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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텔링] 북녘땅 남쪽은행 ‘우리은행 개성공단지점’ 운명은

서울 본사에 다시 문 연 ‘개성지점’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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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16.02.15 15:58:53

▲15일 오전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에 위치한 개성지점 임시영업점 사무실에서 한 직원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이성호 기자)

북한 내 유일한 국내은행 지점인 ‘우리은행 개성지점’이 북녘땅에서 철수하면서 남북 간 금융거래의 마지막 끈이 끊어졌다. 개성공단이 폐쇄되면서 서울로 지점을 옮겨왔지만 언제 다시 개성으로 돌아갈지 기약하기 힘든 상황이다.

CNB가 15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 우리은행 본점 1층에 마련된 개성지점 임시영업점을 찾았다. ‘임시’라는 표현에는 남북경협이 재개되길 바라는 우리은행 직원들의 간절한 염원이 담겨있다. (CNB=도기천 기자) 

북한 내 유일한 ‘대한민국 은행’
남북경협의 마지막 상징 사라져
서울서 임시영업…‘임시’로 끝나길

“네. 우리은행 개성지점 임시영업점입니다.”

15일 우리은행 본점 1층에 마련된 개성지점 임시영업점은 지난 11일 철수한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의 문의 전화로 분주했다. 서울 한복판에서 ‘개성지점’이라며 전화를 받는 모습이 이채롭다.  

임시영업점 관계자는 CNB에 “계좌가 안전한지, 언제부터 출금이 가능한지, 대출연장과 신규지원은 가능한지 등의 문의가 많이 들어온다”며 “아직 직접 점포를 찾는 고객은 많지 않다”고 전했다.

통일부에 따르면 개성공단에는 124개 기업이 입주해 있다. 교역초기인 2005년 생산액이 1491만달러(약180억원)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1~11월에만 5억1549만 달러(약6241억원) 규모로 커졌다. 협력업체도 5000여 곳에 이른다. 이들의 가족까지 포함하면 이번 사태로 최소 10만여명 이상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정된다.

개성지점을 바라보는 피해기업들의 심경에는 만감이 교차한다. ‘임시영업점’이라는 프래카드 문구처럼 잠시 있다 돌아가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2004년 12월 7일 남북한 주요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북한 개성공업지구에서 열린 개성지점의 개점식 장면. 이후 11년 2개월 만에 남과 북은 최악의 대치상황을 맞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개성지점은 남북경협의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 2002년 11월 북측이 개성공업지구법을 공포하면서 이듬해 황해북도 개성에서 공단 착공식이 이뤄졌다.

한국토지공사와 현대아산이 시범단지 2만 8천평 부지조성을 완료해 2004년 6월 18개 한국기업이 입주했다. 첫 생산된 제품의 반출이 있던 그해 12월, 우리은행은 개성공단에 20평 남짓한 점포를 열었다.

시장제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북한에 상업 은행이 진출했다는 점에서 당시 큰 화제를 모았다. 그때 5명이었던 직원은 현재 7명으로 늘었고, 10년간 교역규모는 35배로 불어났다.

개성지점은 주로 환전과 송금, 예금 등의 업무들을 봐왔다. 공식적으로는 우리은행의 해외점포다. 북한은 우리 땅이면서도 국내법 적용을 받고 있지 않기 때문.

취급하는 화폐도 개성공단 내 공용화폐인 달러화다. 북한화폐는 취급하지 않는다. 북한에서는 인터넷을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인터넷뱅킹도 이용할 수 없다. 모든 거래는 전표로 이뤄진다.

개성지점에는 지점장과 부지점장, 과장 등 한국인 직원 3명과 북측 직원 4명이 근무해 왔다. 남북 합동 금융사인 셈이다. 서울로 옮긴 지금은 3명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남북 직원들 언제 다시 만날까

이번 설에 남북 직원들의 운명이 갈렸다. 북이 미사일을 쏘아올린 지난 7일은 설 하루 전날이었다. 이후 우리 정부는 개성공단 조업중단을 선언했고 북은 사실상 강제철거에 들어갔다. 설 연휴를 맞아 남북의 직원들은 뿔뿔이 휴가를 떠난 상태였다. 이들은 다시 만나지 못했다. 설 덕담 인사가 마지막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긴박하게 현금과 전산자료를 쌀포대 크기의 마대자루에 담아 서울로 옮겨온 우리측 직원들은 지난 12일 서울 본점에 임시영업점을 열었다. 11일 밤 개성에서 철수했으니 하룻밤 새에 다시 문을 연 셈이다. 

우리은행이 이처럼 서둘러 개성지점 영업을 서둘러 재개한 이유는 공단 입주기업들의 피해가 천문학적 규모에 이르기 때문이다.

▲우리은행 개성지점이 문을 연 2004년 12월, 입주기업 대표들이 환전을 하며 밝게 웃고 있다. 이들의 희망과 기대는 남부기 극한 상황으로 치달으면서 물거품이 될 위기에 놓였다. (사진=연합뉴스)

기업들은 생산설비를 사실상 몰수당했을 뿐 아니라 생산 중단에 따른 계약취소, 협력업체 피해 등 손실액이 수조원에 달하고 있다.

경협보험에 가입한 기업은 수출입은행에 사전 신고한 시설 투자금액의 최대 90%(70억원 한도)를 보상받지만 보험에 가입한 업체는 124곳 중 76곳에 불과하다. 이나마 시설투자금만 건질 수 있고 영업 중단에 따른 손실은 어디서도 보상받을 길이 없다.

이에 우리은행은 물론이고 KB국민·KEB하나·NH농협·신한은행은 대출업체 현황 파악에 나서는 한편 다양한 지원방안을 내놓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개성공단 입주기업 124곳에 대한 금융권 총 신용공여 규모는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1조1069억원이다.

우리은행은 대출금 만기상황 연장과 추가 금융지원 방안을 검토 중이다. 개성지점과 우리은행 간의 온라인 업무가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입주업체가 개성공단에서 튼 계좌를 관리하거나 금융지원을 받으려면 임시영업소를 직접 찾아야 한다.

KB국민은행은 긴급 운전자금이 필요한 업체에 최고 5억원까지 저리로 빌려주고 기존 대출의 만기가 돌아온 경우 기한을 연장해주기로 했으며, KEB하나은행도 분할상환 중인 대출에 대해선 최장 6개월 이내에서 상환을 연기해 줄 방침이다. 

IBK기업은행과 NH농협은행은 개성공단 철수 기업과 모기업에 대해 기업당 5억원 한도로 대출 지원할 계획이다. 다른 주요 은행들도 만기여신을 연장해주거나 대출금 상환을 유예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1층에 위치한 개성지점 임시영업점. (사진=이성호 기자)

北, 개성공단 군사구역 선포…냉전 회귀

우리은행 개성지점은 언제쯤 제자리로 돌아갈 수 있을까? 

개성지점은 2010년 북한 연평도 포격 도발이 있던 때에도 북녘땅에서 자리를 지켰다. 2013년 북한이 한·미연합 군사훈련을 이유로 개성공단을 폐쇄하는 바람에 그때도 서울에서 임시점포를 운영한 적이 있지만, 134일 만에 다시 개성으로 돌아갔다. 

현재 상황은 그때와 확연히 다르다는 게 전문가들 견해다. 한국이 북의 미사일 발사에 대비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도입을 추진하고 있으며, 북은 이에 맞서 다시 핵실험을 강행할 태세기 때문이다.

특히 북한이 개성공단을 군사통제구역으로 선포한 것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예고하고 있다. 공단 조성 이후 후방으로 10~15km 물러난 북한군 주력부대가 다시 개성공단지역에 전진배치 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영국 유력일간지 가디언은 이번 사태와 관련 “남쪽의 우월한 시스템이 북한 내로 전파되는 것을 두려워한 김정일은 아들(김정은)에게 기회가 닿는대로 반드시 개성공단을 폐쇄하라고 주문했는데, 박근혜 정부가 이번에 기회를 제공해준 셈”이라고 분석했다. 결국 남과 북 모두 개성공단을 다시 가동할 명분이 사라졌단 얘기다. 

(CNB=도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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