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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텔링] 대기업들 사내유보금 넘치는데 왜 사채 발행 늘리나

곳간 문 열지 않고 자금 조달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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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16.06.09 08:43:01

▲기업들의 사내유보금이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지만 채권발행 규모도 크게 늘고 있다. 기업채권 발행을 주관하고 있는 증권사들의 본사 모습. (사진=이성호 기자)

재무구조 개선에 나선 기업들의 채권 발행이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사내유보금 또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라서 의문을 낳고 있다. 사내유보금은 투자하지 않고 축적해둔 잉여자본을 뜻한다. 곳간(사내유보금)에서 꺼내 쓰면 될 일을 왜 굳이 번거롭게 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고 있는 걸까. (CNB=도기천 기자)

“곳간 못 건드려” 채권발행 급증
노동·시민단체 “쌓아둔 돈 풀어라”
기업들 “사내유보금은 최후 수단”

금융감독원과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코스닥시장 상장기업의 주권관련사채의 발행규모는 2014년 1조516억원 대비 약 2배 증가한 2조480억원을 기록했다. 

주로 기업들은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교환사채(EB)를 통해 자금을 조달했다. 이 중 CB가 전체 발행금액의 82.7%를 차지했다.

CB는 회사채의 일종으로 일정한 조건에 따라 발행한 회사의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다. 전환 전에는 확정이자를 받을 수 있고, 전환 후에는 주가 차익(주가가 전환가격보다 높을 경우)을 노릴 수 있어 투자자들 사이에 인기가 높은 편이다.  

기업 입장에선 회사채에 비해 낮은 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주식 전환 규모가 클 경우 경영권에 위협이 될 수도 있어 조심스런 측면이 있다. 

올해 들어서도 이런 현상은 계속되고 있다. 특히 대기업들이 많이 포진하고 있는 유가증권 시장의 CB와 BW 발행 건수가 코스닥 시장보다 증가폭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올들어 GS건설은 2500억원 규모의 CB를, 한진해운은 100억원 규모의 CB를 각각 발행했다. 유동성 위기에 처한 한진중공업은 2차례에 걸쳐 1547억원 규모의 CB를 발행했으며, 두산건설은 오는 16일 1500억원 규모의 BW를 발행할 계획이다. 자금력이 풍부한 카카오도 최근 2500억원 규모의 CB를 내놨다. 

지난달까지 유가증권 시장에서 CB와 BW 발행 건수는 50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 23건에 비해 120%나 늘었다.  

이는 신용등급 하락으로 회사채 발행이 어려워진 기업들이 각종 투자자금 마련을 위해 CB와 BW 발행을 선호하기 있기 때문이다. 또 만기가 돌아오는 채권을 막기 위해 다시 채권을 발행하는 ‘돌려막기’ 관행도 한 원인으로 꼽힌다. 

▲민주노총과 재벌책임공동행동 등 노동·시민단체 회원들이 지난달 25일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앞에서 대기업들의 사내유보금 집행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이성호 기자)


하지만 기업들의 사내유보금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사내유보금은 직접적인 생산 투자에 쓰이지 않는 잉여 자산을 이른다.

김현미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835개 상장사 전체 사내유보금은 2008년 326조원에서 2014년 845조원으로 7년간 519조원(158.6%)이나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에는 100여개 노동·시민단체가 재벌사내유보금환수운동본부를 만들어 기업들의 사내유보금을 환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수백조원에 달하는 사내유보금을 시장에 풀면 인력감축 등 구조조정을 진행하지 않아도 된다는 논리다.   

이들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국내 10대 재벌들의 사내유보금은 549조6326억원(2015년 말 기준)으로 1년 전보다 46조원 가량 늘었다.  

전경련 자료(2015년 기준)에 따르면, 사내유보자산이 가장 많은 10개 기업은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포스코, 기아자동차, 현대모비스, SK하이닉스, SK텔레콤, 롯데쇼핑, 현대제철, SK이노베이션이었다. 

이처럼 사내유보금이 증가하고 있음에도 왜 기업들은 사채 발행을 늘리고 있는 걸까. 

이는 사내유보금에서 현금성 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적기 때문이다. 30대 그룹의 사내유보금은 753조원에 이르지만 현금성 자산은 140조원 정도에 불과하다. 코스닥 상장사 전체로 따지면 현금 비율이 더 적을 것으로 추정된다. 

실례로 최근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는 현대중공업의 경우, 사내유보금이 12조원에 이르지만 이 중 현금성 자산은 1조5천억원 정도에 불과하다. 

대부분 기업들은 사내유보금을 설비·토지·건물 등 실물자산에 편입해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사내유보금은 ‘최후의 자산’이라는 성격이 있다. 기업들의 사내유보금은 회계상 자기자본금으로 잡힌다. 자기자본이 부실해지면 신용등급이 내려가게 돼 대출·투자 등 여러 기업 활동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현대중공업이 알짜 계열사인 하이투자증권의 매각까지 추진하면서도 현금성 자산(사내유보금)을 건드리지 않는 이유기도 하다. 

정세현 경영컨설턴트는 8일 CNB에 “사내유보금을 다 써버린 결과 더 부실해진 대표적인 사례가 대우조선해양인데 현재 이 기업은 부채비율만 7300%에 이른다”며 “사내유보금은 기업의 건전성을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인 만큼, 채권 발행, 자산매각 보다 훨씬 뒤에 사용하는 마지막 수단”이라고 말했다. 

(CNB=도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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