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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텔링] 역사저편 사라지는 ‘마지막 대우맨들’ 새해 운명은

대우증권·대우차·대우인터…‘대우’ 두 글자 지켜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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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16.01.16 09:26:56

▲‘대우’ 브랜드가 하나둘씩 역사 저편으로 사라지고 있다. 1986년 서울 힐튼호텔 신차발표회에서 처음 등장한 대우자동차의 주력 모델 ‘르망’의 당시 광고. (사진=CNB포토뱅크)

1980~90년대 삼성·LG와 함께 국내 가전 3사로 꼽혔던 ‘탱크주의’ 대우전자, 독특한 디자인으로 유명세를 탄 대우자동차… ‘응답하라 1988’ 시절, 집집마다 ‘대우’ 제품 하나씩은 있을 만큼 서민들에게 친근한 이미지를 안겨줬던 ‘대우’ 브랜드가 하나둘씩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포스코가 대우인터내셔널의 사명변경을 추진하고 있고, 대우증권은 미래에셋으로 넘어 갔다. 사우디 사막에서 ‘대우차’를 부활시키겠다는 프로젝트는 법정으로 가게 됐으며, 지난해 4조원이 넘는 영업 손실을 기록한 대우조선해양은 ‘바람 앞의 등불’ 신세다. CNB가 ‘마지막 대우맨들’의 새해 운명을 점쳐봤다. (CNB=도기천 기자)
 
대우인터, ‘대우’ 떼어내는 사명변경 추진
‘대우차’ 부활, GM과 마찰…결국 법원行
미래에셋 넘어간 대우증권, 마지막 몸부림

‘마지막 대우맨’들에게 올해는 달갑지 않은 한해가 될 전망이다. 대우인터내셔널(이하 대우인터)은 새해 벽두부터 사명변경에 착수했다. 포스코 계열사로 인수된 지 5년 만에 회사이름을 바꾸겠다는 것.

포스코는 대우그룹이 공중분해 되며 ‘낙동강 오리알’이 된 대우인터를 2010년 인수했다. 2008년 포스코에 인수된 대우엔지니어링이 3년 뒤 포스코엔지니어링으로 사명을 바꾼 것에 비하면 대우인터는 비교적 장기간 사명을 유지해온 셈이다.

대우인터 스스로 ‘사명 변경’의 총대를 멘 이유는 지난해 전병일 전 대우인터 사장과 권오준 포스코 회장 간에 신경전이 있었기 때문.

포스코는 철강사업 본연의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최근 2년간 고강도 구조조정과 재무구조 개선 작업을 추진하면서 미얀마 가스전을 매각할 계획을 세웠다.

그러자 대우 출신의 전병일 전 사장(당시 대우인터 사장)이 사내게시판에 매각 반대 글을 올리는 등 권 회장에게 항명한 것. 2004년부터 매년 3000~4000억원의 수익을 올리고 있는 미얀마 사업은 대우맨들의 자존심으로 통한다. 1977년 대우중공업에 입사한 ‘대우맨’인 전 사장은 유독 이 사업에 애착이 컸었다.

이런 전작이 있었던 터라 이번에는 모기업인 포스코가 아닌, 대우인터가 자발적으로 사명변경을 추진하는 모양새를 갖춘 것이다.

대우인터 직원들은 ‘대우’를 떼내려는 사명변경에 대해 강한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대우그룹 시절부터 해외 각지를 누비며 영업활동을 해온 상사맨들 중 상당수가 대우인터의 주요 보직을 맡고 있는 만큼 이들의 거부감은 클 수밖에 없다.

이런 분위기는 ‘퇴사’라는 최후 수단으로 이어지기까지 한다. 대우인터의 임직원수는 990명으로 1년새 100여명 가량 줄었다.

▲‘대우’ 마크가 선명한 대우인터내셔널의 2014년 국제봉사활동 모습. 대우인터는 국제실명구호단체 비전케어와 함께 우즈베키스탄 페르가나 지역에서 의료봉사활동을 펼쳤다. (사진=대우인터내셔널)

미래에셋대우증권? 간신히 ‘대우’ 살렸지만…

미래에셋증권의 손에 들어갈 운명인 KDB대우증권도 분위기가 좋지 않다. 지난해 연말 미래에셋은 KDB대우증권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2조4000억원대 인수대금을 채권단에 납부하면 대우증권의 새주인이 된다.

그동안 공격적인 경영으로 성장해온 미래에셋은 일단 ‘대우’라는 이름을 버리지 않겠다는 입장이지만 언제까지 ‘대우’를 유지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미래에셋금융그룹은 증권, 자산운용, 보험 등에 10여개의 금융계열사를 두고 있는데 모든 계열사의 사명에 ‘미래에셋’을 공통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과거 미래에셋생명이 SK생명을 인수했을 때는 ‘SK'라는 이름을 버렸다.

미래에셋 내부에서는 ‘미래에셋대우증권’을 사명으로 채택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미래에셋 관계자는 CNB에 “대우증권이 업계 1위사인만큼 ‘대우’ 사명을 살리자는 의견이 많다”고 전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대우’의 생명력이 길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증권가 애널리스트는 “브랜드 가치가 대우보다 월등히 높은 미래에셋이 언제까지 ‘대우’ 이름을 갖고 가겠나. 결국 (대우라는 이름은) 어느 시점이 되면 사라질 운명”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대우증권 구성원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대우증권 노조는 자율경영과 고용승계 등을 내걸고 조만간 총파업에 들어간다. 지난 5~6일 총파업 찬반 투표를 진행한 결과, 압도적인 찬성(98%)으로 파업이 가결된 상태다.

1983년 대우그룹의 일원으로 출범한 대우증권은 1999년 대우사태가 벌어지면서 산업은행으로 최대주주가 바뀌었다. 현재 산은이 49.74%(1억3598만6494주)를 지닌 대주주다.

▲여의도 KDB대우증권 본사. (사진=대우증권)

사우디 사막서 ‘대우차’ 부활할까

‘대우자동차’의 사연도 드라마틱하다. 대우자동차는 1999~2000년 대우사태로 대우의 대부분 계열사들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GM으로 넘어갔다. 한국GM의 모기업인 미국GM(제너럴 모터스)은 70~80년대 대우자동차와 합작공장을 설립하는 등 한때 대우와 한솥밥을 먹던 동반자였다. 

이후 GM대우로 재출범하면서 ‘대우’라는 이름을 겨우 지켜내긴 했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2011년 3월 ‘GM대우’는 ‘한국GM’으로 회사명을 바꾸고, 그간 써온 ‘대우’ 명칭을 ‘쉐보레(Chevrolet)’로 바꿨다. 이때부터 GM에서 ‘대우’ 명칭이 사라졌다.

하지만 ‘대우맨’들은 대우차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대우인터내셔널이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와 손잡고 사우디 현지에 국민차를 생산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국민차의 이름을 ‘대우차’로 정하는 방안이 유력시 되고 있다.

사우디 사업을 맨 처음 지휘했던 전병일 전 대우인터 사장은 대우중공업 출신의 ‘대우맨’이며, 현재 김영상 사장 또한 1982년 ㈜대우에 입사해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김 사장은 지난해 6월 취임 후 첫 해외출장지로 사우디를 택할 만큼 이 사업에 애정을 쏟고 있다.

사우디 정부 또한 예전부터 ‘탱크주의 대우’에 대한 현지 인지도가 높기 때문에 국민차에 ‘대우’ 명칭을 쓰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대우’ 브랜드의 독점 사용권을 갖고 있는 한국GM은 대우인터가 ‘대우’라는 이름을 사용할 경우 법적대응 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반면 대우인터는 “GM이 지난 4년간 대우 명칭을 사용하지 않았으므로 속지주의(자국법 우선) 원칙에 따라 법적문제가 없다”며 맞서고 있어 ‘대우차’는 법정으로 가야할 운명이다. 

▲유일하게 대우 브랜드의 명성을 이어가고 있는 기업은 2013년 대우일렉트로닉스(옛 대우전자)를 인수한 동부대우전자다. 동부대우전자가 최근 뉴질랜드 할인점에서 신제품 로드쇼를 열고 있다. (사진=동부대우전자)

대우전자, 해외서 ‘나홀로 전쟁’

이처럼 대우맨들이 과거에 집착하는 이유는 글로벌 시장에서 아직도 ‘대우’가 건재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로 2013년 대우일렉트로닉스(옛 대우전자)를 인수한 동부그룹은 ‘동부대우전자’라는 사명으로 사실상 ‘대우전자’를 부활시켰다. 1999년 대우전자가 대우그룹에서 분리돼 워크아웃에 들어간 지 14년 만이다. 

동부대우전자는 과거 탱크주의 명성을 해외에서 지켜내고 있다. 지난해 멕시코 냉장고 시장에서 점유율 31%를 기록하며 1위를 차지했다. 중국에선 2년 만에 120개 도시에서 매장 250여개를 열었다. 호주, 뉴질랜드 등 진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 전체 매출 중 약 80%를 차지하는 글로벌시장 비중을 더 확대할 계획이다.

동부대우전자 관계자는 “디자인에서 거품을 뺀 가격과 성능위주의 실속성이 해외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전했다. 대우전자 시절의 브랜드와 전략이 그대로 먹힌 셈이다.

1967년 출범한 대우실업에 뿌리를 두고 있는 대우인터 또한 해외에서 ‘대우표 종합무역상사’로 널리 알려진 만큼 대우 명칭에 대한 자부심이 크다. 

이 건재함이 대우맨들의 자존심을 지켜주고 있는데, 각종 인수합병 과정에서 대우 브랜드가 저평가 되자 반발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대우’를 차지한 측의 입장에서는 회사 단결을 위해 ‘대우’를 지우고자 하는 시도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재계 한 고위관계자는 “대우 출신들의 자부심이 회사발전에 도움이 되는 측면이 분명 있지만, 물과 기름처럼 겉도는 부분도 있다. 한국적 기업 풍토에서는 사명이 주는 정신적 효과가 크기 때문에 같은 회사명을 써야 소속감도 생기도 충성심도 생길 수 있는 것 아니겠냐”며 “기업경영의 순리에 따라 ‘대우’는 점차 역사 속으로 저물 수밖에 없는 운명”이라고 내다봤다. 

(CNB=도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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