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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텔링] 대우인터→포스코대우, 그들이 ‘대우’ 못 버린 이유

‘대우 지키기’ 긴 여정…이젠 종착역 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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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16.03.24 11:47:37

▲지난 21일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진행된 포스코대우(구 대우인터내셔널) CI 선포식에서 김영상 포스코대우 사장(오른쪽)이 새 사명이 적힌 깃발을 흔들고 있다. 김 사장 왼편이 권오준 포스코 회장. (사진=포스코대우)

지난 2010년 포스코에 인수된 대우인터내셔널이 ‘대우’ 사명을 유지할 수 있게 되면서 이 회사가 사우디에서 추진 중인 국민차 보급 사업이 탄력을 받게 될 전망이다. 사우디 정부가 국민차 브랜드로 ‘대우’를 사용하길 원하고 있는 가운데, 자칫 ‘대우’ 명칭을 잃어버릴 뻔 했던 위기도 있었다. 이들이 ‘대우’ 이름을 지키게 된 데는 어떤 사연이 있을까. (CNB=도기천 기자)

항명파동·사명변경…대우 지키기 안간힘
‘대우’ 명칭 사수…사우디 국민차 탄력 
마지막 대우맨들, ‘탱크주의’ 부활 기대

대우인터내셔널(이하 대우인터)은 지난 14일 정기주주총회에서 사명을 ‘포스코대우’로 변경하는 안건을 의결한데 이어, 21일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임직원 1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신(新) 사명 및 CI(Corporate Identity)선포식을 진행했다. 

영문 사명은 ‘DAEWOO INTERNATIONAL CORPORATION’에서 ‘POSCO DAEWOO CORPORATION’으로 변경됐다. 이로써 포스코에 인수된 지 6년 만에 대우인터는 모기업인 포스코의 이름을 사명에 추가하게 됐다.

이번 사명이 의미를 갖는 것은 그동안 포스코와 대우맨들 사이에 ‘대우’ 명칭을 두고 보이지 않는 신경전이 계속돼 왔기 때문이다. 

포스코 내에서는 “인수된 지가 언젠데 아직도 대우냐”는 말들이 회자됐지만, 대우그룹 시절부터 철강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전통 대우맨들은 사명에 대한 애착이 강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포스코 입장에서는 2008년 포스코에 인수된 대우엔지니어링이 3년 뒤 포스코엔지니어링으로 사명을 바꾼 전례가 있는 만큼 ‘대우인터내셔널’ 또한 적당한 시기에 ‘포스코인터내셔널’로 변경되는 게 순리였다. 

그러다보니 대우맨들과 잦은 마찰이 있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해 발생한 전병일 당시 대우인터 사장의 항명 파동이다. 

포스코는 철강사업 본연의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최근 몇년 간 고강도 구조조정을 추진하면서 미얀마 가스전을 매각할 계획을 세웠다. 

그러자 대우 출신의 전병일 사장이 사내게시판에 매각 반대 글을 올리는 등 권오준 포스코 회장에게 항명한 것. 2004년부터 매년 3000~4000억원의 수익을 올리고 있는 미얀마 사업은 대우맨들의 자존심으로 통한다. 1977년 대우중공업에 입사한 전 사장은 유독 이 사업에 애착이 컸었다. 

전 사장은 항명 파동이 있은 직후인 지난해 6월 권 회장의 보좌역으로 자리를 옮겼다. 대우맨의 상징인 전 사장이 권 회장의 보좌하는 역할을 맡게 됨으로써 사태가 일단락되는듯했다.  

▲‘대우’ 마크가 선명한 대우인터내셔널의 2014년 국제의료봉사활동 모습. 대우인터내셔널은 지난 21일 포스코대우로 재출범했다. (사진=포스코대우)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 대우인터의 사명 변경이 속도를 냈다. 포스코그룹은 항명 파동이 있었던 터라 대우인터가 자발적으로 사명을 바꾸는 모양새를 취했다. 

하지만 사명에서 ‘대우’를 떼어 내려는 의도로 비춰지면서 여기저기서 강한 불만이 나왔다. 아예 대우인터를 떠나는 직원도 늘어 1100명에 이르던 직원수가 1년새 1000여명 가량으로 줄었다. 

대우인터 직원들은 미래에셋증권의 손에 들어간 대우증권, 동부그룹에 인수된 대우전자, GM에 인수된 대우자동차 등 다른 회사의 대우맨들에 비해 유독 ‘대우’ 명칭에 의미를 뒀다.  

이는 1999~2000년 대우사태로 대우의 대부분 계열사들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그룹의 지주사인 (주)대우가 ‘대우’ 브랜드의 소유권을 대우인터에 넘기고 사라졌기 때문이다. 대우인터는 현재도 동부대우전자 등으로부터 브랜드 사용료로 매년 30억원 가량의 부가 수익을 올리고 있다.  

이처럼 대우인터가 대우그룹의 법통을 잇고 있는 유일한 기업이다 보니, 대우 브랜드에 대한 직원들의 애착이 클 수밖에 없다.   

이런 배경에서 포스코가 대우인터를 인수한지 6년이 지나도록 사명에 ‘포스코’를 넣지 못했고, 이번 사명변경에서도 ‘대우’ 이름이 유지된 것이다.   

▲다른 기업에 인수됐지만 여전히 ‘대우’ 명칭을 사용하고 있는 옛 대우그룹 계열사들. 동부그룹이 인수한 동부대우전자의 해외 신제품 로드쇼(왼쪽), 미래에셋에 인수된 KDB대우증권의 여의도 본사(오른쪽). (사진=CNB포토뱅크)


태클 건 GM, 마지막 걸림돌

대우 명칭 사수로 대우인터의 사우디 국민차 사업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사업은 대우인터가 사우디 국부펀드인 퍼블릭인베스트먼트펀드(PIF)가 신설하는 국영 자동차회사 지분 15%를 인수해 자동차 설계, 부품조달, 조립 등 국민차 생산을 위한 전 공정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프로젝트다. PIF는 총사업비 10억 달러(1조1600억원)를 들여 2018년부터 자국산 자동차를 출시할 계획이다.  

사우디 정부는 국민차 브랜드로 ‘대우’ 명칭을 쓰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사우디에서 ‘탱크주의 대우’에 대한 인지도가 예전부터 높았기 때문. 

대우차가 부활할 절호의 기회다보니 대우 출신들은 이 사업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사우디 사업을 맨 처음 지휘했던 전병일 전 사장은 물론 현재의 김영상 사장 또한 1982년 ㈜대우에 입사한 대우맨들이다. 

이번 사명 개정에서 ‘대우’ 이름이 없어졌다면 사우디 사업도 맥이 빠질 뻔했지만, 포스코대우로 사명이 바뀌면서 ‘대우=탱크주의’라는 마케팅 전략이 중동 사막에서 힘을 받게 됐다.  

포스코대우(대우인터) 관계자는 23일 CNB에 “사우디정부와 국민차사업의 구체적인 내용을 조율하고 있는 단계며, 올해 안에 최종계약이 체결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계약이 진행 중인 사안이라) 자세한 내용을 밝힐 순 없지만 서로 간에 별다른 이견 없이 순조롭게 잘 돼 가고 있다”고 전했다. 

남은 관문은 GM과의 대우차 브랜드 분쟁이다. 대우자동차는 GM에 매각돼 2002년 GM대우로 재출범했다. 이후 ‘GM대우’는 ‘한국GM’으로 회사명을 바꾸고, 그간 써온 ‘대우’ 명칭을 GM의 주력 브랜드인 ‘쉐보레(Chevrolet)’로 바꿨다. 이때부터 GM에서 출시되는 모든 완성차에서 ‘대우’ 명칭이 사라졌지만 ‘대우차’ 명칭 사용권은 여전히 GM이 갖고 있다. 

포스코대우는 “GM이 지난 4년간 대우 명칭을 사용하지 않았으므로 속지주의(자국법 우선) 원칙에 따라 법적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GM은 포스코대우가 ‘대우’라는 이름을 사용할 경우 법적대응 하겠다는 입장이다.   

업계에서는 사우디 법원이 속지주의에 의거해 GM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중동에서 ‘대우차’를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CNB=도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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