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종대교 아래 운염마을의 지난 14일 모습. 해수부의 ‘영종도 드림아일랜드 개발 사업’이 섬 전체로 확대되면서 전봇대를 설치하지 못해 전기 공급이 6년째 지연되고 있다. (사진=도기천 기자)
해양수산부가 2조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해 매머드급 해양관광단지를 조성하는 ‘영종도 드림아일랜드’ 사업의 영향으로 한 빌라 단지의 전기 공급이 지연되면서 수년째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특히 이 단지는 바닷가에 인접해 있어 오·폐수를 정화 처리해서 바다로 방출해야 함에도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폐수처리시설을 가동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전력공사와 해양수산부, 지자체가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사이에 마을은 수년째 암흑천지가 되었고 생활폐수는 그대로 바다로 흘러가고 있었다. 충격적인 현장을 CNB가 단독 취재했다. (CNB=도기천 기자)
개발사업 탓에 원주민 전기공급 지연
정화시설 가동 못해 오·폐수 바다로
해수부·한전·지자체, 서로 책임 전가
인천시 중구 중산동(영종대교 아래 운염도)에 위치한 80세대 규모의 이 빌라 단지는 지난 2011년 1월 준공돼 인천시경제자유구역청으로부터 사용승인 허가를 받았다. 주민들에게 이곳은 ‘운염마을’로 불린다. 사용승인 당시 운염마을은 인근에서 전기를 끌어와 사용하는 임시전기를 한전으로부터 공급받아 사용하고 있었다.
사용승인이 나자 주민들은 정식으로 한전에 가정용 전기 공급을 신청했고, 한전은 전봇대 설치에 착수했다. 하지만 주민조합이 설치비 2400만원을 제때 납부하지 못하는 바람에 전기 공급이 차일피일 미뤄졌다.
▲인천지방해양수산청과 한국전력 사이에 오간 공문. 수산청은 “항만재개발 사업구역 안에는 국유재산 사용(전봇대 설치)이 불가하다”고 회신했다. (사진=도기천 기자)
여러 곡절 끝에 주민조합은 지난 4월27일 전봇대 설치비 2965만원을 한전에 완납했다. 하지만 한전은 지난 6일 주민조합에 “중산동 1848-8번지(운염마을) 인근이 항만재개발 사업구역에 포함돼 배전설비(전봇대 등) 설치가 불가하다”고 통보했다.
‘전봇대 설치비를 내라’고 청구서까지 발송했던 한전이 갑자기 태도를 바꾼 이유는 항만재개발 사업이 여러 차례 수정되면서 개발 범위가 운염도 전체로 확대됐기 때문이다.
운염마을이 탄생하던 때인 2011년까지만 해도 일부지역만 사업 구역에 들어가 있었기 때문에 이곳의 전기공급은 차질이 없을 것으로 예상됐다. 운염마을을 신축한 공급업자나 수분양자 모두 전기가 안 들어오리라 의심하는 이는 없었다. 경제자유구역청도 그래서 사용허가를 내준 것이다.
개발사업 급급…주민은 뒷전
하지만 지난 3월 해수부는 항만재개발사업을 일명 ‘영종드림아일랜드 사업’으로 확대했다. 당초 이 사업은 인천항에서 퍼낸 토사를 매립해 육지가 된 영종도 준설토 투기장을 재개발하려는 정도였다.
해수부는 2조 400억원을 2020년까지 투입해 서울 여의도 면적의 1.1배인 332만㎡의 대규모 부지에 워터파크와 아쿠아리움, 특급 호텔, 복합 쇼핑몰, 교육연구소, 테마공원 등이 들어서는 국제 규모의 해양관광단지를 조성하는 매머드급 사업으로 규모를 늘렸다.
운염도에도 교통체계 구축을 위한 IC, 이용객 편의를 위한 주차장, 녹지 및 생태수로 등이 건설될 예정이라 운염마을의 전기 공급은 몇 년 뒤로 미뤄졌다.
▲운염도발전협의회(주민조합) 장도현 대표가 운염도에서 영종대교를 가리키고 있다. 운염도 전체가 개발구역에 포함돼 전기 공급이 지연되고 있다. (사진=도기천 기자)
해수부는 지난달 한전 측에 “항만재개발 사업 구역 안에는 국유재산 사용이 불가하다”고 정식 통보했다. 운염도 전체가 개발구역이라 전봇대 설치를 위한 한전의 토지점유를 허락할 수 없다는 얘기다.
입장이 난처해진 한전은 주민들에게 “표준시설부담금(전봇대 설치비)를 다시 찾아가라”고 종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임시로 전봇대를 설치했다가 해수부 공사가 본격화되면 이설하는 방안도 고려되고 있지만, 여기에 소요되는 모든 비용을 주민들에게 전가하고 있어 논의가 진척되지 않고 있다.
해수부 인천지방해양수산청 항만정비과 관계자는 15일 CNB에 “한전에서 정식으로 토지점유(전봇대 설치) 요청이 들어온 게 지난 4월이다. 그 시점을 기준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현재는 토지점유가 원칙적으로 불가능 하다”며 “향후 이설을 전제로 설치허가를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시경제자유구역청 관계자는 “준공승인 및 사용허가는 건물이 지자체에 신고한 도면대로 지어졌는가를 따지는 과정이며, (운염마을이) 아무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 허가를 내준 것”이라며 “전기공급이 안될 줄은 우리도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해수부의 ‘영종도 드림아일랜드 개발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운염도의 지난 14일 모습. (사진=도기천 기자)
결국 해수부의 항만개발 사업 확대와 한전의 늑장 대응으로 인해 주민들은 앞으로도 얼마나 더 암흑세상을 겪어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 됐다.
전기 공급이 미뤄지면서 현재 운염마을 주민들은 생활폐수를 정화 처리도 못한 채 바다로 흘려보내고 있다. 전기가 없어 정화조 가동이 멈췄기 때문. 또 아직 공실로 남아있는 세대는 분양이 요원한 상태다.
운염도발전협의회(주민조합) 장도현 대표는 CNB 기자와 만나 “해수부, 한전, 지자체가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어 주민들의 고통이 이루 말할 수 없다”며 “정부의 개발사업으로 피해를 보고 있는 만큼 해당 기관들이 머리를 맞대고 이 문제를 해결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CNB=도기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