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후원하기
  • 인쇄
  • 전송
  • 보관
  • 기사목록
  • 오탈자제보

[단독] “부대입니다!” LG유플러스 ‘1원짜리 전화’ 숨은 사연

사상최초 ‘군(軍) 수신전용휴대폰’ 보급 내막

  •  

cnbnews 도기천기자 |  2016.02.25 14:24:00

▲국방부가 올해부터 전군에 보급하고 있는 군(軍)수신전용휴대폰.

선임병들에게 지속적으로 폭행당해 사망한 윤일병 사건, 일반초소(GOP)에 수류탄을 던지고 총기를 난사해 동료 5명을 살해한 임병장 사건 등 군대 내에서 강력 범죄가 잇따르자 국방부가 올해부터 부대 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핸드폰을 보급하고 있다.

 

‘군(軍)수신전용휴대폰’으로 명명된 이 기기를 통해 병영생활이 확 달라지고 있다. 군 내부취재가 통제된 만큼, 페이스북에 올라온 사용후기, 병사 가족들의 사연, 보급 통신사 등을 두루 취재해 언론최초로 ‘휴대폰 군 생활’을 들여다봤다. (CNB=도기천 기자)  

 

부대에서 누구나 핸드폰 사용
병영생활 ‘조용한 혁명’ 예고
LG유플러스, 전군에 무상지원

 

“아들입니다. 전화주세요” “부대입니다. 전화주세요”

 

00부대 서모 상병(21)이 가족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다. 서 상병은 일과가 끝난 뒤 부모님과 여친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 요즘 신이 났다. 문자를 보냈는데도 연락이 안 올 때는 애가 타지만 나름 기다리는 맛도 있다.

 

LG유플러스가 최근 군에 보급한 수신전용휴대폰 얘기다. 수신전용이지만 보안화된 문자 몇가지를 보낼 수 있다. “다음주에 휴가 예정입니다” “부대에 복귀 했습니다” “아들입니다. 전화주세요” 등이다. 

 

문자를 받은 가족이나 지인이 받은 번호로 ‘통화’를 누르면 부대 병영생활관(옛 내무반)과 연결된다. 일과 시간 이후인 오후6시 이후에는 언제든지 이런 식으로 통화할 수 있으며, 수신폰에 사진을 보낼 수도 있다. 부대마다 차이는 있지만 주말·공휴일에는 낮에도 통화가 가능하단다.

 

아들의 문자를 봤지만 부모가 연락할 수 없을 때는 답장을 남기면 된다. “유명환(가명) 일병에게 저녁 7시에 전화 할께요”라고 메시지를 남겨둔 뒤 이 시간에 맞춰 전화하면, 아들이 곧바로 전화를 받는다. 군에서 순번표(?)를 끊어 줬기 때문. 이런 식으로 미리 문자를 남기면 다른 병사들과 겹치는 것을 최대한 피할 수 있다.

 

통화내용은 비밀이 철저하게 보장된다. 생활관 밖 30m 거리에서도 통화가 가능하도록 네트워크망이 구축됐다.

 

통화시간은 부대마다 다르다. 생활관에 인원이 많으면 통화시간을 3분으로 제한하기도 하고, 인원이 적으면 그보다 길게 목소리를 접할 수 있다.   

 

물론 발신은 안된다. 사진을 보내거나 카카오톡을 할 수도 없다. 보안상 문제가 있는 데다, 데이터가 제공되지 않기 때문.

 

1980~90년대 군대를 다녀온 ‘삼촌’들에게는 꿈같은 얘기다. 페치카(벽돌로 만든 난방장치)에 석탄을 떼고, 5평 남짓한 나무 침상에 이십여명이 새우잠을 잤던 ‘쌍팔년도 군대’에선 상상조차 못할 일.

 

연애편지가 올 날만 손꼽아 기다리고, 휴가 나오면 맨 먼저 공중전화 부스를 찾아 부대주변 동네를 헤매던 시절이 있었다. 불과 이십년 뒤에 군 막사에 휴대폰이 보급되리라 누가 상상했겠는가.

 

▲군대 간 아들, 남자친구로부터 문자를 받은 사람들이 LG유플러스 공식 페이스북에 올린 문자인증샷. (LG유플러스 페이스북)

 

국방부 입찰서에 ‘1원’ 써내

 

꿈을 현실로 바꾼 주역은 LG유플러스다. 2014년 윤일병 사건 이후 군에 자식을 보낸 부모들의 걱정이 커지자, 국방부는 병영문화혁신 22대 과제 중 하나로 수신폰 보급을 추진해왔다.

 

지난해 8월 국방부는 ‘병사 수신용 공용 휴대전화 사업자’ 결정을 위한 입찰공고를 냈고, KT와 SK텔레콤,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가 입찰에 참여했다.

 

당시 국방부가 내건 예정가격은 1대당 월8800원. 어떤 통신사도 손익분기점을 넘기기 힘든 가격이었다. 당시 LG유플러스 최저요금제는 1만1990원이었다.

 

하지만 LG유플러스는 예상을 뒤엎고 ‘1원’을 써냈다. SKT와 KT는 각각 21억, 17억이었다. 정부 발주 사업의 입찰서에 민간기업이 ‘1원’을 적은 건 처음이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CNB에 “북한의 목함지뢰와 포격 도발 등 위기 상황에서 병사들이 전역을 연기한 것을 보고, 이 사업만큼은 수익을 보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특히 LG유플러스는 국방부가 올해 보급 목표로 잡아둔 1만1364대 보다 4배가 많은 4만5천여대(전군 병영생활관마다 1대)를 무상보급하기로 했다. 

 

당초 국방부는 3년에 걸쳐 전군에 수신폰을 보급할 예정이었는데, LG로 인해 올해 안에 사업을 끝낼 수 있게 됐다.  

 

황인무 국방부 차관은 최근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에게 감사패를 전달하는 자리에서 “LG유플러스의 결단으로 수신용 휴대폰 전군 확대를 앞당길 수 있었다”며 고마워했다. 권 부회장은 “앞으로도 군의 사기 진작을 위해 필요한 도움을 아끼지 않겠다”고 화답했다.

 

LG유플러스는 3년간 통신요금 141억원을 무상 제공하며, 전국 군부대 주변에 780여개 기지국을 설치하는 데 약60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장병에게 건 전화(통화내용)가 북쪽으로 넘어가지 않도록 ‘차단벽’도 함께 설치하고 있다. 설치가 완료된 생활관에서는 지난달 30일부터 병사들이 수신 전화를 받고 있다.

 

▲LG유플러스가 진행중인 ‘군 장병 응원 프로젝트’. 군(軍)수신용휴대폰에 얽힌 사연을 받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지난 19일부터 다음달 4일까지 ‘군 장병 응원 프로젝트’라는 행사를 내걸고 수신폰에 얽힌 사연을 받고 있는데 반응이 폭발적이다. 24일 현재 공식 페이스북에 200여건이 넘는 사연들이 접수됐다.

 

사연들은 이렇다. “‘군대입니다. 전화주세요’라는 문자를 받고 전화했더니 동생이 전화를 받았다. 너무 놀라웠고 감격스럽다” “스팸·낚시 문자인줄 알고 무시했다가 나중에 후회했다” “남자친구가 군대로 떠난 뒤 우울증에 걸렸는데, 지금은 자주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 마음이 편해졌다” “3분으로 통화가 제한돼 아쉬웠지만, 아들과의 그 3분이 너무 소중했다” “남자친구로부터 전화를 받기만 해서 미안했는데, 이제는 내가 전화를 하게 돼서 미안함을 덜었다” “항상 다급하게 걸려왔던 공중전화를 못 받을 때도 있었는데 이젠 그런 걱정 안해도 된다” “군대 가면 고무신 거꾸로 신는다는 말이 진짜 옛말이 된 것 같다.”
   
(CNB=도기천 기자)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