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매직’이 동양그룹에서 떨어져 나와 새 주인인 사모펀드 NH-글랜우드 프라이빗에쿼티(PE)컨소시엄과 함께한지 2년 만에 인수합병 시장의 대어로 등장했다. 특히 현대백화점, SK네트웍스, CJ그룹 등 국내 내로라하는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국 가전업체까지 동양매직 인수전에 출사표를 던져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CNB=김유림 기자)
동양매직, M&A시장 ‘핫이슈’
정수기·비데 렌탈 ‘고속성장’
재계, 곳간에 쌓인 돈 ‘만지작’
동양매직이 인수합병(M&A) 시장에 ‘핫딜’로 등장했다. 매각 대상은 NH-글랜우드PE가 보유하고 있는 지분 100%다.
앞서 2014년 동양매직은 동양그룹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M&A시장에 매물로 나온 바 있다. 당시 인수전에는 NH-글랜우드PE, 현대홈쇼핑-기업은행 PE-아주IB, 나이스그룹, KG그룹, SFA, 쿠쿠 홈시스-KTB PE, 한앤컴퍼니, 이스트브릿지 등 8개 후보가 치열한 경합을 벌였고, 그해 7월 NH-글랜우드PE가 약 2800억원에 인수했다.
그로부터 2년 동안 NH-글랜우드PE는 인위적인 구조조정 없이 안정적으로 동양매직을 이끌었고 실적 개선에 성공한 뒤 재매각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글로벌 사모펀드의 특성상 직접 경영 보다는 매각을 통한 차익을 노린 것이다.
현재 NH-글랜우드PE가 실시한 동양매직의 예비입찰에는 국내외 기업과 사모펀드 등 총 10여 곳이 참여했으며, 이 중 현대백화점그룹과 SK네트웍스, CJ그룹, AJ네트웍스, 유니드가 입찰적격후보(쇼트리스트)로 선정됐다.
NH-글랜우드PE는 입찰적격후보를 대상으로 약 5주간의 실사 과정을 거친 뒤 추석 이후인 9월 중순쯤 본계약을 체결할 계획이다.
다시 매물로 나온 동양매직은 인수 경쟁이 예전보다 더 치열해졌으며, 일각에서는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이재현 CJ그룹 회장 등 대기업 총수들의 대결구도로까지 보고 있다.
이처럼 내로라하는 대기업들이 동양매직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뭘까?
최근 정수기에서 침대까지 생활 가전의 렌탈 비중이 커지면서 동양매직의 향후 성장 기대감이 높다고 분석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렌탈 시장 규모는 2011년 10조6000억원에서 2015년 16조9000억원으로 무려 60%나 고속 성장했다. ‘소유’보다는 ‘대여’가 소비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동양매직은 정수기와 비데 등 생활가전 제조·판매와 렌탈사업을 동시에 하고 있으며, 최근 렌탈 계정이 가파르게 증가해 100만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또 새 주인을 만난 후 실적도 크게 개선됐다. 2014년 10억원에 불과했던 순이익은 1년 만에 176억원, 1660% 고속 성장했으며, 매출액 역시 전년 대비 10% 증가했다.
이처럼 렌탈사업을 통해 안정적인 성장과 매출 상승을 보이고 있는 동양매직은 포화 지경에 이른 내수시장에서 새로운 먹거리를 끊임없이 찾고 있는 대기업들에게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렌탈업을 준비하고 있는 대기업이 동양매직을 인수한다면 사업영역 다각화와 함께 연구개발비나 브랜드광고료 등 큰돈을 들이지 않고 시장에 안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이미 렌탈 시장에 진출한 기업은 사업범위 확장뿐만 아니라 시장 내에서 독보적인 입지에 오를 수 있다.
특히 국내 사업 위주인 렌탈업은 글로벌 경기 영향을 적게 받아 안정적인 현금창출이 가능하다.
또 올해 M&A 시장 대어로 꼽혔던 코웨이가 최근 1급 발암물질인 니켈 검출 사태로 정부의 조사를 받고 있는 상황도 이번 동양매직 인수전 흥행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앞서 지난 7월 정수기 업체 1위인 코웨이는 2014년 4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소비자들에게 유통한 얼음정수기 3종에서 니켈이 검출된 사실이 밝혀졌다. 특히 코웨이는 1년 전부터 이러한 문제를 내부적으로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은폐해왔던 정황까지 드러나 소비자들의 공분을 샀다.
여기에다 3조원대로 추정되는 코웨이의 매각가격은 5000억원 규모로 추정되고 있는 동양매직의 매각가에 비해 인수자 입장에서는 부담이 훨씬 덜할 수밖에 없다. 조 단위의 덩치 큰 매물을 소화할 수 있는 인수자는 제한적이다.
‘승자의 저주’ 올까 부담
하지만 동양매직 인수전이 과열돼 터무니없이 매각예상가가 오를 가능성 등은 매각에 부담을 줄 수도 있다.
동양매직의 본입찰 자격은 국내 기업으로 제한돼 있다. 이 때문에 국내 대기업들의 불꽃 튀는 경쟁으로 인해 업계에서 추정하고 있는 매각가인 5000억원 보다 몇 배로 뛰어오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무리하게 인수했다가 ‘승자의 저주’라는 평을 듣고 있는 기업이 실제로 여럿 있다.
지난해 초 M&A 시장을 뜨겁게 달군 KT렌탈(현 롯데렌탈)은 당초 매각가로 7000억원 수준이 거론됐다. 그러나 SK네트웍스와 한국타이어, 롯데, 효성 등 국내 대기업들이 인수전에 대거 참여해 불꽃 튀는 경쟁을 벌였고, 결국 롯데가 1조200억원에 인수했다.
당시 시장에서는 롯데를 두고 과감한 베팅으로 승리를 거머쥐기는 했지만 지나친 고가 인수로 인해 ‘승자의 저주’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현대차그룹 역시 2014년 9월 서울 삼성동 한전 부지 입찰에서 삼성전자와 경쟁을 벌이다 10조5500억원을 제출해 시장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이는 삼성전자가 제출한 5조원대 보다 두 배 가까이 높은 금액이며, 감정가인 3조3346억원에 비해 세 배 이상 비싸게 구입한 셈이다.
IB업계 관계자는 “KT렌탈 인수전에서 KT는 시장에서 예상한 가격인 7000억원보다 훨씬 높은 1조원을 원했으며, 매각가를 높이기 위해 본입찰을 두 번이나 진행하는 무리수를 두기도 했다”며 “이 때문에 일부 인수 후보자들이 반발하며 이탈하는 일까지 벌어졌고, 아무도 롯데그룹이 1조원이 넘는 금액을 써낼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이번 동양매직 인수전 역시 쇼트리스트에 들어간 5곳 모두 자금력이 뛰어난 대기업인 만큼 매각가가 크게 치솟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CNB=김유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