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사드 배치 결정을 내린 가운데, 중국 정부가 경제적 보복을 가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유커(중국인 여행객)의 매출 의존도가 80%이상 차지하고 있는 면세점 업계는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돼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CNB=김유림 기자)
‘메르스’ 지나니 ‘사드’…면세점 ‘울상’
반한 정서 불매운동 이어질라 ‘촉각’
유커들 하나같이 “한국 위험한 나라”
지난달 초 한국과 미국의 한반도 사드 배치 결정에 면세점 업계는 좌불안석이다. 미국과 대립각을 세워 온 중국이 사드 배치 발표 이후 한국을 겨냥한 비난을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일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는 “최근 몇 년간 한중 양국 관계의 발전은 매우 우호적이고 깊어졌으며, 자유무역 협정의 경제적 결실이 명확히 나타나고 있다”고 전제한 뒤, “하지만 이번 한반도 사드 배치 결정으로 인해 한국의 정치, 경제, 안전, 환경, 사회 등 모두 위험에 처할 것이며, 한국 국민들이 이를 떠안아야 한다. 이런 상황을 한국 정부는 책임질 수 있느냐”며 경제적·군사적 보복을 시사했다.
현재 국내 면세점은 유커가 먹여 살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 상반기 서울시내면세점 전체 매출 중 약 80%가 유커에서 나왔다. 롯데, 신세계, 두산 등은 전국에 총 49개의 면세점을 운영 중이다.
실례로 지난해 면세점 시장은 메르스 공포가 확산되며 중국인들의 발길이 끊기자 휘청거렸다. 지난해 6월 면세점 판매액은 전년 동기 대비 21.8%나 줄었고, 7월(-28.6%)과 8월(-15.9%) 역시 큰 폭으로 하락했다.
신규면세점들에게는 더욱 악몽 같은 기간이었다. 지난해 서울시내면세점을 오픈한 호텔신라, 한화갤러리아, 현대산업개발, 하나투어는 시장 기대에 못 미치는 매출을 기록했고, 주가가 1년 사이에 큰 폭으로 하락했다. 특히 중소기업 몫으로 면세사업자에 선정된 하나투어는 지난해 7월 16만원 대였던 주가가 1년 만에 절반 이상 폭락해 7만원 대를 유지하고 있다.
가뜩이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신규면세점들은 이번 사드 배치 악재까지 겹치면서 당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하나투어(SM면세점) 관계자는 CNB에 “지난해 면세점 운영의 기대감으로 주가가 강세였지만, 현재는 영업 부진, 사드 등이 반영돼 하락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사드 사태로 인해 장기적으로 자사가 계획하고 있는 중국 관련 홍보 프로젝트가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신세계면세점과 갤러리아면세점63 측은 “여행은 이미 1~2개월 전부터 예약되기 때문에 중국인 관광객이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사드배치로 인해 언제 중국 정부가 여행 제재를 가할지 몰라 동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불안한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미 중국의 경제적 제재가 시작됐다고 보고 있다. 한 중국 전문 여행사 대표는 CNB에 “이미 중국 당국이 한류에 대한 제재를 시작했다고 들었다. 곧 한국 비자 발급을 규제하는 정책을 단행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어, 관련 업계가 전반적으로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3일 중국 당국이 한국인의 상용비자 업무를 독점적으로 대행하던 자국 여행업체의 자격을 취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지난달 27일 대구에서 개막한 ‘2016 대구치맥페스티벌’에 참가하기로 돼 있던 500여명의 유커들이 한반도 사드 배치 결정 이후 무더기로 취소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 때문에 대구시가 올해 처음으로 도입한 ‘치맥관광열차’의 운행까지 취소됐다.
한국을 찾은 유커들도 한국은 더 이상 안전한 곳이 아니라고 인식하고 있었다.
CNB가 외국관광객이 많이 찾는 서울 연남동, 홍익대 일대에서 4일 오후 만난 중국인들은 하나같이 혐한(嫌韓) 정서와 불안감을 전했다.
장모(38·남)씨는 “사드는 중국의 이익에 반하는 것이며, 한국은 예전보다 안전한 곳이 아닌 거 같다”고 말했다. 손모(21·여)씨 역시 “사드 때문에 한국에 여행오기 불안했다. 하지만 호텔과 비행기 위약금 때문에 왔다”고 말했다.
모모(52·남)씨는 “남중국해 판결 때문에 모든 중국인들이 화가 난 상태다. 이번에 사드 역시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한국을 이용하는 것 아니냐”며 불쾌함을 드러냈다.
이처럼 중국인들 사이에 혐한 기류가 퍼지고 있는 상황에서 만약 중국 내에서 ‘사드 반대’ 반한(反韓) 시위가 일어나기라도 한다면, 면세점 업계의 앞날은 더욱 불투명해 질 것으로 관측된다.
실례로 지난 2012년 중국과 일본이 조어도(釣魚島) 분쟁을 벌였을 당시, 일본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이 60% 이상 감소했다.
당시 중국에 진출한 일본 제품의 불매운동이 일어났으며, 전국 각지에서 대규모의 반일 시위가 벌어졌다. 시민들이 길거리에 세워진 토요타 자동차를 부수고, 일본 기업의 영업점들을 물리적으로 공격했다. 일본의 대표적인 의류브랜드 유니클로는 매장 입구에 “댜오위다오(조어도의 중국어 표기)는 중국 고유의 영토임을 지지 합니다”라는 팻말까지 내걸어야 했다.
당시 시위에 참여했다는 한 중국인은 4일 CNB에 “반일 시위가 벌어졌을 당시 중국 정부에서 회사에 3~4명 정도 시위에 참석시키라는 공문이 내려왔다. 중국은 집회자체가 불법인 공산주의 국가다. 중국 내에서 공안의 제재가 없는 집단 시위가 벌어졌다는 것 자체가 정부가 동의한 거나 마찬가지다. 이번에 만약 반한 시위가 일어난다면, 길거리에서 삼성 휴대폰과 현대차를 부수는 광경을 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CNB=김유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