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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텔링] 김동완 의원 아들은 왜 현대중공업을 떠났나

김 의원 부자, 노조 한목소리 비판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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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16.05.18 14:09:51

▲울산시 동구 현대중공업 정문 앞. 예전처럼 활기찬 모습을 보기 힘들다. (사진=도기천 기자)

활발한 블로그 활동으로 누리꾼들의 주목을 받고 있는 김동완 새누리당 의원(충남 당진)이 최근 아들이 근무하고 있는 울산 현대중공업을 방문한 소감을 올리면서 아들이 노조에 대해 실망한 이야기를 전해 논란을 빚고 있다. 

김 의원의 아들은 강성노조 문제, 구조조정 확대 필요성 등을 아버지에게 피력했으며, 사측에도 이메일을 보내 ‘과장급 미만 직원도 위로금을 받고 회사를 나갈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CNB=도기천 기자)

김 의원 “노조, 책임 있는 자세 보여라“
아들 김씨 “통진당 출신 강성파에 실망”
노조 “희망퇴직 확대 주장, 혼자 떠나라”

▲새누리당 김동완 의원. (사진=연합뉴스)

현대중공업은 지난 9일부터 15일까지 사무직 과장급 이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 등 인력 구조조정에 착수한 상태다. 노조는 생산직에게도 구조조정이 확대될라 촉각을 세우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 관계자는 18일 CNB와의 통화에서 “회사가 희망퇴직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다음단계로 과장급이하 생산직 직원으로까지 구조조정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어 수시로 회의를 여는 등 대비하고 있다. 인력 감축은 구조조정의 최후 수단임에도 사측이 자산매각보다 감원을 서두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런 민감한 시기에 김 의원의 아들 김모씨(29)는 최길선 현대중공업 회장, 권오갑 사장, 정기선 전무(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 등 경영진에게 이메일을 보내 “이번 희망퇴직에서 일반 직원(조합원)도 적당한 수준의 위로금을 받도록 해 희망퇴직에 참여할 동기를 부여해 달라. 그러면 유능한 숙련 사무직이 미래를 위해 더 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선택의 폭을 넓혀 달라는 주장이지만, 노조는 이를 희망퇴직 확대로 해석하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CNB에 “개인적으로 조용히 떠나면 될 일을 공론화해서 괜한 논란을 만들고 있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한 조합원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 젊은 직원들도 스스로 떠나라고 부추기는 사측 의도와 뭐가 다르냐”고 반문했다.  
 
“책임지는 사람 없는 회사에 실망”

2013년 현대중공업에 입사한 김씨는 현재 회사에 사직서를 낸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가 한창 나이에 스스로 회사를 떠나고자 한 이유는 아버지 김 의원이 블로그에 올린 글에 잘 나타나 있다. 

김 의원은 20대 총선에 출마했다가 낙마한 직후인 지난달 22~23일 아들이 근무하는 울산 현대중공업을 방문했다. 

김 의원은 방문 직후 자신의 블로그에 수조원대 적자를 내자 대규모 구조조정에 착수한 현대중공업에 대한 애잔한 마음, 불황에 문을 닫는 점포가 늘고 있는 한산한 울산 거리풍경 등을 묘사하면서 회사를 떠나게 된 아들 이야기를 담았다. 

▲현대중공업 방문자 숙소에서 바라본 도크 전경. (사진=김동완 의원 블로그)


블로그 글에 따르면 김씨는 김 의원에게 “현대중공업은 정년을 보장하고 조직문화가 인간적이라 생각했지만 그게 아니었다. 매사에 열심히 하지 않고 적자가 누적되고 있는데도 누구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특히 김씨는 “노조위원장이 통진당(통합진보당) 출신이며, 점점 강성으로 가고 있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헌법재판소는 2014년 12월 “통진당은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종하며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부정하는 입장을 지녔다”며 해산 결정을 내린 바 있다. 

하지만 노조 집행부의 상당수가 통진당 출신이며, 이번 총선에서 노조의 지지를 받으며 울산 동구와 북구에서 나란히 승리한 무소속 김종훈·윤종오 당선인도 통진당 출신이다. 

따라서 김씨는 회사가 어려움에 처했는데도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노조에 대한 실망, 통진당 출신들에 대한 거부감 등으로 인해 퇴직을 결정하게 된 것으로 짐작된다. 

김씨는 “미래를 스스로 개척하기 위해 정부의 퇴직자 연수프로그램에 따라 소프트웨어(SW)업계로 진출하려 한다”고 향후 진로를 밝히기도 했다.  

▲현대중공업 방문자 숙소에서 바라본 울산 앞바다 전경. (사진=김동완 의원 블로그)

김 의원 “아들·손자 세대 암담”

김 의원은 “아들이 대견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우리민족이 이 불황의 늪을 어떻게 헤쳐 나갈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아들 세대는 암담한 심정으로 기업을 떠나고 있고 유치원에 다니고 학교에 다니는 우리 손자세대들은 자기들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모른다. 참으로 기막힌 상황”이라며 참담한 심경을 피력했다. 

김 의원은 특히 노조의 책임을 강조했다. “야당과 노조가 20대 총선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노동개혁이 잘못되었다며 투표로 정치판을 바꾼 만큼, 이제는 이들이 먼저 고뇌에 찬 대안을 제시하고 자기 진영이 먼저 희생하자고 국민들에게 호소하여 침몰해 가는 대한민국을 구해야 한다”고 일침을 날렸다. 여소야대 국회가 형성된 만큼 야권이 대안세력으로서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는 얘기다.   

현대중공업에 대한 애처로운 마음도 숨기지 않았다. 김 의원은 “아들이 그동안 삼성전자, 삼성SDI, 포스코에너지, 현대중공업에 합격했으나 최종적으로 현대중공업을 선택했다”며 “울산이란 도시는 사원들의 기숙사, 어린이 놀이터, 학교 모두 참 잘 지어졌다. 방문자 숙소도 직원의 가족이면 무료인데 호텔급 수준이다. 창밖으로 보이는 방어진 포구의 모습은 평화로웠고 협력업체들은 아직은 부산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길에는 식당도 슈퍼도 간판은 퇴색했고 점포가 한산하거나 정리를 하고 있었다”며 불황의 늪에 빠진 울산의 모습을 전했다.  

역대급 위기에도 노사 평행선  

한편 현대중공업그룹은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글로벌 조선·해운 경기가 악화되면서 지난 2년 간 4조 7천억원의 적자를 낸 상태다.
 
선박 건조 물량이 줄면서 일부 도크는 가동 중단을 검토하고 있는 등 44년 역사상 가장 큰 시련에 직면했다. 부실사업 매각, 인력 감축 등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진행 중이며, 이 여파로 사내하청업체들의 인력도 30%(약1만여명) 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울산 방어진 순환도로(아산로)변에 설치된 대형표지판. 고(故) 정주영 회장의 개척정신을 기리자는 문구가 위기의 울산 현실과 맞물리며 여운을 남긴다. (사진=도기천 기자)


하지만 노사는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노조는 17일부터 원·하청 노조, 일반직지회와 함께 구조조정 중단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으며, 요구가 수용되지 않으면 총파업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현대중공업 속사정에 밝은 조선업계 관계자는 “조선소는 통상 2년 치 이상의 수주 물량(잔고)을 갖고 있어야 도크가 돌아간다. 신규 수주가 거의 없다는 점에서 앞으로가 더 큰 문제”라며 “자산매각, 부실사업 정리 등과 함께 대규모 인력감축이 지속적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CNB=도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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