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하소설 '토지'의 무대 하동 악양면 평사리 최참판댁을 방문한 관광객이라면 누구나 별당 연못에 사랑의 동전 한 두 개쯤은 던져봤을 듯하다. 특히나 젊은 연인이라면 더욱 그랬을 터다.
'토지' 속 별당아씨에 이어 딸 서희가 거처하던 별당에는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지다'는 의미의 천원지방(天圓地方)의 기운이 담긴 멋스러운 연못 하나가 있다.
땅을 닮은 사각의 연못 한 가운데는 고고한 소나무 한 그루가 서있는 둥근 모양의 섬 앞 연못 속에 동전을 던지며 사랑과 소망, 무병장수를 염원하는 동그란 절구통이 놓여 있다.
아름답고 신비한 진달래 꽃 같은 별당아씨를 연모한 구천의 마음과 구천을 향한 설렘과 두려움 그리고 간절함이 녹아 있는 별당아씨의 연못이다.
비록 신분은 다르지만 서로에 대한 애정이 남달라 현실적인 신분의 벽을 극복하고 사랑의 연을 맺은 스토리 때문일까, 최참판댁을 찾은 관광객 가운데 이곳 연못에 동전을 던지며 사랑이 이뤄지기를 희망하는 사람이 이어지면서 동전이 하나 둘 쌓여갔다.
연못 속에 돌로 만든 절구통이 놓인 2014년 7월 이후 1년 반 동안 쌓인 동전은 자그마치 157만 5010원으로 군은 얼마 전 동전을 모두 수거했다.
여기다 최판판댁 인근 토지마을 야무네에 있는 '복덩이 바위'에도 관광객들이 동전과 지폐 등을 놓아 둘을 합친 돈이 총 180만 6960원이다.
군은 이 돈을 의미 있는 곳에 쓰고자 홀로 사는 어르신, 장애인 등 연말 어려움에 처한 취약계층에 골고루 나눠주기로 했다.
군 관계자는 "연못에 동전을 던지면 사랑이 이뤄진다는 스토리텔링 공간이 마련되면서 최참판댁의 또 다른 재밋거리가 되고 있다"며 "모인 동전은 어려운 이웃을 돕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