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시장 침체와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영향 등으로 부동산 시장이 위축된 가운데 연초 새 아파트 청약시장에도 빨간 불이 켜졌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아파트 단지.(사진=CNB포토뱅크)
청약 1·2순위 마감 실패 절반 육박
4월 총선 전 밀어내기식 분양 봇물
냉전 리스크까지 더해져 경기 꽁꽁
17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이달 지난주(12일)까지 1·2순위 청약이 끝난 총 32개 사업장 가운데 약 47%인 15곳이 순위 내 공급가구수를 채우지 못하고 미달됐다.
이는 공급물량이 쏟아진 지난해 12월 총 96개 사업장 가운데 순위 내 미달 단지가 37.5%(36개)였던 것에 비해 미달 비중이 10%포인트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이 가운데 1순위에서 마감된 단지는 총 12개 현장으로 전체의 37.5%에 불과하다.
아직 청약이 진행 중인 부산 충무동 금오아파트와 서울 동작구 상도동 상도 두산위브 ‘트레지움’, 충남 아산 풍기 ‘EG the1(이지더원)’ 2차 아파트도 1순위에서 모두 미달됐다.
울산 학산동 ‘동남하이빌’, 충북 음성군 ‘이안’, 경북 예천군 ‘이테크 코아루’, 경북 경산시 중방동 ‘해성센트럴파크’ 등 최근 집값이 약세로 돌아선 지역에서 공급된 지방 아파트의 청약 성적이 좋지 않다.
서울도 마찬가지다. 현대산업개발, SK건설, GS건설 컨소시엄이 서대문구 가재울뉴타운4구역에 지은 ‘DMC 파크뷰자이’ 1단지는 60가구 중 7가구가 주인을 찾지 못했다.
반면 서울 일부 지역과 대구에선 1순위 청약자들이 몰리고 있다. 서울 서초구 ‘신반포자이’와 대구 지역의 ‘e편한세상’, 대신 ‘범어 효성해밀턴 플레이스’ 등이 대표적이다.
▲국내 건설사들은 1분기에 6만 4900가구를 공급할 예정이다. (사진=연합뉴스)
2월 중순부터는 대형 건설사들이 지난해 연말과 올 연초에 미뤘던 분양 물량을 더 쏟아낼 것으로 예상돼 미분양 상황은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 통상 연말연시는 계절적 비수기인데다 경기예측 시즌이라 분양이 주춤하는 시기인 반면 신학기가 시작되는 구정 연휴 이후가 분양 적기로 꼽히기 때문이다.
부동산 114와 업계에 따르면 GS건설과 대우건설, 대림산업 등 국내 건설사가 올해 3월까지 전국에서 공급을 앞둔 물량은 총 6만 4900가구로 나타났다. 일반분양 기준으로 수도권이 3만 7637가구, 광역시가 9597가구, 지방이 1만 7670가구 등이다. 물량 규모만 보면 활황세를 기록한 지난해보다 늘어난 수치다.
공급 예정 물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2만 9000여 가구) 대비 2배가 넘는 120% 증가 수치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밀어내기 분양이 집중됐던 지난 2008년(2만 3000여 가구)보다도 175% 증가한 수준이다.
김수연 닥터아파트 팀장은 “일부 지역에서 공급과잉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건설사가 정확한 수요 예측 없이 무리하게 분양한다면 자칫 미분양 사태로 번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달 말부터 건설사들이 미뤘던 분양 물량을 대거 쏟아내면서 미분양 증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미분양이 대거 발생한 ‘운정 힐스테이트’ 모델하우스 내부.(사진=현대건설)
이처럼 주택 시장 침체에 공급 과잉까지 겹치면서 미분양이 급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경기 지역 미분양은 지난해 10월말 1만 2510가구에서 12월 2만 5937가구로 2개월 만에 무려 107.3%가 늘었다. 10월 미분양 물량이 12월과 비교했을 때 2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10월 경기 파주에서 ‘운정 힐스테이트’ 2998가구를 분양했지만 두 달 뒤 계약 때는 2791가구가 미분양으로 남았다. 전체 분양물량의 93%가 계약이 성사되지 않은 것이다.
서울·경기 지역 미분양 2062가구를 보유한 현대산업개발은 김포 ‘김포한강 아이파크’(810가구), 고양 중산동 ‘일산 센트럴 아이파크’(573가구) 등에 미분양이 쌓여 있다.
대우건설 역시 서울·경기 지역에서 발목이 잡히면서 운정신도시 A25블록에 공급하는 ‘운정 센트럴 푸르지오’의 일부 가구가 아직도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이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2월부터 실시된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 금리 인상 가능성 등의 우려 때문이다.
정부가 발표한 주택담보대출 규제는 대출자가 빚을 갚을 만큼 소득이 넉넉한지 깐깐히 따지고, 집을 사기 위해 새로 대출을 받을 때는 처음부터 원금과 이자를 함께 갚도록 하는 내용(분할상환, 이자만 갚는 거치기간은 1년 이내)을 골자로 하고 있다.
연소득 대비 부채상환액 비율인 총부채상환비율(DTI)은 서울·수도권에 이어 지방에도 적용키로 했다.
이로 인해 주택 구매심리는 더욱 얼어붙고 있다. 그동안 상당수의 주택 구매자가 3년 정도의 거치기간을 두고 주택을 매입해 왔는데, 거치기간이 1년 이내로 줄게 됨으로써 원리금 상환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아울러 금리 인상 가능성도 부동산 시장에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이다. 미국이 올해도 몇 차례 더 기준금리를 올릴 예정이라 한국은행도 조만간 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다 개성공단 폐쇄 등 남북 간 긴장 상황이 고조되면서 지정학적 리스크가 시장에 부담을 더하고 있다.
(CNB=유명환 기자)
한남대교가 보이는데 '여의도'?
송도 라이프라고 써있는데 '파주 운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