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군회 노조, ‘회장 사퇴안’ 임시총회 상정
부산보훈청, 대의원들 호텔 불러 참석 당부
보수단체 양분 “향군 독립성 훼손” 지적
CNB가 부산지방보훈청(부산보훈청)과 부산시재향군인회(부산향군회) 등에 확인한 결과, 부산보훈청은 지난 9일 부산역 근처 K 호텔(부산시 중구 중구로 소재)에서 부산향군회 임원들을 초빙해 조찬 모임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전홍범 부산보훈청장을 비롯한 공무원 7명과 부산향군회 구회장(대의원) 7명 등 총14명이 참석했다.
모임의 목적은 오는 13일 서울에서 열릴 예정인 임시 대의원 총회 참석을 독려하기 위해서였다. 전 청장은 “다음주 예정된 대의원 임시총회에 많은 분들이 참석해 달라”고 주문했다.
하지만 일부 임원들은 “중립을 지켜야할 보훈처가 왜 향군회 노조가 주도하는 임시총회에 관여하느냐”며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임원은 이 자리에서 “임시총회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지나친 내부간섭”이라며 “조 회장 사건은 법원의 판단을 지켜본 후에 대책을 강구하는 것이 맞다”고 밝혔다.
논란이 발생한 이유는 이번 임시총회가 조 회장 사퇴를 내건 향군회 노조의 주도로 소집됐기 때문이다. 노조 측은 강제해임안을 처리하게 위해 대의원 122명의 서명을 받아 총회소집을 요구했지만, 조 회장을 지지하는 측은 총회 참석을 거부하고 있다.
부산향군회의 한 관계자는 “부산 회원들 중 상당수는 ‘조회장 사퇴 목적’의 이번 임시 총회를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임원들 대부분이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가 지역언론 등을 통해 돌자 부산보훈청이 식사까지 대접하며 총회 참석을 유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부산보훈청은 총회 참석을 독려한 것은 맞지만 사퇴 찬반 여부에 대해서는 말을 꺼낸 바 없다고 밝혔다.
부산보훈청 관계자는 11일 CNB와 통화에서 “부산지역 대의원 수가 다른 시도에 비해 적은만큼, 참석해서 고유권리인 의결권을 행사해 달라고 당부한 것인데 오해가 생겨 곤혹스럽다”고 전했다. 이날 자리에 참석했던 한 공무원은 “주로 임원들의 말을 경청하는 자리였고 총회 문제 뿐 아니라 새해 사업설명과 향군회 정상화 방안을 터놓고 애기하는 자리였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부산보훈청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논란이 쉬 가라앉지 않는 데는 상급기관의 의중이 배경이 되고 있다.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은 지난달 2일 서울 성동구 재향군인회 본부를 비공식 방문해 향군회 부회장단과 간부 등 15명과 자리를 갖고 향군 스스로 정상화를 위한 신속한 조치를 취해 달라고 요구한 바 있다. 보훈처 또한 ‘입장문’을 통해 “조 회장 스스로 거취에 대한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향군회 간부들은 이를 사실상 조 회장의 사퇴를 촉구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향군회 내에서는 이번 부산 조찬모임도 이런 배경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고 있다. 향군회 한 관계자는 “보훈처가 부산 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대의원 총회 참석을 독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조 회장 “개혁 추진하다 당했다”
관련법에 따르면 국가기관인 국가보훈처는 독립법인인 향군회의 의결권에 관여할 수 없다. 향군회법 3장(의결기관)에는 “총회 및 의결은 회장, 부회장, 사무총장, 이사, 시ㆍ도회장, 지회장과 대의원의 결의에 의해 이뤄진다”고 명시돼 있다. 정관의 변경 또는 예·결산 및 사업계획에 관한 사항만 국가보훈처장의 승인을 받도록 돼 있다.
따라서 예민한 시기에 보훈처가 총회 참석을 권유하고 나선 것만으로도 ‘월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더구나 조 회장은 재판과정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는 상태다. 지난 7일 진행된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조 회장 측은 금권선거 혐의와 관련, “재향군인회법에는 선거관련 처벌 조항이 없다. 검찰의 기소는 죄형 법정주의에 어긋나 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매관매직 혐의도 “돈을 일부 받은 것은 인정하지만 청탁이 아니며 불법이라는 인식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전임 회장단의 수천억대 비리를 개혁하려다 반대세력에 의해 고소·고발을 당했다”며 항변하기도 했다.
향군회 정관에 따르면 금고 이상의 형이 대법원에서 확정되면 조 회장은 회장직을 자동 상실하게 되지만, 확정 판결 전까지는 ‘무죄추정의원칙’에 따라 직을 유지할 수 있다. 향군회 뿐 아니라 이해관계가 얽힌 군 관련 단체의 특성상 온갖 제보가 잇따르고 있어 법원의 최종판단이 나오기 전까지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게 군 안팎의 분위기다.
김민상 사)공정사회실천연대 본부장은 “작년 초 군 장성 정기인사를 앞두고 터진 최차규 전 공군참모총장에 대한 음해성 투서, 통영함 납품 비리 사건으로 검찰에 의해 구속됐다가 최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풀려난 황기철 전 해군참모총장의 사례 등에서 보듯 군조직에서는 반대세력에 의한 갖은 음해가 비일비재하다”며 ”이번 조 회장 사건도 내부 반대그룹에 의해 촉발된 만큼 보훈처는 무게중심을 잃지 말고 신중하게 이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CNB=도기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