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후원하기
  • 인쇄
  • 전송
  • 보관
  • 기사목록
  • 오탈자제보

[뉴스텔링] 롯데家 재판 캐스팅보트 서미경, 모습 드러낼까

35년 베일 속 서씨 모녀, 그녀들 선택은?

  •  

cnbnews 도기천기자 |  2016.02.11 16:26:42

▲신격호 총괄회장의 한국 거주지로 알려진 서초구 방배동 롯데캐슬 벨베데레 빌라의 11일 모습. 로코코 양식으로 지어진 이 건물은 총 여섯 가구로 분할등기 돼 있는데 여섯 가구 전부의 소유주가 서미경씨와 그의 딸 신유미 롯데호텔 고문이다. 서씨와 그녀의 오빠 서진석 유원실업 전 대표 등 서씨 일가가 살고 있다. 3미터가 넘는 당장에 CCTV로 둘러싸인 철옹성인데다, 서씨 일가는 차량을 이용해 드나들고 있어 여러 언론이 취재를 시도했지만 서씨의 모습은 전혀 노출되지 않고 있다. 건물 시세는 1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지만 실제 매매가 이뤄진 적이 없어 사실상 가격을 매길 수 없는 건물이다. (사진=도기천 기자)

롯데그룹의 사활이 달린 신격호(94) 롯데 총괄회장의 성년후견인(의사결정 대리인) 지정 재판을 둘러싸고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일진일퇴를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재판의 최대변수로 신 총괄회장의 셋째부인 서미경(57) 씨가 주목받고 있다. 영화배우 출신의 서씨는 1981년 연예계를 떠난 뒤 35년간 베일에 가려진 인물이다. ‘가족 판결’로 회자되는 이번 재판에서 서씨는 어떤 선택을 할까? (CNB=도기천 기자)

신격호 셋째부인 서미경, 35년간 ‘베일 속’
롯데백화점 알짜사업권·천억대 부동산 소유
신격호 성년후견인 재판 최대변수로 부상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을 등에 업은 장남(신동주)과 차남(신동빈) 간의 골육상쟁(骨肉相爭)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롯데그룹의 운명을 결정지을 신 총괄회장의 후견인 선정 여부를 판단하는 재판이 초반부터 혼전을 빚고 있다. 

신 총괄회장은 지난 3일 서울가정법원에서 열린 ‘성년후견 개시 심판 청구’ 첫 심리에 직접 출석해 “50대 때나 지금이나 판단 능력에 차이가 없다”고 밝힌 반면 신동빈 회장 측은 “신 총괄회장은 똑같은 이야기를 수십번씩 되풀이했으며 어떤 이유로 법정에 나왔는지, 나온 곳이 법정인지 등도 잘 몰랐다”고 맞섰다.

이번 재판을 법원에 최초 신청한 신 총괄회장의 넷째 여동생 신정숙(78) 씨도 신 총괄회장의 판단 능력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신 총괄회장을 곁에서 보좌해온 부인 시게미쓰 하츠코(重光初子) 여사와 자녀인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등도 성년후견 개시에 찬성하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신 전 부회장은 지난 9일 신 총괄회장이 자신을 롯데 후계자로 지목하는 내용의 동영상을 공개했다. 아버지가 자신의 의사를 명확히 밝힐 수 있는 상태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신 전 부회장이 가족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아버지가 멀쩡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는 이유는 자신이 신 총괄회장과 한 배를 타고 있기 때문이다.

성년후견제도는 장애·질병·노령 등으로 인해 도움이 필요한 성인에게 법원이 후견인을 지정해 재산관리 등을 맡기는 제도다.

법원이 신 총괄회장의 정신건강 상태가 온전치 못하다고 판단할 경우, 신 총괄회장은 경영에 관여할 수 없게 된다. 앞서 신 총괄회장이 신 회장 측을 상대로 낸 각종 민·형사소송에도 불리한 영향을 끼친다. 이리되면 아버지를 등에 업고 경영복귀를 노리는 신 전 부회장은 치명상을 입게 된다. 

▲신격호 총괄회장의 셋째부인 서미경씨가 거주하고 있는 서초구 방배동 롯데캐슬 빌라의 주변 풍경. (사진=도기천 기자)

궁지 몰린 신동주, 히든카드는

이런 가운데 신 총괄회장(신 전 부회장)이 뒤집기를 시도할 수 있는 히든카드로 서씨가 회자되고 있다. 이번 재판은 법원의 신 총괄회장에 대한 정신감정 결과에 따라 판가름 날 전망인데, 재계에서는 법원 판단에 중요한 영향을 끼칠 인물로 서씨를 꼽고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후견인 선정의 가장 중요한 잣대는 신 총괄회장의 사리분별력이다. 재판부는 본인 심문 내용과 정신감정 결과, 가족들의 진술, 정황 증거 등 여러가지를 복합적으로 고려해 후견인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문제는 고령으로 인해 귀가 어두워지고 말이 느려지는 등의 자연적인 노화와 단순한 노화 수준을 넘어선 정신적 제약을 어떻게 구분하느냐다.

법조계에 따르면 정신적 제약이란 치매, 발달장애, 정신분열, 지능장애 등을 모두 포함하는 개념이다. 또한, 그 정신적 제약의 정도가 사무처리 능력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칠만한 수준이어야 한다.

김재식 변호사(법무법인 에이펙스)는 11일 CNB에 “신 총괄회장이 만 94세인 점을 고려하면 기억력이 약해지고 인지 능력이 떨어지는 점은 자연스런 노화현상으로 볼 수 있다. 이런 정도로는 후견인을 지정하기가 쉽지 않으며, 통상적인 사회활동이나 경제활동을 혼자서 전혀 할 수 없다는 주변의 구체적인 진술이나 증거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신 총괄회장의 법률대리인인 김수창 변호사는 “94세 노인의 판단력이 50대와 똑같을 수는 없지만 그 정도 나이의 다른 노인들에 비해서는 낫다고 보고 있다. 노령에 따라 자연적으로 나타나는 부분이 있는데 그렇다면 90세나 100세 노인은 모두 다 성년후견을 받아야 하느냐”고 주장했다.

이처럼 신 총괄회장이 워낙 고령이라 노화와 정신장애를 구분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더구나 신동빈-동주 형제는 이번 재판의 이해당사자라는 점에서 재판부가 이들의 진술보다는 가장 곁에서 신 총괄회장을 보좌한 사람의 증언에 더 무게를 둘 수 있다. 신 총괄회장과 누구보다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서씨가 주목받는 이유다.  

▲1979년 ‘선데이 서울’ 표지 모델로 등장한 서미경씨(좌). 당시 비키니 차림의 모습(우).

미스롯데 시절 37살 연상 신격호와 인연

서씨는 7살 때 TBC 어린이합창단 활동을 하며 연예계에 첫발을 내디딘 이후 여러 영화에 출연하며 아역배우로서 이름을 날렸다.

1977년 ‘제1회 미스 롯데’에 뽑히면서 인생역전을 맞게 된다. 당시 미스 롯데는 탤런트가 될 수 있는 지름길이었다. 원미경, 이미숙, 채시라, 이미연 등 당대 최고 여배우들이 이 대회를 통해 배출됐다. 

한동안 서씨는 롯데 전속모델로 활약했다. ‘껌이라면 역시 롯데껌’의 광고카피를 히트시킨 주인공이다. ‘서승희’라는 예명으로 드라마, MC, 영화, 광고까지 두루 섭렵했다.

그러다 스물두살 때인 1981년에 돌연 자취를 감췄다. 37살이나 많은 신 총괄회장의 셋째 부인으로 낙점된 것. 이후 딸 신유미(현 롯데호텔 고문)를 낳았다.

신 총괄회장의 서씨에 대한 애정은 각별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 총괄회장이 서씨와 인연을 맺은 80년대 당시 신 총괄회장에겐 이미 본처(시게미쓰 하츠코)와 전처(첫번째 부인 고 노순화)가 있는 상황이었지만 서씨를 선택했다.

▲로코코 양식으로 지어진 서미경씨 모녀 소유의 방배동 빌라. (사진=도기천 기자)

신 총괄회장은 최근들어 주로 서씨의 저택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서씨 모녀 소유의 서초구 방배동 롯데캐슬 벨베데레 빌라는 여섯 가구로 이뤄져 있는데 서씨 일가와 신 총괄회장이 이용하고 있다는 게 롯데 안팎의 전언이다.   

본처인 시게미쓰 하츠코 여사가 일본에 거주하고 있고, 신 총괄회장의 집무실이 롯데호텔 34층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서씨가 신 총괄회장을 가장 옆에서 보좌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신 총괄회장이 서씨 일가를 살뜰히 챙기고 있는 모습은 곳곳에서 드러난다.

서씨 모녀는 롯데시네마 매점 운영권을 갖고 있는 유원실업의 지분 100%를 갖고 있다. 서씨의 오빠 서진석씨가 한동안 회사 대표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연 매출 200억원대의 매출을 거두는 알짜 사업이었으나 일감몰아주기 비난이 일자 최근 롯데쇼핑이 운영권을 회수했다.

롯데백화점 식당가에서 냉면집과 롯데리아 등 22곳을 운영하고 있는 유기개발도 서씨 모녀 소유다. 최근 JTBC ‘썰전’에서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소장은 “롯데월드에 서미경씨 친척들이 점포 하나씩 다 갖고 있다는 소문이 몇 십년 동안 떠돌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서씨 모녀는 또 신 총괄회장으로부터 증여받은 땅을 포함해 1000억원 대의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다. 2007년 신격호 총괄회장이 서씨 모녀에게 증여한 서울 신사동 도산공원 옆 부지를 비롯, 대학로 유니플렉스와 인근 주차장, 방배동 빌라 등이다.

이들은 주요계열사 주식도 갖고 있다. 서씨는 롯데쇼핑 주식 0.1%를, 신유미 고문은 롯데쇼핑 주식 0.09%, 롯데푸드와 코리아세븐 주식을 각각 0.33%와 1.4% 보유하고 있다

▲서미경씨가 주연을 맡은 1976년작 영화 ‘단둘이서’의 한 장면.

얼굴 없는 딸 신유미, 재판서 드러날까

하지만 수십년 간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서씨가 선뜻 법정에 설지는 의문이다.

2년 전 국세청의 롯데쇼핑 세무조사 때 서씨는 가슴을 쓸어내린 바 있다. 당시 국세청은 롯데가 서씨의 유원실업에게 일감을 몰아줬다는 이유 등으로 과징금을 부과했지만 서씨는 건드리지 않았다.
 
이런 전례가 있는 터라 서씨가 이번 재판에서 스스로 언론의 주목을 자초하기는 상당한 부담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그동안 베일에 가려져온 그녀의 딸이 노출될 수도 있다. 서씨의 무남독녀인 신유미 롯데호텔 고문은 호텔 직원들도 본 적이 없을 정도다. 인터넷에 사진 한 장 공개된 바 없다.

롯데의 한 관계자는 “직원들이 신문을 통해서 신유미의 존재를 알았을 정도다. 상당히 미스터리한 인물로 통한다”고 전했다.

반대로 서씨가 이번 재판에 적극 나설 가능성도 있다. 자칫 신 총괄회장의 후견인이 신동빈 회장 쪽 사람으로 지정될 경우, 롯데백화점 내 매장 운영권을 갖고 있는 유기개발, 롯데시네마와 연결된 유원실업 등 서씨 모녀의 알짜사업권이 위태로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서씨 모녀를 곱지 않게 바라보는 롯데가(家)의 가족사가 배경이 되고 있다.

신 총괄회장이 조강지처를 둔 채 후처로 서씨를 들이다보니 처음부터 집안 내 반발이 심했다. 특히 첫번째 부인과의 사이에서 낳은 딸인 신영자 이사장이 둘의 관계에 제동을 많이 걸었다는 후문이다. 그러다보니 서씨를 호적에 올리지 못했다. 서씨에겐 ‘별당마님’이란 수식어가 따라 다녔다. 

이런 점에서 서씨가 재산을 지키고 더 나아가 롯데그룹 후계구도에서 자신의 딸이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신 총괄회장을 방어하고 나설 것이라는 설이다. 

▲1년 넘게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장남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왼쪽)과 차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서씨가 신 총괄회장의 후견인이 될 가능성도 조심스레 점쳐진다. 서씨로서는 이 경우가 최상이 될 수 있다.

서씨 모녀의 롯데 계열사 지분이 미미하고 오랜 세월 롯데 경영에 참여하지 않은 점, 이번 형제의 난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위치에 있다는 점, 신 총괄회장과의 소통이 원활하다는 점 등이 이런 가능성의 배경이 되고 있다. 이렇게 되면 형제의 난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다.

롯데 사정에 밝은 한 재계인사는 “한일 롯데를 실제 지배하고 있는 광윤사의 존재를 베테랑 경제부 기자도 일본 언론을 통해 알았을 정도다. 오죽하면 신격호 총괄회장이 0.1%지분으로 손가락 경영을 한다는 말이 나오겠나”며 “흑막 뒤에 가려진 서씨 모녀 또한 누구 편에 설지 예측불허의 상황이지만 신격호의 사람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고 전했다.

한편 법원은 신 총괄회장 가족들의 의견을 종합해 내달 9일 정신감정 방법과 시기, 기관 등을 결정할 예정이다. 이후 감정 결과가 나오면 본인 심문 내용, 가족 진술 등을 반영해 성년후견 개시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후견 개시가 결정되면 누가 후견인이 될지도 법원이 선임하게 되는데, 양쪽의 이해관계가 치열하게 대립하는 상황이어서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최장 6개월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CNB=도기천 기자)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