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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텔링] 현대증권 품은 KB금융, 거대증권사 서두르는 이유

윤종규 KB회장의 ‘속전속결’ 속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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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16.06.07 16:32:29

▲현대증권을 품에 안은 KB금융이 거대 통합증권사 출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사진은 현대증권 여의도 본사 사옥. ‘KB금융과 한가족이 되었다’는 내용의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KB금융 제공)

KB금융그룹이 현대증권 인수 우선협상자로 선정되지 불과 두 달여 만에 현대증권 인수를 사실상 완료하는 등 통합증권사 출범을 서두르고 있다. 1조원이 넘는 인수대금을 현대증권 대주주인 현대상선에 완납한데 이어 지난 1일에는 계열사인 KB투자증권과 현대증권의 합병을 위한 통합추진단을 발족했다. 올해 안에 KB 이름표를 단 ‘거대 증권사’를 출범시킬 계획이다. KB가 고가인수 논란에도 아랑곳 않고 속전속결로 새판짜기를 서두르는 이유는 뭘까. (CNB=도기천 기자)

증권업계 신(新)삼국시대 지형 재편
다급한 KB, 현대증권 속전속결 인수 
KB금융·현대증권 ‘찰떡궁합’ 시너지

KB금융그룹의 현대증권 인수 과정은 전광석화(電光石火)에 비유된다. 

지난 3월 31일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 돼 며칠 후인 4월 12일 현대상선으로부터 현대증권 지분 22.56%를 1조2500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맺었다. 뒤이어 현대증권 자사주 7.06%를 추가 매입해 총 29.62%의 지분을 확보했으며, 지난달 25일에는 금융위원회의 대주주적격심사를 통과했다. 31일에는 1조원 넘는 인수대금을 모두 납부했다.

실사와 가격 조정, 이사회 심의, 금융당국의 적격성 심사 등에 상당 시일이 소요되는 M&A(인수합병) 전례에 비춰볼 때 너무 서두르고 있다는 인상이 짙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뒤 대주주변경 승인에만 3개월 넘게 걸린 최근 미래에셋그룹의 KDB대우증권 인수 과정과도 비교 되지 않을 정도다. 

특히 인수가격이 시장의 예상보다 훨씬 높았음에도 가격조정이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당초 증권업계에서는 현대증권의 인수 가격이 7000~8000억원 선에서 형성될 것으로 예상했었다. 하지만 KB금융은 1조2500억원에 계약했다. 이는 지난 2014년 농협금융이 우리투자증권 패키지를 인수할 때 가격인 1조700억원보다 1800억원이나 높은 금액이다. 우리투자증권의 자본 규모는 당시 전체 2위로, 6위권인 현대증권을 웃돌았다.

KB 관계자는 7일 CNB에 “인수 본계약까지의 시일이 짧았다고 실사를 소홀히 한 것은 절대 아니다. 충분한 점검과 검토를 통해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기에 계약이 성사된 것”이라고 밝혔다. 

▲윤경은 현대증권 사장,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 김옥찬 KB금융지주 사장, 전병조 KB투자증권 사장(왼쪽부터)이 지난달 27일 경기도 용인에 있는 현대인재개발원에서 열린 통합워크숍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다. (KB금융 제공)


윤 회장 추진력 ‘전광석화’

KB가 고가인수 논란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인수를 서두르는 이유는 증권업계가 빠르게 재편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처음 현대증권이 매물로 나왔을 때는 시장의 관심을 받지 못했다. 오릭스 프라이빗에쿼티가 인수의향을 비췄으나 일본계 자금에 대한 부정적 인식 부담 등이 영향을 끼치면서 무산된 바 있다. 

하지만 최근 미래에셋그룹이 업계 2위인 KDB대우증권을 인수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미래에셋그룹은 미래에셋증권과 대우증권을 통합해 오는 11월 업계 1위 규모인 ‘미래에셋대우증권’을 출범시킬 계획이다.   

조선업 불황여파로 경영난에 처한 현대중공업그룹은 보유 중인 하이투자증권 지분 85.32%와 경영권을 매각할 예정이다. KB손해보험이 매각작업을 진행 중인 LIG투자증권은 인수자 케이프인베스트먼트가 최근 금융당국으로부터 대주주 적격성 승인을 받음에 따라 조만간 매각작업이 마무리된다. 

앞서 농협금융지주에 편입된 우리투자증권은 지난해 NH농협증권과 통합해 NH투자증권으로 다시 태어났으며, 동양그룹 사태로 대만 유안타파이낸셜홀딩스로 넘어간 동양증권은 2014년 유안타증권으로 새출발했다. 

이밖에 산업자본의 금융회사 소유를 금지한 공정거래법에 따라 내년 8월까지 보유지분 10%를 팔아야 하는 SK증권, 지난해부터 심심치 않게 매각설이 나오고 있는 한화투자증권 등도 증권업계 판도를 바꿀 변수로 거론되고 있다. 신한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대신증권, 메리츠종금증권 등이 인수합병 시장에 뛰어들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하지만 KB투자증권은 이런 급변기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평을 받아왔다. KB금융 소속이라는 메리트에도 불구하고 업계에서 후순위(18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 계속돼 왔으며, 대우증권 인수전 등에서도 잇따라 고배를 마셔야 했다. 

따라서 KB그룹으로서는 서둘러 돌파구를 찾아야할 상황이다. 여기저기서 출현하고 있는 거대증권사들에 맞설 ‘획기적인 카드’가 절실하다는 위기감이 통합증권사 출범을 서두르게 하는 배경이 되고 있다.  

특히 여기에는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특유의 자신감이 작용하고 있다. 

윤 회장은 광주상고를 졸업 후 1973년 외환은행에서 행원 생활을 시작한 ‘고졸 출신’ CEO다. 은행 일을 하며 밤에는 대학(성균관대, 서울대)을 다니며 경영학 박사학위까지 받았으며, 옛 국민은행 부행장과 KB금융 부사장 등을 거친 ‘토종 금융인’이며, 현재 KB은행장을 겸임할 정도로 ‘실무형’이다.  

영업으로 잔뼈가 굵은 그가 비싼 값에 현대증권을 사들인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게 ‘토박이 은행맨’들의 전언이다. 

KB금융은 은행, 증권, 보험 등에 있어 사실상 전 국민을 고객으로 두고 있는 금융사다. KB금융 내 16개의 은행-증권 복합점포에 더해 현대증권이 보유하고 있는 95개 점포가 윈윈할 경우 시너지가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은행-증권 복합점포를 40개 이상으로 늘리고 자산관리(WM)와 기업투자금융(CIB) 부문을 대폭 강화해 고객수익을 극대화 하겠다는 게 윤 회장의 전략이다. 

▲최근 2년간 증권업계에서 크고 작은 인수합병이 계속되고 있다. 증권업계 재편기에 KB금융이 KB투자증권과 현대증권의 통합을 서두르고 있어 주목된다. 사진은 명동 증권가의 지난 2일 모습. (사진=이성호 기자)


현대證 우발채무↑…고가인수 논란도 

이런 기대감은 현대증권의 신용평가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최근 현대증권 장기신용등급을 ‘AA-’에서 ‘AA’로 상향조정했으며,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 역시 현대증권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AA-’에서 ‘AA’로 상향했다. 

한기평은 “KB금융의 광범위한 영업망, 우수한 재무건전성 등에 기반한 지원 능력과 비은행 부문의 육성 의지 등을 감안할 때 현대증권의 신용도에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KB금융 관계자는 “국민의 재산증식에 안정적으로 기여해온 KB와 중위험 투자상품으로 고수익을 올려온 현대증권이 결합하면 상당한 시너지가 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증권업계 전반에 걸친 우발성채무, 주가연계증권(ELS) 리스크 등은 성장의 걸림돌이 될 우려가 있다. 

주요 증권사들이 건설사들의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지급보증을 선 규모가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데 작년 말 기준 24조2264억원에 이른다. 이는 향후 건설사가 빚을 갚지 못하면 이를 대신 갚아야 하는 ‘우발채무’다. 2014년 연말 4만 채를 넘긴 건설사들의 미분양주택은 지난달 5만4천여 가구로 불어나 우발채무가 ‘진짜 빚’이 될 위험 또한 그만큼 증가한 상태다. 
  
현대증권은 메리츠종금증권, NH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 교보증권, 한국투자증권, HMC투자증권, 하이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한화증권, IBK투자증권 등과 함께 PF 채무보증액이 많은 곳으로 꼽히고 있다. 

또 ELS의 자체헤지 규모가 자기자본 대비 많은 금융사에도 현대증권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이달 들어 주요증권사들의 리스크 가능성에 대한 검사에 착수한 상태다. 

금융권의 한 고위관계자는 “현대증권의 경우 부동산 익스포져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있지만, KB의 자본안정성이 이런 염려를 불식시키고 있는 분위기”라며 “지난 수십년간 증권업계 평균 이상의 고객수익을 올려온 현대증권과 소매금융의 강자인 KB의 결합, 여기에 윤종규 회장의 실무형 리더십이 맞아떨어진다면 상당한 파급력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평가했다. 

(CNB=도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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