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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텔링] 베일 속 재벌가 여배우들…기구한 인생쌍곡선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그녀들 인생역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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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16.03.18 11:59:04

고(故) 이맹희 CJ그룹 명예회장의 혼외자녀 이모(52)씨가 이재현 CJ그룹 회장 삼남매에게 자신의 상속분을 달라는 소송을 내면서 이씨의 모친이 한국영화 1세대 영화배우였던 사실이 알려져 눈길을 끌고 있다. 앞서 롯데가(家) 분쟁에서는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셋째부인이 유명 배우 출신이라는 것이 알려져 주목받기도 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재벌가 여배우들. ‘그 시절 그녀들’은 지금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을까? (CNB=도기천 기자)

▲질곡의 삶을 살아온 재벌가의 여배우들. (왼쪽부터)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셋째부인 서미경 씨가 주연을 맡은 1976년작 영화 ‘단둘이서’의 한 장면.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혼외 부인으로 알려진 영화배우 출신 김씨(64)의 젊은 시절 모습. 고(故) 이맹희 명예회장과 인연을 맺었던 여배우 박모 씨가 출연한 1961년 영화 ‘황진이의 일생’ 영화 포스터.


신격호·정주영·이맹희 여인들 질곡의 세월
‘별당 마님’ 서러움…철통보안 속 은둔생활
경영권 분쟁·상속 소송 잇따르면서 수면 위

고 이맹희 명예회장의 혼외 자녀인 이씨는 최근 이재현 회장 등을 상대로 유산상속 소송을 제기했는데, 이 과정에서 이씨의 모친 박모씨의 과거사가 화두에 올랐다. 

박씨는 60년대 유명 여배우다. 1961년 영화 ‘황진이의 일생’에 출연해 화제를 모았으며, 과거 여러 영화에 단역 출연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그룹 창업주의 맏아들이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형인 이 명예회장은 박씨와 동거한 끝에 1964년 이씨를 낳았다. 하지만 호적에 이름이 올리지 못했고 박씨 모자는 삼성·CJ 측과 무관한 삶을 살았다. 

그녀가 세상에 알려진 것은 2010년 이 명예회장을 상대로 아들의 과거 양육비를 달라는 소송을 내면서부터다. 

박씨는 소장에서 “나는 영화배우 출신으로 이씨와 1961년에 만나 3년 간 동거해 아들을 낳았다. 이 사실을 뒤늦게 안 이병철 삼성 회장이 크게 화를 내 관계를 정리할 수밖에 없었다. 아들을 홀로 키워야 했다”고 주장했다. 

박씨는 아들이 출생한 뒤 성년이 되기까지 20년 간 매달 200만원으로 양육비를 산정, 총4억8000만원을 요구해 승소했다.   

아버지를 아버지라 못불러

이후 이 명예회장이 지난해 8월 84세로 세상을 떠나자 이번에는 이씨가 CJ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 명예회장은 자산 6억여원과 채무 180억원을 남겼다. 재벌가 일원으로서는 이례적으로 빚더미만 남긴 것. 상속법에 따라 부인 손복남(83) CJ그룹 고문에게 자산 1억6천여만원과 부채 49억1천만원, 자녀 1인에게 각각 자산 1억1천만원과 부채 32억7천만원씩 돌아갔다. 

하지만 손 고문과 삼남매는 법원에 상속 포기 의사를 밝혀 채무가 면제됐다. 민법상 빚도 상속되는 만큼 채무승계 부담을 피하기 위해 상속 재산 전부를 포기한 것. 

하지만 이씨는 1억여원의 자산과 32억여원의 채무를 그대로 상속했다. 

이씨의 이해하기 힘든 행동은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상속포기 조치를 취하지 않은 배경에 대해 일각에서는 이씨가 상속 재산 중 채무가 더 많은 사실을 몰라 신고를 안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이씨가 ‘유류분 반환청구 소송’(상속 소송)을 낸 것이 최근 확인되면서 의문이 풀렸다. 유류분 소송은 숨은 재산을 찾아서 돌려달라는 것이다. 

이 명예회장은 사실상 빚만 남기고 타계했지만 이씨는 아버지가 생전에 이복형제 등에게 물려준 재산이 있을 것이라 보고 있다. 또 고(故) 이병철 회장이 며느리인 손 고문에게 물려준 재산도 사실상 이 명예회장이 관리한 차명재산이라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뒤 상황으로 볼 때, 이씨와 박씨는 그동안 넉넉지 못한 삶을 살아온 것으로 짐작된다. 이씨는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도 못한 채 살아오다 지난 2004년 이 명예회장을 상대로 친자 확인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외국 유학을 다녀온 이씨는 한국에 정착해 사업을 하던 중 이 명예회장을 상대로 “내가 친자임을 확인하라”는 소송을 냈고 법원은 이씨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이후에도 아버지와의 만남은 거의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 측은 “가족관계 등록부에 오른 후에도 CJ 측은 나를 없는 사람 취급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씨는 아버지의 빈소를 지킬 수도 없었다. CJ 측이 이씨의 이 명예회장 장례식 참석을 막은 것으로 전해진다. 

박씨가 과거 양육비 청구소송 때 밝힌 바에 따르면, 이 명예회장은 1984~1986년 사이에 부산에서 이씨를 몇 차례 만나 지갑과 볼펜, 시계 등을 전달했다. 이것이 부자 상봉의 전부였다. 

이재현 회장과 4년 차이인 이씨는 미국에서 유학생활을 하고 돌아와 한국에 정착했으며 현재 인테리어 관련 사업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셋째부인 서미경씨와 그녀의 딸 신유미 롯데호텔 고문 소유의 방배동 빌라. 서씨와 그녀의 오빠 서진석 유원실업 전 대표 등 서씨 일가가 살고 있다. 3미터가 넘는 당장에 CCTV로 둘러싸인 철옹성이며, 로코코 양식으로 지어졌다. (사진=도기천 기자)


이맹희의 박씨, 신격호의 서씨 ‘대조적’

박씨 모자는 굴곡의 삶을 살아왔지만, 호사(豪奢)를 누리고 있는 ‘재벌가 여배우’도 있다.   

신격호(94) 롯데그룹 총괄회장과 사실혼 관계에 있는 영화배우 출신의 서미경 씨다. 

롯데그룹은 창업주 신 총괄회장의 두 아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 간의 골육상쟁(骨肉相爭)이 2년 가까이 계속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신 총괄회장의 성년후견인 지정 여부를 판단하는 재판이 지난달부터 시작됐는데 이 과정에서 서씨가 주목받고 있다.   

신 총괄회장의 셋째부인인 서씨는 7살 때 TBC 어린이합창단 활동을 하며 연예계에 첫발을 내디딘 이후 여러 영화에 출연하며 아역배우로서 이름을 날렸다. 1977년 ‘제1회 미스 롯데’에 뽑히면서 롯데 전속모델로도 활약했다. ‘서승희’라는 예명으로 드라마, MC, 영화, 광고까지 두루 섭렵했다. 

그러다 스물두살 때인 1981년, 37살이나 많은 신 총괄회장을 만났고, 이후 둘 사이에 딸 신유미(현 롯데호텔 고문)가 생겼다. 신 총괄회장이 서씨와 인연을 맺을 당시 그에겐 이미 본처(시게미쓰 하츠코)와 전처(첫번째 부인 고 노순화)가 있었지만 서씨에 대한 그의 애정은 각별했다. 

서씨 모녀 소유의 서초구 방배동 롯데캐슬 벨베데레 빌라는 여섯 가구로 이뤄져 있는데 서씨 일가와 신 총괄회장이 이용하고 있다. 여섯 가구 전부의 소유주가 서씨와 서씨의 무남독녀 신유미다. 빌라 시세는 1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지만 실제 매매가 이뤄진 적이 없어 사실상 가격을 매길 수 없는 건물이다. 

서씨 모녀는 롯데시네마 매점 운영권을 갖고 있는 유원실업의 지분 100%를 갖고 있다. 서씨의 오빠 서진석씨가 한동안 회사 대표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연 매출 200억원대의 매출을 거두는 알짜 회사다. 

롯데백화점 식당가에서 냉면집과 롯데리아 등 22곳을 운영하고 있는 유기개발도 서씨 모녀 소유다. 이들은 또 신 총괄회장으로부터 증여받은 땅을 포함해 1000억원 대의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다. 2007년 신격호 총괄회장이 서씨 모녀에게 증여한 서울 신사동 도산공원 옆 부지를 비롯, 대학로 유니플렉스와 인근 주차장, 방배동 빌라 등이다.

서씨 모녀는 롯데 계열사 주식도 갖고 있다. 서씨는 롯데쇼핑 주식 0.1%를, 신유미 고문은 롯데쇼핑 주식 0.09%, 롯데푸드와 코리아세븐 주식을 각각 0.33%와 1.4%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서씨 모녀도 박씨 모자처럼 베일에 가려진 삶을 살았다. 신 총괄회장이 조강지처를 둔 채 후처로 서씨를 들이다보니 처음부터 집안 내 반발이 심했다. 특히 첫번째 부인과의 사이에서 낳은 딸인 신영자 롯데복지재단 이사장이 둘의 관계에 제동을 많이 걸었다는 후문이다. 서씨는 끝내 롯데가(家) 호적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신유미 고문 또한 평생 얼굴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명색이 롯데호텔 고문이지만 호텔 직원들도 본 적이 없을 정도다. 한국와 일본을 오가며 머물고 있는 것으로 전해질뿐, 어디서 무엇을 하고 지내는지 아는 이가 없다.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왼쪽)과 고(故) 이맹희 CJ그룹 명예회장의 젊은 시절 모습. (사진=건국대,연합뉴스)


“후세대 재벌들 반면교사 삼아야”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혼외 부인도 2년전 언론인터뷰를 통해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 또한 영화배우 출신이며 기구한 인생을 살았다. 

정 명예회장의 숨겨진 여인으로 살아온 김씨(64)는 1973년 스무살 남짓한 나이에 마흔살 가까이 연상인 정 명예회장을 처음 만났다. 

당시 정 명예회장은 고 변중석 여사와 결혼한 몸이었지만 이런 사실을 숨긴 채 김씨와 만났고, 두 사람은 비밀결혼생활을 하며 두 딸을 낳았다. 이후 수십년간 김씨와 두 딸은 미국 등지를 오가며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러다 정 명예회장이 별세하자 2001년 두 딸은 친자확인소송을 내 승소했으며, 이후 현대가를 상대로 유산소송을 내 각각 50억원씩을 배분 받았으며, 2006년 추가로 소송을 제기해 각각 20억원씩 더 상속 받았다.

이처럼 재벌가 여배우들은 당시 최고의 영예를 누렸지만 자식들까지 신분을 숨긴 채 살아야 했다.  신 총괄회장의 셋째부인 서미경 씨처럼 수십년 간 호사를 누리고 있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굴곡의 삶을 살고 있다.      

<한국재벌사>의 저자 이한구 교수(수원대 경제금융학과)는 CNB에 “재벌 총수들의 여배우 스캔들은 당시 시대상을 그대로 투영하고 있다. 언론을 통제하고 돈으로 모든 것을 해결했던 근대자본주의 사회의 병폐가 고스란히 드러난 사건들”이라며 “스캔들로 생긴 자녀는 세상에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평생 신분을 숨기고 고통 속에 살아야 했다. 지금의 재벌들은 이를 철저하게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CNB=도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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