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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후폭풍] 대구·광주發 정계개편 쓰나미 온다

대선구도 새판…여야 합종연횡 3대 시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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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16.04.14 14:05:56

민심은 냉엄했다. 무능한 여야와 박근혜 정권의 불통·오만에 대한 심판이었다. 16년 만에 의회 권력이 ‘여소야대’로 짜였지만 어느 한쪽도 과반을 넘진 못했다. 더불어민주당은 호남에서 사실상 전멸했고, 새누리당은 영남 철옹성이 무너졌다. 대구에서 최초로 민주당계열 인사들이 당선됐고, 울산·부산에서 무소속·야권 바람이 거세게 일었다. 광주와 전라도 전역에선 ‘국민의당’이 이변을 일으켰다. 대선구도 또한 새판이 짜이게 돼 정치권은 거대한 정계개편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전망이다. ‘태풍의 눈’은 누가 될까. (CNB=도기천 기자)

▲이번 총선을 계기로 여야 할 것 없이 새로운 세력들을 중심으로 정계개편이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왼쪽부터) 총선 직후 침통한 표정으로 당사를 떠나고 있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개표방송을 지켜보고 있는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 총선 결과에 관해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진=연합뉴스)

정치권 ‘새로 줄서기’ 본격 시동
자충수 둔 박근혜 정부 ‘레임덕’
진영논리 넘는 미래세력 ‘수면위’ 

새누리당은 이번 총선에서 충격의 참패를 당하며 원내 제1당의 자리마저 더민주당에 내줬다. 최대 접전지인 수도권에서 전체 의석(122석)의 3분의 1도 확보하지 못했고, ‘전통적 텃밭’인 영남권에서도 총 65곳 가운데 무려 17곳에서 야당과 무소속 후보에게 밀렸다.

더민주당은 수도권에서 예상 밖으로 압승한 데 힘입어 새누리(122석)보다 1석 많은 123석으로 원내 제1당의 자리를 차지했다. 하지만 호남 전 지역에서 국민의당에게 참패했다. 호남에서 반문(반문재인) 정서를 극복하지 못했다.  

국민의당은 호남을 싹쓸이하며 내심 기대했던 40석에 근접한 38석을 배출했다. 특히 정당지지도에서 더민주당을 앞서며 비례대표 13석을 차지했다. 더민주 내 주류인 친노·86그룹이 호남 정서를 등한시한데 대한 결과로 풀이된다.  

정의당은 심상정·노회찬 후보가 지역구에서 예상 밖 압승을 거뒀지만 정당지지도에서 초라한 성적표를 내며 힘겹게 비례대표 4석을 건졌다. 당초 약진했던 정당지지율이 안철수 바람에 밀려 국민의당 쪽으로 대거 이동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14일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 해단식에서 총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대표직에서 사퇴하겠다며 머리를 숙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합칠 경우 ▲더민주 123석 ▲새누리당 122석 ▲국민의당 38석 ▲정의당 6석 ▲무소속 11석 등으로 집계됐다. 무소속을 제외한 야(野) 3당만 합치더라도 무려 167석에 달하면서 16년 만에 ‘여소야대(與小野大) 국회’가 재연됐다.

한때 국회선진화법(현행 국회법)을 무력화할 수 있는 180석을 목표로 삼았던 새누리당은 과반 확보는 고사하고 마지노선이었던 145석에도 턱없이 모자라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더욱이 원내 제1당의 자리를 더민주에 내주며 국회 주도권을 상실하게 됐다. 

박근혜 정부는 여소야대 정국에서 레임덕이 불가피해 보인다. 선거 막판까지 ‘진박(진짜 친박) 공천’과 ‘야당 심판’을 주장했던 터라 이에 대한 책임론이 여권 내에서 거세질 전망이다. 

더민주당 또한 ‘반쪽의 승리’였다. 수도권에서 약진했지만 전통 텃밭인 호남에서의 참패는 큰 충격을 안겨줬다. 김종인 대표와 문재인 전 대표가 연이어 호남을 찾아 지지를 호소했지만 야당의 심장부인 광주에서 단 한 석도 차지하지 못하는 수모를 겪었다.

▲안철수 대표가 국민의당 마포구 당사에서 개표방송을 보면서 미소를 짓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반대로 더민주당의 반사이익을 얻은 국민의당은 호남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정치세력으로 급부상 했다. 범야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가 동력을 상실하게 된 반면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는 상당한 반사이익을 얻으며 대권 잠룡으로서의 자리를 굳히게 됐다. 

하지만 수도권에서의 득표가 고작 2석에 그쳐 전국 정당의 이미지를 부각시키지는 못했다. 야권 지지층 내에서는 ‘새로운 지역주의 정당이 탄생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유일한 진보정당인 정의당은 국민의당의 부상, 무소속의 약진 등의 틈바구니에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한 채 ‘미니정당’으로 밀렸다. 하지만 진보진영 스타인 ‘노회찬 심상정’ 바람이 일었다는 점에서 향후 대선 구도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호남의 안철수, 영남의 김부겸·유승민 ‘급부상’

이처럼 여야 모두 이번 총선을 통해 새판이 짜이게 되면서 여의도 정가에서는 벌써부터 정계개편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다. 시나리오의 큰 축은 대구와 광주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대구에서는 유승민과 김부겸이 각각 여야의 새로운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유승민 의원이 새누리당에 복귀할 경우, 비박계의 전폭적인 지원 하에 일약 여권 내 유력 대선주자로 부상할 전망이다. 무소속 유승민 당선인(대구 동을)이 14일 오전 불로전통시장에서 시민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때 친박계의 핵심이었던 유승민(대구 동을) 당선자는 이번 총선에서 ‘따뜻한 보수’를 선언하며 무소속 출마했다. 박 대통령은 노골적으로 유 당선자를 겨냥해 “배신의 정치를 국민들이 심판해 달라”고 주문했고, 여당 내에서는 ‘유승민 찍어내기’가 본격화됐지만 결국 75.7%의 경이로운 득표율을 기록하며 당선됐다.

새누리당의 이번 총선 참패 원인 중 하나가 민심을 거스른 ‘진박 내려꽂기 공천’이었다는 점에서 선거책임론이 부상하면 유 당선자의 복당이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더민주와 단 한 석 차이로 원내1당 지위를 내준 새누리 입장에서는 유 당선자 뿐 아니라 주호영(대구 수성구을), 강길부(울산 울주), 안상수(인천 중구동구강화군옹진군), 윤상현(인천 남구을) 등 새누리당을 탈당해서 당선된 인사들의 복당이 절실해진 상황이다. 

유 당선자가 비박계의 전폭적인 지원 하에 복귀하면 일약 여권 내 유력 대선주자로 부상할 전망이다. 이번 총선 참패의 책임을 지고 유력 대선 주자인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물러나면 유 당선자를 중심으로 새판이 짜여질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여권발(發) 정계개편이 현실화될 수도 있다. 유승민을 중심으로 여야를 망라한 합리적 보수세력이 집결할 가능성이다. 

무너진 보수 아성…‘제3지대 신당론’ 솔솔

김부겸 당선자는 야권발(發) 정계개편의 ‘태풍의 눈’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김 당선자는 이번 총선에서 대구 최초의 민주당계열 당선인이 됐다. ‘대구의 강남’이라는 수성갑에서 경기도지사 출신인 김문수 새누리당 후보를 무려 25% 차이로 따돌리는 기염을 토했다. 19대 총선과 2014년 대구시장 선거에서 고배를 마셨던 김 당선자는 ‘3수’만에 보수 아성을 무너뜨린 것이다.   

여기다 ‘김부겸 사람’으로 불리는 무소속 홍의락 의원은 더민주 공천에서 컷오프 되자 탈당 후 무소속으로 출마, 대구 북을에서 이변을 일으키며 당선됐다. 홍 당선자가 더민주에 복당할 경우, 김부겸계는 영남을 중심으로 당내에서 입지가 커질 전망이다. 

특히 문재인 전 대표가 “광주에서 인정을 받지 못하면 대선 후보 자격을 포기 하겠다”고 선언한 만큼 정계은퇴에 가까운 결단을 내려야할 처지가 됐다는 점도 신진세력인 김부겸계의 약진 배경이 되고 있다.   

김 당선자는 친노·86·구민주계 등 어느 쪽으로부터도 자유로운 데다, 영남 뿐 아니라 수도권 40~50대를 중심으로 안정적인 지지층을 갖고 있다. 보수 아성 대구에서 오랜 세월 한길을 걸으며 도전해왔다는 점에서 ‘노무현 데자뷰’ 효과도 기대된다.     

하지만 당내 지지기반이 약한데다, 야권 내 호남 지역 의원들로부터 견제 받고 있는 점은 걸림돌이다. 김 당선자가 당내에서 약진하게 되면 야권은 호남의 안철수, 영남의 김부겸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대구에서 최초의 민주당계열 후보로 당선된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당선인(대구 수성갑)이 14일 대구 수성구 범어네거리에서 시민들에게 당선인사를 하고 있다. 김 당선인 뒤로 총선에서 맞붙었던 새누리당 김문수 후보 사진이 걸려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편에서는 야권연대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호남을 주축으로 한 국민의당과 수도권 중심의 더민주가 내년 대선을 앞두고 다시 손을 잡을 것이라는 시나리오다.
 
국민의당이 ‘친노패권주의 청산’을 선언하며 신당을 창당한 터라, 친노 주류와 무관한 김부겸 세력에 대한 거부감이 없다는 점도 야권연대설의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현재로선 가능성이 희박하지만 ‘제3지대 신당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유승민 김부겸 손학규 등 중도성향의 합리적 보수·진보 세력들이 모여 새로운 전국정당을 출범시킬 가능성이다.

이들 모두 해묵은 지역구도, 보혁(保革)으로 나뉜 진영논리를 끝내야 한다는 점에 공감하고 있다는 점에서 나오는 얘기다.

여의도 정가의 한 소식통은 “친박·친노 등 진영논리에 갇힌 낡은 정당정치를 끝내라는 게 이번 총선의 민심”이라며 “내년 대선을 앞둔 정치권의 합종연횡은 이제부터가 본격적인 시작이며, 여야 할 것 없이 새로운 세력들을 중심으로 정계개편이 속도를 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CNB=도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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