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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어버이연합 사태, 친박의 비박 공격이 불씨 됐다

‘쉬쉬’해온 노선갈등…스캔들 진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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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16.04.28 10:34:17

▲‘어버이연합 스캔들’은 탈북단체들이 비박계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 등을 공격하는 과정에서 내분이 발생해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지난달 25일 여의도 새누리당사 앞에서 어버이연합 회원들이 김무성 당시 대표를 규탄하며 삭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500여 기업들을 대표하는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대한민국 어버이연합’의 각종 관제 시위에 뒷돈을 대줬다는 의혹이 일파만파로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이번 사태에 친박계와 비박계 간의 뿌리 깊은 갈등, 탈북자 단체들 간의 주도권 다툼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CNB 단독 취재결과 확인됐다. (CNB=도기천 기자) 

‘김무성 공격 시위’로 탈북단체 내분
“김정은 독재 싫어서 왔는데 여기서도”   
맹목적 추종 계속되자 뒷돈 스캔들 제보

어버이연합 속사정에 밝은 한 보수단체 A대표는 27일 CNB와 만나 “탈북자들은 여러 그룹으로 나눠져 있다. 어버이연합이 주도하는 세력과 탈북자단체들이 주도하는 세력이 있으며 어버이연합 내에서도 여러 분파로 나눠져 세력 다툼을 벌이고 있다. 추선희 어버이연합 사무총장에게 불만을 품은 이들이 언론에 (회계장부 등을) 제보하면서 비롯된 일”이라고 밝혔다. 

앞서 시사저널과 JTBC 등이 공개한 ‘어버이연합 회계장부’에 따르면, 어버이연합은 탈북자들에게 일당 2만원씩 지급하면서 수십 차례에 걸쳐 집회에 동원했다. 

또 추선희 사무총장의 차명계좌로 의심되는 ‘벧엘복지재단’ 통장을 통해 전경련이 2014년 세 차례에 걸쳐 1억2000만원을 입금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돈의 상당 부분이 어버이연합 시위 자금으로 사용된 것으로 확인되고 있으며, 일부 언론은 전경련이 수년간 지급한 돈이 5억원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특히 추 총장이 “청와대 허현준 행정관이 한·일 위안부 합의안 체결과 관련한 집회를 열어달라고 문자메시지를 보냈다”고 공개하면서 청와대 배후설까지 제기된 상황이다. 

▲어버이연합 사무실 벽면 가득 붙어 있는 박근혜 대통령 관련 사진과 집회 사진들. (사진=연합뉴스)


친박계 무리수에 “우리가 꼭두각시냐”

A대표에 따르면 어버이연합과 탈북자단체 간의 갈등은 2014년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당시 어버이연합은 전경련 등으로부터 들어오는 자금력을 바탕으로 세력을 확장하려 했고, 주된 타깃이 탈북단체였다. 이 때문에 회원을 뺏긴다고 생각한 탈북단체들과 어버이연합 간에 충돌이 잦았다”고 밝혔다. 

이즈음 주목할 만한 두 가지 사건이 있었다. 어버이연합은 2014년 6월, 당시 비박계 수장격인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이 당대표에 도전하자 노골적으로 김 의원을 비난했다. 

6월 20일과 24~27일 연이어 개최된 문창극 당시 총리 후보자 사퇴 반대 집회에서는 “김무성 의원이 문 후보자의 자진 사퇴를 종용했다”며 김 의원 모양의 인형을 만들어 화형식을 준비했다. 

하지만 당시 여권에서 문 후보자의 사퇴를 주도한 인물은 친박계 맏형격인 서청원 의원이었다. 이때는 7·14 전당대회를 앞두고 비박과 친박 간 당권 경쟁이 본격화된 시점이었다. 

따라서 어버이연합이 문 후보자 사퇴 반대라는 명분을 내세워 비박계인 김 의원의 당대표 출마를 우회적으로 비난한 것이다. 당시 어버이연합의 시위 피켓에는 “여의도 정가에 지랄병이 창궐한다” “어물전 망신 꼴뚜기가 시킨다” 등 김 의원을 노골적으로 비난하는 내용이 담겼다. 

당시 집회에 동원된 이들은 대부분 탈북자였다. 전경련이 어버이연합의 차명계좌에 거액을 입금한 시기도 이 즈음이다. 어버이연합 장부에는 일당 2만원에 이들을 동원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어버이연합이 보수-진보 가리지 않고 친박의 전위부대 역할을 자처한 이유는 분명하다. 최근 논란이 불거지자 어버이연합 측은 스스로 단체 성격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하는 모임이다. 박근혜 정부를 흔드는 일은 결코 용서할 수 없다”고 천명했다.

하지만 김무성 등 같은 보수세력에 대한 공격은 어버이연합 내에서 내분이 일어나는 계기가 됐다. 

A대표는 “김무성 의원에 대한 공격을 두고 탈북자들 사이에서 말들이 많았다. 일부 강경파가 김무성 화형식을 진행하려 했지만 다른 그룹에서 말리기도 했다. 친박계가 문창극 사퇴를 주도했는데, 되레 김 의원에게 뒤집어씌우려는 작태는 누가 봐도 말이 안 되는 무리수였다”고 말했다. 

당시 집회에 동원된 한 탈북단체 관계자는 “이때부터 내부에서 ‘김정은 독재가 싫어서 넘어 왔는데 여기서는 박근혜를 추종해야 하나’라는 말들이 나왔다”고 전했다. 

내부 폭행사건, 스캔들 폭로의 전초전

이런 내홍은 결국 폭력사태로 이어졌다. 어버이연합의 김무성 공격이 있은 지 4개월이 지난 2014년 10월, 엄명철 탈북인총연합회 공동대표와 추선희 어버이연합 사무총장이 정면 충돌했다. 

당시 폭행사건의 판결문에 따르면, 추 총장은 평소 엄 대표와 탈북자 문제로 잦은 다툼이 있었다. 

그런 차에 김용화 탈북난민인권연합 대표가 엄 대표에게 폭행 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추 총장이 윤모 청년단장과 함께 엄 대표의 자택을 찾아가 항의했고, 이 과정에서 서로 간에 주먹다짐이 벌어졌다. 이로 인해 추 총장과 윤 단장은 징역 8월과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160시간이 선고됐고, 엄 대표는 벌금형을 받았다. 

이들이 충돌한 배경에 탈북자 조직을 장악하기 위한 세력 다툼이 있었다는 게 보수진영 내에서 정설로 통한다. 상당한 자금력을 무기로 어버이연합이 탈북단체들을 접수해 나가는 과정에서 ‘원조 탈북단체’들과 알력이 생겼다는 것. 

실제로 당시 어버이연합은 ‘벧엘복지재단’을 통해 마련한 자금을 갖고 ‘집회 알바’에 탈북자들을 대거 동원했다. 추 총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2014년 전경련 사업 공모를 통해 벧엘선교복지재단을 거쳐 받은 돈이 매월 2500만~3000만원대”라고 밝히기도 했다. 

A대표는 “어버이연합이 새터민들을 대규모로 동원하기 시작하자 이때(2014년)부터 회원을 뺏긴다고 생각한 탈북단체들이 어버이연합을 경계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폭력사건 이후 어버이연합과 탈북단체들 간의 갈등은 더 고조된 것으로 보인다.  

탈북난민인권연합의 김미화 총무는 김용화 대표와의 알력 끝에 최근 어버이연합으로 몸을 옮겼다. 김 총무는 현재 어버이연합 산하의 탈북어버이연합 대표를 맡고 있다. 김미화와 김용화는 이번 어버이연합 스캔들에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는 인물들이다. 

추 총장은 지난 22일 언론인터뷰에서 “김용화가 어떤 사람이냐. 범법자의 세 치 혀에 (언론들이) 이용 당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어버이연합 측은 어버이연합에 불만을 가진 김용화가 추 총장을 음해하기 위해 언론에 내부자료를 제보했다고 보고 있다. 

▲어버이연합 추선희 사무총장이 지난 22일 서울 종로구 인의동 어버이연합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경련의 예산지원과 청와대 개입 등의 논란에 대해 해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일부 탈북자 ‘같은편 죽이기’에 실망

탈북자들 간에 노선 문제가 불거진 것도 이번 스캔들의 배경이 됐다. 같은 보수진영인 김무성 의원을 공격하면서 비롯된 내부 갈등은 이후 계속된 ‘같은편 죽이기’로 더 심해져 갔다. 

어버이연합은 야당과 타협하지 말라며 여당 대표였던 황우여 의원의 화형식을 하는가 하면, 지난달 공천 파동 때는 수차례 김무성·유승민 의원을 비난하는 집회를 가졌다. 

친박계의 공천 전횡에 맞서 김무성 당시 대표가 ‘옥새 파동’을 일으키자 일부 어버이연합 회원들은 머리를 삭발했으며, 유승민을 ‘배신의 정치인’이라며 맹비난했다. 정두언 의원이 “여당 내 야당이 되겠다”고 하자 그의 공천을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지난해 10월에는 김무성 대표가 안심번호제를 통한 국민공천제를 도입하려 하자 “대표직을 내려놔라”고 시위했는데, 이는 ‘친박계 내려꽂기 공천’에 걸림돌이 된다는 판단에서였다. 

김무성·유승민 등이 ‘증세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자 “거짓음해 일삼으며 국민 혼란 부추긴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증세없는 복지’ 주장을 옹호하기 위해서다. 

이처럼 맹목적인 집회가 계속되자 탈북자들 사이에 분열이 생겼다. ‘묻지마 추종파’와 ‘생각을 하자’는 쪽으로 나뉘어 자주 다툼이 있었다고 전해진다. 

탈북단체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북한이라면 치를 떠는 사람들이다보니 진보진영을 타깃으로 하는 종북 반대 시위는 당연히 모두가 열성적이었다. 하지만 여당의 공천문제까지 개입하게 되자 정치판에 이용되고 있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생겨났다”고 전했다. 
      
A대표는 “집회 한번 하는데 100명만 동원해도 2000만원 넘는 자금이 나왔다. 한 해에 수십 차례 동원됐으니 연간 자금이 수억원이다. 탈북자들에겐 엄청난 돈이다 보니 이권 다툼이 일어났고, 더구나 노선 문제까지 겹쳐 여러 분파가 생겨났다”고 말했다. 

▲어버이연합 추선희 사무총장이 집회 지시 문자메시지를 보낸 사람으로 청와대 허현준 선임행정관을 콕 집어 거명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2030정치공동체 청년하다’ 등 청년단체들이 지난 26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허현준 행정관을 상대로 고발장을 제출하기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극우 vs 보수 세력다툼 사태 키워

어버이연합과 보수진영 내 자유주의 세력 간의 불협화음이 이번 사태를 더 키웠다는 주장도 있다.  

추선희 총장은 최근 한 언론에 “청와대 허현준 선임행정관(정무수석실 산하 국민소통비서관실)이 ‘1월 4일에 한일 위안부 합의안 체결과 관련한 집회를 개최해 달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내왔다”고 말했는데, 이는 사실여부를 떠나 그동안의 섭섭한 심정을 우회적으로 밝힌 것이라는 해석을 낳고 있다. 

추 총장이 지목한 허 행정관은 뉴라이트 운동을 주도한 ‘전향386’과 ‘시대정신’이라는 단체의 핵심 멤버였다. 그는 대학 시절 학생운동을 하다 1990년대 후반 북한 인권 운동가로 전향했다. 그가 속한 국민소통비서관실은 각종 시민단체를 관리하는 부서다. 

‘시대정신’은 “우파 혁신은 자유주의에 있다”고 선언하면서 출범한 ‘자유주의연대’가 모체다. 이들은 좌파와 우파간 경쟁을 인정하는 합리적 보수 그룹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다보니 극우성향인 어버이연합과 노선 갈등을 빚어왔다. 

한 보수단체 고위인사는 “추 총장이 허 행정관을 콕 집어 거명한 것은 박근혜 정부가 시대정신 출신들을 요직에 등용하고 있는데 대한 불만을 드러낸 것”이라며 “대통령에게 주는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자신들의 마음에 들지 않는 가신들만 잘라내고자 하는 의도였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앞뒤 상황을 종합해보면 이번 사태는 탈북자단체들 간의 해묵은 이권 다툼과 노선 갈등, 박근혜 정부에 대한 섭섭한 마음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불거진 것으로 보인다. 어버이연합에 불만을 가진 일부 탈북자그룹이 추 총장의 뒤를 쳤고, 추 총장은 평소 불만이었던 청와대 행정관을 물고 늘어지면서 사태가 일파만파로 불거진 것이다. 

A대표는 “언젠가는 터질 일이 터진 것”이라며 “보수시민단체들이 진정한 애국 세력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아킬레스건인 돈·권력 문제를 이번 기회에 제대로 청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CNB=도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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