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마사회 말산업육성본부가 경북 영천시, 구미시, 경남 함안군, 전주기전대학, 한국경마축산고교 등 5개 기관과 승용마 전환사업 기술협약를 체결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활동기간 동안 탁월한 성적을 낸 경주마들은 씨수말이 돼 광속 질주본능이 탑재된 DNA를 대대손손 자손에게 물려주며 노후를 보내는 경우가 많다. 임무의 중대함 때문에 통상 다른 경주마들에 비해 넓고 깨끗한 집에서 생활하며 최상의 복지를 보장받는다.
하지만 아쉽게도 퇴역경주마 중 이러한 기회를 손에 거머쥘 수 있는 케이스는 상당히 드물다. 렛츠런파크 서울과 부산경남에서 은퇴하는 경주마는 1년에 약 1350두로서 이중 씨수말로 전환되는 경우는 소수이며 절반에 가까운 말들이 승용마로 활용된다. 전문 승용마와 비교 시 가격이 저렴하다는 장점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경주마가 승용마로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경주마는 무조건 앞만 보고 달리는 기질을 극대화시킨 말이다 보니 사람과의 교감과 호흡이 중요한 승용마로서는 성격이 맞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퇴역경주마의 이러한 기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무리하게 승용마로 활용 시 각종 사고로 어이질 수 있으며 이는 다시 승마산업의 위축으로 연계될 가능성도 크다.
이처럼 양면의 날을 가진 경주마이기에 순치(말을 여러 가지 사물에 익숙하도록 길들이는 것) 훈련이 상당히 중요하다. 가까운 나라 일본의 경우 승용마 중 경주퇴역마가 80%이상을 차지하고 있지만 순치 훈련을 제대로 거쳤기 때문에 안전사고 발생률이 상당히 낮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한국 역시 농림축산식품부가 수년간 말산업육성 정책에 심혈을 기울인 결과 지난해 민간 승마장 수는 457개로 2013년 대비 40%나 증가했다. 이에 따라 승용마 수요도 많아져 경주 퇴역마가 승용마로 다수 활용되고 있지만 전문 순치 훈련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 부족으로 상당수의 승마장이 곤란을 겪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에 한국마사회 말산업육성본부는 올해 최초로 관계기관들과 승용마 전환사업 MOU를 체결하고 경주마 순치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
영천시, 구미시, 함안군의 경우 지자체 승마장을 운영하고 있는 지역자치단체들이며 전주기전대학, 한국경마축산고등학교는 현재 말산업과 관련된 교육을 진행 중인 곳으로 한국마사회는 이들 기관과 함께 퇴역경주마 40두를 대상으로 전문 순치교육을 진행한다.
20두는 한국마사회가 매입하고 나머지 20두를 5개 기관이 매입해 개별적으로 순치훈련을 진행하되 한국마사회가 교육 및 보조금 등을 적극 지원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이를 위해 한국마사회는 승용마 조련에 조예가 깊은 프랑스 조련 전문가 3명을 다음 달 초청할 방침이다. 이후 이들은 렛츠런팜 장수(목장장 신광휴)에 머물며 한국마사회는 물론 5개 기관에 전문 순치훈련 지식을 전파하며 안전한 승용마 보급에 앞장서게 된다.
구체적으로 순치 훈련은 예민한 경주마들의 성격을 온순하게 만드는 것부터 시작된다. 이후 경주마들의 보폭을 승용마에 맞게 바꾸는 교육이 진행된다. 통상 경주마들의 경우 몸을 낮추고 보폭을 최대한 크게 하며 전속력으로 달리도록 훈련되어 있기에 이를 안정적인 보폭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 이는 기승자의 안전을 보장한다는 측면에서도 상당히 중요한 과정이다.
한국마사회는 프랑스 조련 전문가들이 월 주기로 5개 기관에 방문토록 하여 순치담당 인력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할 방침이다. 또한 상시 모니터링을 지속하는 한편 사업 보조금도 함께 지원할 계획이다.
올해 10월에는 퇴역경주마 출신 승용마들에 대한 안정성 평가도 최초로 실시할 계획이다. 이번 승용마 전환순치 MOU 체결 대상인 퇴역경주마 40두 외에 민간에서 개별 순치를 진행한 승용마들도 참여가 가능하다. 이를 통해 이번 승용마 전환순치 사업에 대한 결과를 검증해 볼 생각인 것이다. 10월 이후에는 해당 승용마에 대한 경매도 함께 진행된다.
신광휴 목장장은 “내년에는 민간승마장까지 기술 보급을 확대할 계획”이라며 “경주퇴역마를 승용마로 제대로 활용할 수 있다면 경주마보호와 승마산업 발전 측면에서 의미 있는 결실을 맺는 것”이라고 말했다.
(CNB=이병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