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B가 단독 입수한 SNS를 통해 유포되고 있는 김문수 후보와 김부겸 후보를 비방하는 이미지 사진들. “김문수 후보가 북한의 공작금 중 일부를 안기부로부터 받았다”(왼쪽) “김부겸 후보가 간첩으로부터 돈을 받았다”(오른쪽)는 내용이 실려 있다.
야당 불모지 대구에서 민주통합당(현 더민주당) 최고위원 출신의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와 경기도지사를 지낸 김문수 새누리당 예비후보가 팽팽한 접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두 후보를 둘러싼 해묵은 색깔론이 제기돼 주목된다.
김부겸 후보는 이달 초 김문수 후보 캠프 관계자들을 선거법 위반 혐의로 선관위와 경찰에 고발했고, 이에 맞서 김문수 후보 측은 김부겸 후보 측 관계자를 허위사실 유포와 명예훼손, 무고 등의 혐의로 경찰에 맞고발 했다.
“두 사람 간첩 돈 받았다” SNS 루머 확산
이번 사건은 ‘과거 김부겸 후보가 간첩으로부터 돈을 받았다’는 내용이 SNS상에 떠돌면서 비롯됐다. 포토샵으로 제작된 조잡한 그래픽 형태의 사진에는 “1988년 간첩 이선실에게 받은 당시 500만원, 지금은 아주 큰 돈”이라고 새겨져 있다.
당시 일간신문 보도를 스캔해서 조합한 이 사진이 단체카톡방에 올라왔는데, 올린이의 명의가 김문수 후보 공동선거대책위원장 A씨였다. 김부겸 후보 측은 A씨를 선관위에 고발했고 선관위는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경찰로 사건을 이첩했다.
‘김부겸 후보가 간첩으로부터 돈을 받았다’는 혐의(국가보안법상 금품수수죄)는 1993년 1심 판결에서 무죄로 판명났다. 이후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판결을 받았다.
따라서 당시 사건은 김부겸이 간첩으로부터 돈을 받은 사건이 아니다. 선거법상 명백한 허위사실 유포에 해당된다.
“김부겸 피고인 3년구형” 제목을 단 또 다른 이미지도 SNS상에 떠돌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CNB가 입수한 이 사진에는 “김부겸 피고인 3년 구형”을 제목으로 달아, “간첩인줄 알면서도 신고하지 않았다. 명백한 팩트”라고 적혀 있다.
이는 당시 서울지검 공안1부의 한 검사가 구형한 것으로 재판부의 최종판단(대법원)과 배치된다. 유·무죄를 가리는 건 최종 판결인데, 1심에서 검사가 구형한 형량을 마치 판결 받은 형량인 것처럼 오해하도록 유도한 것이다.
현재 경찰은 김문수 후보 측 관계자들에 대해 선거법 위반 혐의로 조사 중이다.
이에 대해 김문수 후보 측은 “김문수 후보 캠프 관계자와 자원봉사자 어느 누구도 김부겸 후보와 간첩 이선실 관련 SNS글과 사진을 가공한 적이 없고, 이를 조직적으로 유포한 적이 없다”며 “이미 SNS에 떠돌고 있던 것을 우연히 보고 각자의 SNS에서 몇몇 지인들과 자유로운 의사와 정보를 공유한 단순 행동으로 선거법상 아무 문제가 없는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현행 선거법에 따르면, 김문수 캠프 관계자들이 이미지를 가공했지 않았다하더라도 이를 퍼 날랐다는 사실만으로도 경우에 따라 무거운 처벌을 받을 수 있다.
한편 김문수 후보의 확인되지 않은 과거사를 실은 사진도 SNS에 등장했다.
이 사진은 1995년 5월 월간조선 보도를 인용하고 있다. 당시 보도는 조갑제 월간조선 편집위원이 안기부 수사국장 출신의 정형근씨를 인터뷰한 내용이다.
이 인터뷰에서 정형근씨는 “북한의 공작금 중 사용한 7900만원을 보면 18명의 후보에게 최고 2000만원을 주었다. 그리고 활동비 명목으로 4천3백만원을 지출했는데 김문수 등이 안기부에서 수령자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김문수 후보는 지난 1996년 15대 총선 때 ‘불법 총선 자금’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문제의 사진에는 당시 인터뷰 내용이 그대로 실렸으며, 트위터 등 SNS를 통해 퍼지고 있다.
시민들 “또 색깔론…지겹다”
이처럼 양측의 충돌이 계속되고 있는 이유는 TK(대구·경북) 민심 향배의 바로미터가 ‘대구 수성갑’ 지역인데다, 두 후보가 이곳에서 초박빙 승부를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대구에서는 지난 수십 년간 야당후보가 당선된 적이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김부겸 후보가 선전하자 새누리당은 경기도지사 출신의 김문수 후보를 사실상 전략공천 했다.
새누리당 입장에서는 수성갑이 야당에 넘어가면 대구의 여당 기반이 통째로 흔들릴 수 있다. 반대로 더민주당으로서는 첫 교두보가 마련되는 셈이다. 두 후보가 치열한 접전을 벌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대구시민들 사이에서는 “세 번째로 도전하는 김부겸 후보를 이번에는 밀어줘야 한다”는 여론과 “그래도 새누리당”이라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수성구에서 15년 거주했다는 김홍열(가명·47) 씨는 “선거 때만 되면 등장하는 색깔론이 정말 지겹다. 허위사실로 서로를 흠집 내지 말고 당당하게 공약으로 승부를 걸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CNB=도기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