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중공업이 '비용절감과 경쟁력 확보'를 이유로 설비지원 전문 자회사를 설립·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현대중공업이 비핵심자산 매각, 창사 이래 최대 규모 구조조정 등 위기 극복을 위해 ‘몸집 줄이기’에 나선 가운데 설비지원 전문 자회사를 창설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 의문을 자아낸다. 채권단에 자구계획안을 제출한 만큼 최대한 ‘다이어트’를 해야 하는 시기에 오히려 ‘자회사’를 늘리려는 이유는 뭘까. (CNB=손강훈 기자)
자회사 설립해 노사 모두 ‘윈윈’
아웃소싱으로 파업 우려 원천봉쇄
현대重 노조 “신종 노조탄압” 반발
김종훈 울산 동구 국회의원(무소속)과 현대중공업 노동조합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정규직 근로자 994명을 분사하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지난 9일 노조에 전달했다. 보전, 동력, 장비, 시설공사 등 설비지원 업무를 담당하는 근로자 전원이 분사 대상에 포함됐다.
현대중공업은 직원고령화와 고임금 구조로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설비지원 전문 자회사를 설립·운영해 이들을 관리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지난 9~10일 임직원을 대상으로 분사 설명회를 개최했으며, 현재 개인별 동의서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파견법에 따르면 파견근로자는 ‘파견사업주가 근로자를 고용한 후 그 고용관계를 유지하면서 근로자파견계약의 내용에 따라 사용사업주의 지휘·명령을 받아 사용사업주를 위한 근로에 종사하는 것’으로 정의한다.
쉽게 말하면 근로자가 고용된 회사와 일하는 회사가 다르다는 것. 현대중공업이 파견사업체 A를 자회사로 설립한 후 A회사에 속한 근로자를 파견직으로 고용하겠다는 뜻이다.
자회사 직원은 현대중공업과 노조의 단체협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인건비와 복지비용을 절감할 수 있으며, 파업 등 노조의 단체행동으로 인한 손실을 원천적으로 방지할 수 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17일 CNB에 “(새로 설립되는) 자회사의 직원은 현대중공업으로부터의 안정적인 물량 수주로 재무구조가 튼튼한 회사가 되며, 현대중공업은 비용을 줄일 수 있어 노사 모두 윈윈 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현대중공업의 자회사 설립은 오히려 몸집 줄이기의 ‘신호탄’으로 분석되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15일 중앙집회에서 노조 임원들의 삭발식을 진행하며 설비지원 부문 분사 반대 목소릴 분명히 했다. (사진=연합뉴스)
노조 “분사 반대” 파업 예고
하지만 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회사가 노조와 아무런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분사를 추진하고 있다는 것. 단체협약에 따르면 회사가 사업의 전부 또는 일부를 분할(분사), 양도, 합병하고자 할 때는 40일 전에 조합에 통보한다고 명시돼 있는데 이것을 어겼다는 주장이다.
특히 기존의 정직원이 사실상 하청업체 직원으로 전락하기 때문에 임금과 복지수준, 고용 안정성 등이 크게 하락할 것을 우려했다.
결국 노조는 지난 15일 현대중공업 본사에서 열린 중앙집회에서 설비지원 부문 분사계획에 결사반대하며 강력투쟁으로 맞선다는 방침을 세웠다. 또한 17일 임시대의원대회를 열어 노동쟁의(파업) 발의를 결의할 예정이다. 이번 파업이 이뤄지게 된다면 현대중공업 노조는 3년 연속 파업을 실시하게 된다.
이 같은 상황에 조선업계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업계 전체가 존망에 기로에 놓인 상황에서 노조의 파업 움직임이 악재로 작용할 것이란 지적이다. 특히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조선 3사 모두 파업 예고를 하면서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이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도 커지고 있다.
조선업과 함께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는 현대상선과 한진해운 등 해운업계에도 이런 분위기가 좋을 리 없다.
특별고용지원업종은 고용사정이 급격히 악화할 우려가 있는 업종에 한해 고용안정프로그램을 집중 지원하는 정부의 고용안정 대책이다.
실제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16일 조찬간담회에서 “기업구조조정의 가장 중요한 철칙은 고통분담”이라며 “채권자, 주주, 노조가 기업을 살리자는 한마음으로 손실 분담에 합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임 위원장은 조찬간담회 직후 ‘현대중공업 노조가 파업을 할 경우 어떻게 하겠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런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며 반대 목소리를 분명히 했다.
조선업의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은 임 위원장이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당정협의회에서 적극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었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파업은 지금 현재 상황을 더욱 나쁘게 만들 뿐”이라며 “노사가 서로 대화와 타협을 통해 이 상황을 슬기롭게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CNB=손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