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고용디딤돌’ 4천여명 몰려
‘직무교육→인턴→계약직’ 정규직 요원
SK그룹은 지난달 5일 대기업 중 처음으로 ‘고용디딤돌 1기 프로그램’을 시행, 현재 면접을 진행 중이다. 지난 4일 서울을 시작으로 14∼15일 대전과 울산에서 대규모 면접이 열리며, 최종 합격자는 오는 18일 발표 예정이다.
SK 뿐 아니라 삼성그룹, 신세계, 현대차 등도 최근 고용디딤돌과 비슷한 형태의 채용박람회를 열었다.
고용디딤돌은 대기업이 취업을 희망하는 청년들을 협력업체와 연결시켜주는 사업이다. 참여기업은 청년에게 ‘직무교육→현장 인턴경험→채용 연계’로 이어지는 일자리 기회를 주며, 비용의 일부는 대기업이 부담하고 있다.
재계가 청년 일자리창출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은 지난 7월 기획재정부·고용노동부 등 6개 정부부처와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등 대기업 오너들이 한데 모여 ‘청년 고용절벽 해소 종합 대책’을 발표하면서부터다.
2017년까지 청년 20만명에게 일자리를 주겠다는 ‘청년 일자리 기회 20만+ 프로젝트’가 핵심인데, 민간 기업들은 이중 16만명을 책임지기로 했다.
SK그룹의 경우, 300여개 협력사가 고용디딤돌에 참여했다. 이 프로그램에서 선발된 사람은 내년 1월부터 서울과 수도권에서 1∼3개월간 직무교육을 받은 뒤 지원 회사에서 3개월간 인턴 근무를 하게 된다.
선발된 구직자는 직무교육 기간에 훈련수당(월 50만원), 인턴기간에는 급여(월 150만원)를 받는다. SK는 교육과 인턴 과정을 모두 마친 구직자에게 수료증과 함께 프로그램 기간에 따라 취업지원금 100∼300만원을 별도 지급할 예정이다.
SK그룹은 최근 ‘청년일자리 창출 2개년 프로젝트’란 이름으로 “2017년까지 2만4000명의 청년에게 고용 기회(4000명)와 창업 지원·교육(2만명)을 제공하겠다”고 선언했는데, 이는 SK계열사에 직원으로 채용되는 게 아니라 협력업체(하청업체)와 청년들을 연결하는 형태다.
삼성·현대차·SK·롯데·한화 등 다른 대기업들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이들 기업은 앞다퉈 연간 수천~수만의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나섰는데, 대부분이 협력사 취직을 추진하는 정도다.
고용디딤돌 심사(면접)를 통과하더라고 곧바로 채용되는 게 아니다. 5~6개월 걸리는 직무교육과 인턴과정을 이수한 뒤 채용여부는 해당 협력사가 결정한다. 이번에 처음 시행된 프로그램이다 보니 1차 선발된 인원 중 몇 명이 정규직으로 일자리를 얻을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SK의 경우, 이번 선발된 1천명이 직무교육, 인턴을 거쳐 상당수는 비정규직으로 취업할 것으로 예상된다.
노동계 한 관계자는 “전체 지원자 중 그나마 계약직으로 일자리를 얻는 인원은 극소수가 될 것으로 추정되며, 다시 이들 중 얼마가 (일정기간 경과 후) 정규직으로 전환될지는 알 수 없다”며 “정부와 재계가 선언한 20만개 일자리가 이런 식으로 채워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CNB=도기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