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위 최태원 SK 회장 이혼 선언 충격
노 전 대통령 잦은 병원행…건강 위중
이래저래 우환 겹쳐 새해 인사 안받기로
1932년생인 노 전 대통령은 올해로 85세 고령인데다 2002년 전립선암 수술 등으로 인해 입퇴원을 반복해 왔다. 지난달 10일에는 천식 기운으로 9일간 서울대병원에 입원했다 퇴원했는데 건강상태가 상당히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09년 노무현·김대중 전 대통령이 연이어 서거 했을 때도 장례식 등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서거한 김영삼 전 대통령의 빈소도 아들 노재헌 변호사가 아버지를 대신해 조문을 다녀왔다.
노 전 대통령의 경북고등학교 후배인 한 인사는 CNB와의 통화에서 “예전에는 동문회를 음으로 양으로 지원하는 등 고향 선후배 지간의 정을 가볍게 생각하지 않는 분이셨는데 동문들과의 연락을 끊은 지가 10여년 가까이 됐다”며 “동문들 사이에는 건강이 상당히 위중하신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전했다.
노태우정부 때 장관을 지낸 한 측근은 “연희동측으로부터 정초에 오지 말라는 연락을 받았다”고 언론에 전했다.
노 전 대통령은 경북고등학교 재학 시절인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학도병으로 자원할 정도로 조국애, 향토애가 남달랐다. 이듬해 육군사관학교에 11기 생도로 입학해 1955년 졸업하면서 소위로 임관했다. 이후 전두환 전 대통령 등과 하나회(육사 11기생 주도의 비밀결사조직)를 만들어 세력을 키운 뒤 12.12쿠데타를 통해 신군부 시대를 열었다.
전두환에 이어 1988년 13대 대통령에 취임했지만 1995년 내란죄 등으로 기소돼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 이런 과정들로 인해 경북고 동문들에게는 ‘영욕(榮辱)의 인물’로 통한다.
노 전 대통령은 건강문제로 최근 10여년간 자택을 공식개방하진 않았지만, 정초에는 5~6공 정부에서 함께 고생한 측근들이 비공개로 인사차 방문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노 전 대통령뿐만 아니라 다른 전직 대통령들도 정초에는 으레 새해 인사를 받아왔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89세로 타계하기 직전까지도 정초 인사를 받았다. 86세에 서거한 김대중 전 대통령의 동교동 자택은 해마다 1~2월이면 측근인 동교동계 인사들은 물론 지역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들로 붐볐다.
올해 노 전 대통령이 새해인사를 받지 않는 데는 여러 요인이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본인 건강이 위중한 데다 부인 김옥숙 여사(82) 또한 설암수술을 받고 방사선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다 딸과 사위의 불화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사위인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달 29일 한 언론에 보낸 A4지 3장 분량의 편지에서 “노 관장과 십년 넘게 깊은 골을 사이에 두고 지내왔다. 결혼생활을 더 이상 지속할 수 없다는 점에 서로 공감하고 이혼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를 이어가던 중에 우연히 마음의 위로가 되는 한 사람을 만났다. 수년 전 여름에 그 사람과의 사이에 아이가 태어났다”고 고백한 바 있다.
이날 최 회장은 노 전 대통령의 연희동 자택을 방문해 김옥숙 여사를 만나 경위를 설명하고 이해를 구했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은 만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SK그룹 측은 “(최 회장의) 편지 공개로 마음의 상처를 받으실까봐 직접 찾아가 말씀을 드린 것”이라고 말했다.
SK가(家)와 노씨 가문이 인연을 맺게 된 것은 1988년 최 회장과 노 관장이 결혼하면서부터다. 그해 노 전 대통령은 대통령에 취임했다.
선경그룹(SK그룹의 전신)은 1991년 4월 선경텔레콤을 설립했으며, 이 직후 정부는 한국이동통신의 민영화를 추진했다. 선경그룹은 1994년 한국이동통신을 인수, 이후 SK텔레콤으로 사명을 변경하고 오늘날 1위 통신사로 성장했다.
엄혹한 군사정권 시절에 SK가 국가기간망인 통신 분야를 손에 넣었다는 점에서 장인이 ‘사위 회사’를 밀어줬다는 얘기가 업계에선 정설로 알려져 있다.
이런 배경에서 이번 최 회장의 결별 선언은 노 전 대통령 부부로서는 일종의 ‘배신’으로 받아들여졌을 수 있다. 믿고 밀어준 ‘사위 기업’이었기 때문이다.
노 전 대통령 부부가 언제 다시 새해인사를 받게 될지는 미지수다.
노 전 대통령의 한 고향 지인은 “워낙 고령인데다 건강이 좋지 않아 이번 일로 상심이 컸을 것이다. 딸이 이혼 과정에서 재산분쟁에 휘말릴 경우 6공시절 통신사 인수 과정이 공개될 우려도 있으며, 이 과정에서 어른(노 전 대통령)이 또한번 상처를 받게 될까 염려 된다”고 말했다.
(CNB=도기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