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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상암롯데쇼핑몰 “제발 입점해줘” 주민들 돌아선 ‘내막’

‘주민 vs 골목상인’ 갈등 고조…서울시 ‘속수무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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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16.07.22 14:55:58

▲상암 디지털미디어시티(DMC) 롯데복합쇼핑몰 건립을 두고 골목 상인들과 주민들 간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22일 인근 아파트단지에 쇼핑몰 입점 찬성(왼쪽), 망원시장에 입점 반대 현수막이 각각 걸려있다. (사진=도기천 기자)

한강 이북에서 최대 규모로 건립될 예정인 서울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DMC) 롯데복합쇼핑몰(이하 상암쇼핑몰)의 입점을 두고 주민들 간 갈등이 커지고 있다. 쇼핑몰의 조속한 건립을 바라는 상암·성산동 일대 주민들과 골목상권 침해를 우려하는 지역상인들이 찬반 양론으로 나뉘어 대립하고 있다. 3년 넘게 해법을 찾지 못하면서 롯데가 사업을 철회하고 그간의 손실을 서울시에 배상청구 할 것이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CNB가 단독입수한 쇼핑몰 관련 자료를 토대로 해당지역 시·구의원, 주민단체, 상인들을 만나 목소리를 들었다. (CNB=도기천 기자)

롯데, 쇼핑몰 1개동 복지시설 내놓을 판
반쪽짜리 되느니 차라리 사업철회 고민 
조급해진 주민들, ‘입점 찬성’ 서명운동 

“쇼핑몰이 오픈 되면 골목 밥집들은 푸드코트에, 재래시장과 동네슈퍼는 각종 판매시설에 밀려날 수 밖에 없다. 건립 허가에 앞서 품목제한, 의무휴업일 지정 등 현실적인 대안이 마련돼야 한다” (서정래 망원시장 상인회장)

“하루속히 쇼핑몰이 들어와야 한다는 게 대부분 주민들의 바램이다. 서울시가 주민들 의견을 무시하고 일부 상인단체들에게 휘둘리고 있다. 애초 약속대로 진행해야 한다” (김병식 상암동아파트단지연합회 회장)

상암쇼핑몰은 2013년 4월 롯데가 서울시로부터 상암동 DMC 내 3개 블록 2만600㎡(약 6245평)를 1972억원에 사들인 이후 한발 짝도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롯데가 서울시에 제출한 ‘특별계획구역(I3·I4·I5) 세부개발계획 결정(안)’에 따르면, 쇼핑몰의 영업면적이 23만1611m²(약7만200평)에 이른다. 한강 이북에서 가장 큰 규모다.   

애초 롯데는 이 부지에 총 5000억원을 들여 마트, 백화점, 공연장, 롯데시네마, 패스트푸드, 업무시설 등을 지을 예정이었다. 

하지만 지역 상인들의 반발에 부딪혀 이미 롯데마트 입점은 포기한 상태다. 또 쇼핑몰 부지와 맞붙어 있는 DMC통합역사(경의선·공항철도·6호선)의 지하 통행로를 대폭 확장해 인근 성산동 주민들의 접근성을 높일 예정이었지만 특혜 논란이 일면서 백지화 했다. 

지역 상인들이 반대하는 이유는 쇼핑몰과 기존 상권이 겹치기 때문이다. 쇼핑몰이 들어서면 100~300미터 거리에 위치한 상암동 상점가 100여곳은 물론, 5km 반경 내에 있는 8500여개의 상점과 재래시장, 중소상인들이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마포농수산물시장, 마포구 망원시장, 은평구 증산종합시장, 은평구 수일시장 등은 롯데쇼핑몰과 직선거리 1km 이내에 있다. 상인단체들은 ‘롯데쇼핑몰 입점 반대 비상대책위원회’를 결성해 수년간 반대 운동을 벌이고 있으며, 전국유통상인연합회, 참여연대 등 전국 규모 단체들이 힘을 보태고 있다. 

상암동 상인회 정광욱 총무(55)는 21일 CNB와 만나 “롯데가 다양한 판매점들을 입점 시킬 경우, 동네슈퍼·옷가게·식당 등 동네상권이 하루아침에 무너질 수 있다”며 “다들 롯데쇼핑몰과 업종이 겹치지 않을까 노심초사 하고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미디어시티(DMC) 롯데복합쇼핑몰 예정부지(오른쪽)의 22일 모습. 맞은편 아파트 단지(왼쪽)를 비롯, 인근 아파트 주민들은 조속한 건립을 촉구하는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사진=도기천 기자)


첫삽도 못뜨고 3년 넘게 제자리 “왜”   

양측의 갈등이 접점을 찾지 못하자 서울시는 상생협약을 중재하기 위해 지난해 8월 ‘마포구 지역상생발전을 위한 TF팀’을 발족했다.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은 대기업 유통업체가 들어서려면 해당 지역(반경 1km 이내) 상인회와 상생협약(지역협력계획서)을 맺도록 하고 있다. 

TF팀은 상권영향평가를 통해 롯데와 지역상인 간의 갈등을 중재하고 합의를 도출해 내는 역할을 맡았다. 지금까지 10여 차례 회의를 여는 등 갈등 해소에 나섰다. 통상 상생협약이 준공 후 사업허가 단계에서 이뤄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획기적인 시도였다. 

특히 서울시는 지난 2월 ‘경제민주화 특별시’를 선언하면서 대형마트·복합쇼핑몰을 지으려는 사업자는 지자체에 건축허가를 받기 전 기존 상인들과 상생 방안을 합의토록 했다. 건축허가가 난 뒤에는 사업주가 상생협약에 적극적이지 않은 경우가 많다는 점을 고려해 아예 착공 전에 상생을 이루겠다는 것.  

하지만 이로 인해 롯데는 크게 불리한 처지가 됐다. 지역상권과 합의하지 못하면 건축심의조차 통과하기 힘들게 됐기 때문이다.  

상인들은 이런 분위기를 타고 롯데 측에 쇼핑몰 3개동 중 1개동은 ‘비판매시설’로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서울시가 롯데에 매각한 부지의 용도는 ‘판매시설, 업무시설, 제1·2종 근린생활시설, 관광숙박시설, 의료시설, 위락시설, 공연·전시장 등 문화시설’이다.  

시로부터 3개 필지를 불하받은 롯데는 2014년 각각의 필지에 쇼핑몰 3개동을 지어 구름다리로 연결하는 설계안을 시에 제출했고, 시와 마포구는 조건부로 롯데의 제안을 수용했었다. 

시는 최근 상인들의 요구를 롯데 측에 제안했지만, 롯데는 당초 계획했던 쇼핑몰 위상에 어긋난다며 거부했다. 대신 전체 시설의 3분의 1가량을 비상업 용도로 사용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21일 CNB에 “쇼핑몰이 3개동에서 2개로 줄어드는 것은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든 요구다. 대신 상당 부분을 문화시설 등 주민편익 공간으로 확충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CNB가 단독입수한 상암DMC 롯데복합쇼핑몰 구상도. 롯데는 3개 필지에 총 3개동, 영업면적 23만1611m²(약7만200평)의 한강 이북에서 가장 큰 규모로 쇼핑몰을 지을 계획이다. 지역상인회는 3개동 중 1개동은 비상업시설로 해달라고 요구했지만 롯데는 이를 거부한 상태다. (출처=서울시 특별계획구역(I3·I4·I5) 세부개발계획 결정(안))


박원순표 경제민주화 시범케이스 ‘롯데’ 

일각에서는 상생협약이 더 지연될 경우, 롯데가 사업을 접을 수도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쇼핑몰 건립이 지연되면서 막대한 이자비용을 부담하고 있는데다, 최근 롯데그룹 비리의혹 수사로 사회적 여론마저 좋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쇼핑몰 예정지인 상암동은 과거 ‘홈플러스 입점 반대 투쟁’이 벌어졌던 합정동과 인접해 있다. 

홈플러스는 2013년 합정동에 대형마트와 SSM의 건립을 시도했는데, 지역 상인들이 전국적으로 여론화하며 맞섰다. 결국 SSM은 폐점됐고, 마트는 인근 상인회에 30억원 출연과 재래시장 취급품목을 취급하지 않는 조건으로 가까스로 문을 열었다. 당시 투쟁을 주도했던 망원시장 상인회가 이번 상암쇼핑몰 입점반대운동을 주도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롯데 측은 서울시를 상대로 토지 매매계약 해제를 위한 법적 소송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당초 토지계약 때 ‘3년 이내 착공, 6년 이내 완공’ 조건이 있는데다, 시의 귀책사유로 건축이 불가능해진 경우 본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기 때문이다.

롯데 사정에 밝은 재계 관계자는 “상암쇼핑몰이 박원순표 경제민주화의 1호 케이스가 된 터라 롯데가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롯데복합쇼핑몰 예정부지와 마주보고 있는 상암동 먹자골목의 22일 오전 모습. 약 100여 곳이 성업 중인데, 향후 롯데쇼핑몰이 들어서게 되면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도기천 기자)


롯데 여론전에 서울시 “상생이 우선”

하염없이 시일이 지체되면서 주민들 간의 찬반 갈등도 커지고 있다. 인근 상암월드컵파크, 휴먼시아, 시영아파트 단지들을 중심으로 ‘쇼핑몰 입점 추진 대책위’가 구성돼 지역상인 중심의 ‘입점 반대 비대위’와 맞서고 있다. 이들은 각각 찬성·반대서명을 서울시에 제출한 상태다. 

입점 추진 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백남환 마포구의원은 CNB에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 일자리 창출 등 상암DMC의 활성화를 위해 쇼핑몰은 조속히 건립돼야 한다”며 “서울시가 협상테이블에 주민대표들을 참석시켜 우리가 무엇을 원하는지 들어달라”고 강조했다.  

오경환 서울시의원은 “지역발전 차원에서 쇼핑몰이 들어오는 게 맞지만, 어떻게든 지역상권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합의를 이끌겠다”고 밝혔다. 

반면 망원시장상인회 사무총장 출신인 김진철 서울시의원은 CNB에 “롯데가 뒤에서 주민들을 이용해 여론전을 펴고 있다”며 “소상공인들의 생존권과 직결되는 사안인 만큼 롯데가 과한 욕심을 버리고 통 큰 자세로 상인들의 요구안을 수용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상암DMC 롯데복합쇼핑몰 예정부지 전경. (사진=CNB포토뱅크)


서울시가 상인회와 롯데 간의 상생 합의에만 치중하다보니 정작 주민들은 뒷전이 됐다는 지적도 있다. 

최은하(45) 상암월드컵파크 10단지 입주자대표회장은 CNB와 만나 “대기업과 골목상권의 대립에 묻혀 쇼핑몰로 인해 예상되는 가장 중요한 문제인 교통체증에 대해서는 시가 소홀히 생각하고 있다”며 “쇼핑몰이 생겨 집값이 오르는 것도 좋지만 환경이 훼손되지 않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22일 CNB에 “롯데와 재래상인, 주민들 간의 이해관계가 얽혀 교착상태인 상황이지만 입장차를 좁히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롯데로서는 다소 억울할 수도 있겠지만, 소상공인들 생존권이 달린 일인 만큼 건축허가보다 상생합의가 우선이라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CNB=도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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