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석기자 | 2016.02.24 23:55:04
부산대학교 재학 중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난 딸을 그리워하며 30여 년간 어렵게 모은 돈 1600만 원을 부산대에 기부한 기초생활수급 '천사 할머니(82)'의 아름다운 두 손에 먼저 세상을 떠난 딸의 명예졸업장이 안겨질 예정이다.
부산대(총장직무대리 안홍배)는 오는 26일 오전 10시 30분부터 학내 경암체육관에서 '2015학년도 전기 학위수여식'을 개최한다고 24일 밝혔다.
이날 부산대 학위수여식은 오전 10시10분부터 식전행사와 함께 시작되어 오전 10시30분 공식 학위수여식 행사가 진행되며, 학사 3291명과 석사 1468명, 박사 245명 등 총 5004명에게 학위를 수여하게 된다.
이로써 지난 1946년 국내 최초의 종합 국립대로 출발한 부산대는 올해 2016년 개교 70주년을 맞아 총 21만5876명의 졸업생을 배출하게 됐다.
안홍배 총장직무대리는 졸업식사를 통해 “개인의 창의성과 도전정신이 곧 우리 사회와 삶의 질을 바꾸고 추동하는 힘이 되는 시대인만큼, 졸업생 여러분은 더 큰 가치 창출을 위한 가능성에 도전해달라”며 “졸업 후 조직에서 리더가 되고 우리 사회의 지도층 인사가 되더라도 주변과 이웃의 아픔을 보듬을 줄 아는 따뜻한 리더가 되어달라”고 졸업생들에게 당부할 예정이다.
특히 부산대는 이날 학위수여식에서 '천사 할머니'에게 딸의 학사 명예졸업증서를 수여하기로 했다.
부산대는 할머니의 감동적이고 아름다운 기부에 보답하고자 지난 1984년 부산대 사범대학 역사교육과(당시 사회교육과 역사전공) 4학년 1학기에 학업을 미처 종료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할머니의 딸 L씨(역사교육과 80학번)의 명예졸업장을 수여하는 방안을 최근 명예학사학위 심의위원회와 교무회의를 거쳐 최종 결정했다.
부산대는 그동안 사회 유명인사나 석학들에게 명예 박사학위는 수여한 적은 있으나, 명예 '학사학위'를 수여하는 것은 이번 천사 할머니의 딸이 처음이다.
그러나 할머니는 작년 말 교통사고로 인해 거동이 불편한데다 자신의 선행과 신분이 알려지는 것을 꺼려해 이날 학위수여식에 참석하지 않아, 부산대 발전기금재단 관계자가 대신 수여해 할머니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부산대 관계자는 “할머니께 딸의 명예졸업장 학위수여식 참석을 권유했으나 "큰 돈도 아니다"며 한사코 거절하셔서 참석하지 않으셔서 많이 아쉽다”며 “그러나 할머니의 아름다운 마음이 우리 사회에 계속되는 기부 릴레이와 감동으로 파장이 전해지고 있어 감사하다”고 말했다.
한편 할머니의 딸이 다녔던 부산대 역사교육과는 1600만원을 종자돈으로 최근 학과 장학기금을 설립했고, 교수와 동문들의 기금 출연이 이어지고 있다.
(CNB=최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