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뉴시스 등 통신사를 비롯한 여러 언론들의 후속 보도가 잇따랐으며, 노동당 서울시당은 <SH공사 부채 줄이겠다고 임대주택 월세전환 강제하나> 제하의 정책비판보고서와 논평을 통해 서울시 정책을 비난하고 나섰다. 전국의 국민임대주택 세입자들은 아파트별로 대표자 회의를 소집해 SH의 임대료 정책에 반대하는 안건을 채택했다.
지난해 국정감사 때 임대주택의 월세 체납 문제를 지적했던 이찬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번 사안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앞서 보도된 내용은 이렇다. SH공사는 지난달초 약 17만 호의 임대주택(국민·공공임대) 거주자들에게 앞으로 임대료의 60%까지만 ‘월세→전세’ 전환이 가능하다고 통보했다. 그동안은 월세와 전세 간의 100% 상호전환이 가능했다.
가령 전세보증금 2천만원에 월10만원의 월세를 납부하고 있는 세대의 경우 기존에는 월세 10만원을 전액 전세로 전환할 수 있었다. 해당세대가 월세 10만원을 모두 전세로 돌리면 추가 납부해야할 전세보증금은 1790만원(연이자율 6.7% 적용)이다.
미소금융중앙재단이 임대주택 거주자들에게 빌려주는 전환대출금의의 금리는 연 2.5%다. 1790만원을 빌리면 한 달 이자는 약 3만7000원이다. 매월 이 돈만 내면 거주할 수 있단 얘기다.
하지만 이번 조치로 인해 월세 10만 원 중 6만 원(60%)까지만 전세로 전환할 수 있다. 위 공식대로 계산해 보면 해당 세대가 한 달에 내는 총 금액(미소금융재단 대출이자 + 나머지 월세 4만 원)은 약 6만 2000원으로 늘어난다.
이는 월세 10만 원일 경우며, 월세를 30만 원씩 내고 있는 가구는 경제적 부담이 월 7~8만 원 가량 더 늘어나는 셈이 된다.
▲CNB 단독보도 직후 발표된 노동당 서울시당의 임대정책 비판보고서.
SH ‘나홀로 감당’ 한계
하지만 SH공사도 할 말은 있다. 보도가 나간 뒤 SH공사 간부들은 CNB를 방문해 ‘SH가 그동안 서민들을 위해 막대한 손실을 감내해온 점을 고려해 달라’고 읍소했다.
SH 측은 “(100% 전세전환 제도로 인해) 전세보증금이 계속 늘어나면서 월임대료 수입이 계속 줄어들어 어쩔 수 없는 조치였다”며 “최소한의 임대료 수입이 있어야 안정적인 임대주택 공급 및 관리가 가능하다”고 항변했다. 임대주택이 노후화돼 현금 지출이 많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수입은 계속 줄어들고 있어 부득이 이번 조치를 시행했다는 것이다.
이들의 얘기가 틀린 건 아니다. 올해 초 SH공사 도시연구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SH임대주택의 가구당 평균 임대료는 주변 민간주택의 삼분의 일(33%) 수준이었다. LH공사의 공공임대주택과 비교해도 평균 10% 가량 싼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최근 수년간 전세가가 폭등했음에도 SH공사는 임대료를 거의 올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기다 전세로 전환하는 세대가 급격히 늘면서 고정수익이 갈수록 감소해 적자가 커졌다. 임대사업 손실은 2009년 1221억 원에서 매년 꾸준히 증가해 2014년에는 2746억 원으로 늘었다.
이런 상황을 볼때 SH 입장에서는 이번 조치로 비난 받는 게 억울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따라서 이 문제는 ‘SH의 적자구조’와 ‘임대료’라는 이분법으로 접근해서는 해결책이 나오지 않는다.
국민임대주택 거주자들은 서민들 중에서도 최하위층에 속하는 이들이다. 도시근로자 가구당 월평균 소득의 70%이하인 서민에게만 청약 자격이 주어진다. 높은 경쟁률(청약가점)을 고려하면 현재 대부분 거주자가 평균 소득의 50%이하로 추정되고 있다.
생계가 어렵다보니 10~30만 원 남짓한 월세를 내지 못해 집을 비워주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해 국정감사 때 이찬열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서울시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임대료 연체 가구 수는 2010년 1만 5714가구에서 2014년 2만 2172가구로 크게 늘었다.
이 문제는 지방자치단체(서울시) 소속인 SH만으로는 감당하는 데 한계가 있다. 임대사업 분야에서 매년 수백억원의 손실을 볼 수밖에 없는 구조에서 SH에게 모든 책임을 지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결국 중앙정부가 나서야 한다. 임대정책을 처음부터 다시 점검하고, SH가 매년 적자를 보고 있는 부분에 대해 재정지원 등 대책을 세워야 한다.
수조원대의 조선·해운사(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한진해운·현대상선) 지원책이 발표되고 있는 이때에 한쪽에서는 ‘벼룩의 간을 빼먹는’ 정책을 시행한다면 누가 이 정부를 믿겠는가.
어떤 경우라도 10평 남짓한 공간에서 하루하루 어렵게 연명하고 있는 독거 노인의 주머니는 노리지 마라. 시장 논리 이전에 사회복지의 일환으로 임대주택 제도가 탄생했다는 사실을 잊지 말길 바란다.
(CNB=도기천 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