서 퇴출당해 원양선사로서의 역할을 하기가 불가능해진다. 해운업 특성상 법정관리는 곧 청산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 정설이다. 상대적으로 현대상선은 상당한 반사이익을 얻게 된다.

더구나 현대상선은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지분 14.15%를 확보해 사실상 경영권을 가져간 상태라,  의사결정 구조가 단순하고 자금 투입이 용이한 편이다. 

이런 점에서 현대상선이 청산 절차에 들어가면, 현대상선이 한진해운의 우량자산을 인수하는 식으로 해운업 재편이 일어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항로운항권과 항만터미널 지분, 핵심 인력 등을 외국 선사에 넘기지 않고 현대상선이 매입해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이다. 이런 기대감에 현대상선 주가는 연일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하지만 한진해운이 사라지면 물류대란과 대량실직 등 산업 전반에 타격을 줄 것이라는 우려도 여전하다. 

해운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북미 항로를 이용하는 회사 중 삼성전자는 45.5%, LG전자는 23.5%의 물량을 한진해운을 통해 운송했다. 현대상선만으로는 한진해운의 빈자리를 채우기 어려운 상태다. 

한국선주협회는 한진해운이 청산되면 환적화물 감소, 운임 폭등 등으로 연간 17조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의 주요 영업 항로가 겹쳐 시너지 효과가 떨어지는 데다 한진해운에 매각할 만한 우량자산이 이미 거의 남아 있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한 채권은행 관계자는 “(한진해운 청산으로) 기업들이 한동안 힘든 상황에 처하겠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해운업의 경쟁력과 재무구조가 크게 향상될 수 있는 기회”라며 “시장에서도 이런 기대감이 미리 반영돼 관련기업들의 주가가 오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CNB=도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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