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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텔링] 워런 버핏은 왜 ‘야후’에 눈독 들이나

모르는 건 안 건드린다더니…투자지론 바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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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16.05.16 15:46:32

▲월가의 전설적 원로 투자가인 워런 버핏(87)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의 최근 모습. (사진=워런 버핏 공식 트위터)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미국의 억만장자 투자가 워런 버핏이 야후(yahoo) 인수전에 뛰어든 것으로 알려지면서 평소 IT기업에 투자하지 않던 그의 투자지론이 바뀐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다. 전세계 425개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한해 투자규모가 웬만한 나라 국내총생산과 맞먹는 거대 투자사인 워런 버핏의 버크셔 해서웨이(Berkshire Hathaway)가 움직일 경우, 야후 인수는 ‘시작에 불과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CNB=도기천 기자)   

美 퀴큰론과 ‘억만장자 컨소시엄’
투자의 귀재 ‘야후 잠재력’ 재평가
전략 변화? 글로벌 IT업계 ‘긴장’

버핏은 세계에서 가장 돈이 많은 ‘슈퍼 리치’ 중 한 사람이며 그를 롤모델로 추종하는 사업가들은 헤아리기조차 힘들다. 그는 엄청난 돈을 벌면서도 소박한 삶을 유지하며, ‘오직 돈을 버는 데’ 관심을 쏟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버핏의 투자전략은 저평가된 주식을 장기보유하며 때를 기다리는 인내, 목표를 향한 몰입, 종목을 선정하는 신중함, 원칙을 고수하는 완고함 등이다.  

하지만 그는 이상하리만큼 IT기업에는 관심을 두지 않아왔다. 그는 1990년대 후반 이후 인터넷 관련 회사의 거품을 경고해 왔으며, 지난해 미국 증시를 견인한 4대 IT기업으로 꼽히는 페이스북과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 알파벳 등 일명 F(acebook)·A(mazon)·N(etflix)·G(oogle)에도 전혀 투자하지 않았다.

최근 버크셔 해서웨이가 주로 투자해 온 분야는 월마트,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웰스파고 등 금융·유통기업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버핏은 평소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업종은 피한다”는 소신을 밝혀왔다.  

이런 그가 댄 길버트 퀴큰론 회장과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해 야후 인터넷 사업부문 입찰에 참여했다고 뉴욕타임스(NYT) 등이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길버트 회장이 인수 작업을 주도하고 있으며 버핏은 버크셔 해서웨이를 통해 자금을 대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은 수년간 우정을 쌓아온 사이인 것으로 전해진다.   

길버트는 온라인 모기지 대출업체인 퀴큰론(Quicken Loan)을 창업해 억만장자의 자리에 오른 인물로, 이전에도 온라인 스타트업(신생벤처) 여러 곳에 지분 투자를 해왔다.

현재까지 야후의 인터넷 사업 인수전에 참여한 기업은 미국 최대 통신업체 버라이즌, 사모펀드 TPG, 베인 캐피털과 비스타의 컨소시엄 등이다. 이 중에서 버라이즌이 가장 유력한 인수 후보로 꼽히지만, 버핏이 퀴큰론에 베팅을 한 상황이라 판세를 예측하기 힘들다.  

▲야후 본사. (연합뉴스)


“버핏은 잠재력에 투자한 것”

그가 야후 투자를 결정한 데는 몇 가지 배경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버핏은 지난해 강한 주가 상승세를 보인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 페이스북 등 대형 IT기업에 투자하지 않는 바람에 상당히 저조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이들 종목은 30~50%씩 주가가 오른 반면 그가 투자한 월마트, 프록터앤드갬블 등은 손실을 입었다. 이에 따라 버크셔 해서웨이 주가는 내리막길을 걸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서 열린 버크셔 해서웨이 정기주주총회에서 그는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던졌다. “급성장한 온라인 상거래 시장을 어떻게 보듬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는데 외신들은 그가 IT업계에 진출할 것으로 해석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날 “버핏이 SNS(소셜네트워킹서비스) 등에 투자할 날이 멀지 않았다”고 내다봤다.

버핏의 야후 인수전 참여와 관련해 야후와 퀵큰론, 버크셔 해서웨이 모두 대답을 피하고 있어 그의 의도를 정확히 가늠하기는 쉽지 않다. 시장에서는 버핏이 야후의 무한한 잠재력에 매력을 느낀 것으로 보고 있다. 

야후는 아직 매달 평균 10억 명이 방문하고 있으며, 시가총액은 353억 달러(약 40조원)에 달한다. 게다가 매각을 앞두고 ‘슬림화’ 작업에 들어가 연말까지 직원 수가 9천여 명으로 줄어든다는 점도 호재다. 

글로벌 투자자문사 피보탈리서치는 “버핏은 잠재력에 투자를 해왔다. 아직 시장이 야후의 잠재력을 인지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고 전했다. 버크셔 해서웨이 지분을 일부 보유한 쿡앤바이넘 자산운용은 “버핏은 야후 인수전 참여로 현금흐름이 확보되리라고 확신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야후 인수에 나선 美 최대 이동통신사 버라이즌. 워런 버핏의 야후 인수전 참여로 복병을 만났다. (사진=연합뉴스)


기발한 역발상 이번에도 먹힐까

버핏의 이번 베팅이 단순 주식투자인지, 야후 경영권까지 넘보는 것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과거 그의 투자행태를 잘 들여다보면 시사점이 있다.

초창기 전세계 포털을 대표했던 야후의 몰락은 시장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원인이 크다. 

야후는 1994년 대만 출신 유학생인 제리 양과 스탠퍼드대 동료였던 데이비드 필로가 만들었다. 이들은  다양한 정보를 보기 쉽게 제공해 큰 인기를 끌었으나, 구글이 검색 시장을 장악하고 모바일 패턴으로 환경이 바뀌는 동안에도 변화에 둔감했다. 구글·페이스북 등 경쟁사가 ‘모바일 퍼스트’를 외쳤지만, 야후는 금융·뉴스 서비스 강화 등 PC용 서비스에만 집중했다.

반면 버핏은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1930년생인 그는 어릴 때부터 껌이나 콜라, 주간신문 등을 팔면서 주식투자를 접했으며, 핀볼 기계를 이발소에 설치해 장사를 하는 등 ‘기발한 역발상’으로 엄청난 수익을 올렸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야후! 코리아’ 로고. 야후 본사가 쇠퇴하면서 2012년 12월 31일 웹사이트(www.yahoo.co.kr 또는 kr.yahoo.com)가 폐쇄됐다.

1965년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던 조그만 방직회사 버크셔 해서웨이의 경영권을 인수, 1주당 20만 달러로 성장시켜 세계에서 가장 비싼 기업으로 만들었다. 

이런 그가 야후에 눈독을 들이는 걸 ‘치고 빠지기’(단순 주식투자)로 해석하긴 힘들어 보인다. 철저한 ‘경험주의자’인 그의 성향으로 볼 때, 이미 오래전부터 야후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해왔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쿡앤바이넘의 리처드 쿡 대표는 “지난 40~50년간 미디어와 광고업계에 투자한 경험이 있는 바 있는 버핏이 야후라는 기업에 대해 잘 모르고 있을 리 없다”고 평가했다.  

한편 버핏이 참여한 컨소시엄은 야후 매각의 1차 심사를 통과하고 2차 입찰을 앞두고 있다. 인수 금액은 40억~8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 나이로 87세인 그가 총기를 잃은 것인지, ‘야후! 글로벌’의 꿈을 재현할지는 두고 볼 일이다. 

(CNB=도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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