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서운 칼바람에 영하의 날씨를 보인 지난 주말 오전 하동군 적량면 삼화에코하우스. 지리산 둘레길의 게스트하우스로 지어진 이곳에 지역 청소년들의 신명나는 풍물 소리가 강추위를 녹였다.
하동을 대표하는 놀이판 들뫼(회장 조왕래) 산하 청소년연희단 하울림이 방학을 맞아 겨울연수를 실시했다. 청소년연희단 하울림은 하동지역 초·중·고등학교 학생 35명으로 구성된 청소년 풍물패이다.
남녀 초등학생 12명과 중·고등학생 23명이 한데 어우러져 사물놀이의 종합장르라고 할 수 있는 농악놀이를 펼치는 이들 속에 TV나 신문·잡지 등에서 본 듯도 한 낯익은 사람이 있어 눈길을 끌었다.
주인공은 사물놀이 진쇠예술단을 이끌고 있는 꽹과리의 고수 김복만(51) 대표이다.
이어 "지난달 개인적인 일로 하동에 왔는데 풍물 연습을 하는 하울림 아이들의 순수하고 열정적인 모습에 반했어요. 방학이면 학원이다 해외연수다 해서 공부에 매달리는 요즘 세상에 민족의 뿌리에 천착하는 모습을 보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김 선생은 지난달 아이들의 연습 보고, 여 단장의 초빙에 청악(淸樂) 제자 4명과 함께 10박 11일 연수일정에 참여했다.
김 선생과 제자들은 겨울연수가 시작된 지난 10일부터 에코하우스에서 합숙을 하며 오전에는 웃다리 농악 단체연습 지도, 오후에는 사물 파트별 개인지도, 저녁에는 가락지도와 개인 파트별 추가지도를 이어가고 있다. 19일에는 발표회도 갖는다.
소고를 담당하는 하동고 1학년 김평섭 학생은 "이번 연수에서 작은 북을 잘 칠 수 있는 몸동작 같은 새로운 기본동작을 많이 배워서 색다르다"며 "유명한 분에게 열심히 배워서 한국예술종합학교 같은 좋은 학교에 진학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충남 대덕 출신인 김복만 선생은 초등학교 1학년 때 풍물에 입문해 중·고등학교 농악부에서 장학생으로 활동하면서 남사당 송순갑 선생에게 웃다리 농악과 7채 가락을 전수 받으면서 '타악잽이'로서 재능을 인정받았다.
이후 유지화 선생으로부터 우도농악의 부포놀음, 설장구의 전설 전사섭 선생으로부터 설장구놀이를 전수받으며 '쟁이'로서의 기본을 다지며 1985년 마당패 뜬쇠창단 멤버, 1990년 김덕수 선생 등과 함께 (사)한울림을 창단하고 이듬해 사물놀이 진쇠를 만들었다.
그는 1993년 김영삼 대통령 취임식 축하공연을 비롯해 1995년 광복 50주년 UN총회 축하공연, 1997년 러시아 크레물린 궁 초청공연, 2005년 일본 NHK 초청공연 등 국내·외에서 700여회의 공연을 펼쳤다.
한예종과 원광디지털대, 중앙대, 서울예술대 등에 출강하고 (사)한국연희단체총연합회 풍물분과 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 선생은 현재 중요무형문화재 제3호 남사당놀이 이수자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