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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고 지배 시대’ 다가올수록 경제민주화 더욱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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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최영태기자 |  2016.03.15 15:47:55

이세돌의 알파고에 대한 ‘3패 뒤 1승’으로 이세돌뿐 아니라 인류가 활짝 웃었다. “그래도 인간!”이라는 아주 작은 희망에 인류가 매달리는 모습이다. 

이세돌과 알파고의 ‘세기의 바둑 대결’이 펼쳐지고 이세돌이 역사적 패배를 한 3월 9일, TV에선 바둑 전문가의 흥미로운 해설이 나왔다. 그는 “알파고가 평균 30수마다 한 번씩 실수를 해 이세돌이 그 실수를 파고들어 실리를 얻었지만, 인간과는 달리 알파고는 전혀 동요하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이세돌이 리듬을 잃은 것 아니겠냐”는 패인 분석이었다. 

이 분석에 “아하~” 하는 탄식이 터져 나왔다. 감정과 표정이 있는 인간은, 감정도 표정도 동요도 없는 로봇 또는 인공지능을 절대 이길 수 없다는 증명이었기 때문이다. 

감정 못 숨기는 천진난만한 인간과, 사이코패스보다 더 감정 없는 로봇의 대결

인간은 이성의 동물이기 이전에 감정의 동물이라서 극히 일부의 사이코패스를 제외하고는 감정을 숨기지 못한다. 진짜 웃을 땐 입술과 눈 주변의 근육이 모두 움직이지만, 억지로 웃을 땐 수의근(의지에 따라 움직일 수 있는 근육)인 입가 근육은 움직이지만, 불수의근(의지의 명령을 듣지 않는 근육)인 눈가 근육은 그대로이기 때문에, 입은 웃고 눈은 안 웃는 이른바 ‘차가운 미소’가 지어진다. 감정을 속이지 못하는 인간이, 사실상 그 내용을 알고 보면 하찮은 기계에 불과한 거짓말 탐지기에 진실과 거짓을 들통 나고 마는 것도, 인간의 어쩔 수 없는 감정의 작용 탓이다. 

사실 이러한 감정 차원에서의 불리함을, 영민한 이세돌 9단은 이미 알파고와의 대국 이전부터 알고 있었다. JTBC TV 뉴스룸은 14일 저녁뉴스에서 대국 열흘 전에 이뤄진 이세돌과의 인터뷰 영상을 내보냈다. 여기서 이세돌은 “제가 여태껏 해왔던 건 인간과의 대결입니다. 상대방의 호흡이나 기개 등을 느꼈는데 이번엔 그런 걸 느낄 수가 없어요. 바둑을 두는 모션. 그런 것만 봐도 알거든요. 지금 형세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구나. 이 사람이 기분이 또 어떻구나. 이 사람이 실수를 했을 때 굉장히 혼란스러워하고 있구나. 이런 걸 느낄 수가 있는데 컴퓨터는 그게 아니에요”라고 말했다. 감정이 있는 인간이, 무감정-무표정의 기계를 대할 때 느끼는 막연함과 무기력함, 공포를 이미 짐작하고 있었다는 얘기다. 

앞에서 ‘차가운 웃음’을 얘기했지만, 로봇은 언제든 눈과 입가를 모두 움직이는 따뜻한 미소는 물론, 그 중 어느 한 부분만을 ‘선택적으로' 움직여 미묘한 표정을 인간에게 지어보일 수 있게 될 것이다. 멀지 않은 장래에. 그러면 인간은 로봇의 천변만화하는 표정에 영락없이 속을 수밖에 없다. 

▲(JTBC 화면 캡처)


후손들은 2016년 3월 14일 ‘이세돌의 첫 승’을 어떻게 기억할까

그래서 인간의 사랑도 로봇 차지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 벌써 나와 있다. 상대방 인간의 널뛰는 감정변화에 온몸을 발가벗고 내놔야 하는 인간끼리의 위험한 사랑보다는, 내 기분에 척척 맞춰주는 로봇과의 사랑이 훨씬 안전하고 만족도가 높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그래서, 인터넷의 초창기 발전에 ‘야동’이 큰 역할을 했듯, 인공지능 로봇의 발전에도 ‘로봇과의 사랑’이 큰 기여를 하리라는 예상이다. 

결론은, 인간은 로봇-인공지능을 절대로 이길 수 없다는 것이다. 3월 14일 전인류가 환호한 이세돌의 첫 승리는, 아마도 인류 역사에서 “그때는 좋았는데…”라는 회한의 시선과 함께 기억될지도 모른다.

이래서, 로봇-인공지능이 내 일자리를 뺏을 거라는 공포에 인간들은 시달리고 있다. 그런데, 이런 고민에 대한 해결책은, 비록 초보적인 형태지만 이미 나와 있다. 

‘인간은 필요없다’라는 책에서 저자 제리 카플란은 그 해결책을 제시한다. 미국이든 한국이든 집을 살 때 이른바 ‘모기지’라는 걸 활용한다. 집을 담보로 은행 융자를 얻어 집을 사고, 구입자는 그 집에 살면서 장기간에 걸쳐 빚을 갚아나가는 형태다. 

로봇시대의 일자리 해결책 이미 제안되고 있는데… 한국에선 누가 이를 실행할 것인가

카플란은 모기지 대출과 비슷한 형태의 ‘직업 대출’을 제안한다. 인간이라면 직업을 가져야 하고, 직업을 제공하는 것은 국가와 사회의 의무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직업 대출은 어떤 사람이 장래에 일해서 받을 급료를 담보로 대출해주는, 즉 인간이라면 누구나 밥 먹고 살아가고 교육도 받을 수 있게끔 돈을 미리 주자는 아이디어다. 기업들은 이 직업 대출 과정에서 “이 사람이 앞으로 내 회사에 맞는 적당한 기술을 습득하면 채용하겠다”는 보증을 서고, 추후 실제로 이 사람을 근로자로 채용하면 세제 혜택을 받는다. 

이런 그의 제안이 실현되려면, 정부의 강제력이 있어야 한다. 로봇-인공지능 때문에 잉여로 남기 쉬운 보통 인간들에게 기업의 담보로 직업 대출 형태의 돈을 미리 내주려면, 정부의 강제력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자발적으로 이러한 '잉여 인간의 장기적 채용 보증'에 동의할 기업은 거의 없을 테니까.

4.13 총선을 앞두고 야권과 집권여당의 이합집산과 공천권 다툼으로 정치권은 혼란스럽다. 이런 '그들만의 리그'와는 달리, 유권자들의 첫 번째 관심사는 지난 2012년 대선 이후 줄곧 “먹고사는 문제”라는 여론조사가 여러 번 발표됐다.

알파고의 맹활약을 보면서 경제민주화, 즉 경제 문제의 정치적 해결의 필요성은 더욱 커졌다. 2012년 대선에서의 경제민주화 화두가 ‘재벌 대 서민’ 또는 ‘1% 대 99%’의 대립을 배경으로 한 것이었다면, 이제 알파고 이후 시대에는 여기에 로봇-인공지능까지 끼어들어, ‘재벌+로봇 대 서민’ ‘로봇-인공지능을 확보한 1% 대 나머지 99%’의 대결이 선거판의 화두가 될 수밖에 없다. 

거인처럼 다가오는 알파고의 쿵쿵 걸음은 점점 빨라질 것이며, 우리가 통제권을 쥘 수 있는 시기는 아주 짧을 것이라는, 즉 기회는 한 번밖에 주어지지 않으리라는 게 제리 카플란의 예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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