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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텔링] 영욕의 대우자동차, 중동 사막서 다시 부활할까

한지붕 옛가족 대우인터·한국GM, ‘대우’ 명칭 쟁탈전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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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15.12.07 09:44:25

▲대우인터내셔널이 사우디에서 ‘대우’ 명칭을 단 차를 생산할 계획이지만 ‘대우’ 브랜드의 사용권을 갖고 있는 한국GM의 반발로 실현될 수 있을지 안개속이다. 사진은 1986년 6월 서울 힐튼호텔 신차발표회에서 처음 등장한 대우자동차의 주력 모델 ‘르망’의 당시 광고.

한때 ‘대우그룹’ 그늘 아래서 한솥밥을 먹던 대우인터내셔널과 한국GM이 ‘대우(DAEWOO)’라는 명칭의 사용을 두고 전면전을 벌일 태세다. 대우인터내셔널이 사우디에서 국민차 보급 사업에 착수하면서 완성차 명칭에 ‘대우’를 넣으려하자 한국GM이 ‘대우’ 이름의 사용권은 GM사에 귀속됐다며 법적대응을 시사하고 나선 것.

이들의 갈등은 ‘대우’의 아픈 역사와 접목되며 과거 국민차였던 대우자동차에 대한 애환을 낳고 있다. 중동 사막을 달리는 대우차를 볼 수 있을까? (CNB=도기천 기자)

‘대우’ 브랜드 소유권 대우인터, 사용권 GM
사우디 차량에 ‘대우’ 명칭 사용 놓고 충돌
대우인터 ‘대우차’ 강행… 국제송사 초읽기

대우 명칭 사용 논란은 포스코그룹 계열사인 대우인터내셔널(이하 대우인터)이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와 손잡고 사우디 현지에 자동차회사를 설립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비롯됐다.   
 
대우인터가 사우디 국부펀드인 퍼블릭인베스트먼트펀드(PIF)가 신설하는 국영 자동차회사 지분 15%를 600억원에 인수해 자동차 설계, 부품조달, 조립 등 국민차 생산을 위한 전 공정에 주도적으로 참여해 수익을 낸다는 프로젝트다. 김영상 대우인터 사장은 지난 6월 취임 후 첫 해외출장지로 사우디를 택할 만큼 큰 애정을 쏟고 있다.
 
사우디의 산업인프라 투자를 주도하는 PIF는 자산 규모가 3천억 달러(330조원)에 달한다. 경제개발을 총괄하는 국왕 직속의 경제개발위원회(CED)에 속해 있다. PIF는 총사업비 10억 달러(1조1600억원)를 들여 2018년부터 자국산 자동차를 출시할 계획이다. 

포스코는 그룹 차원에서 이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철강 기업인 포스코의 특성상 수익성이 높은 자동차 강판 매출을 늘릴 수 있다. 공장 건설을 맡은 포스코건설 또한 자금 순환에 숨통이 트이게 된다.

또한 이 사업은 사우디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건설 분야 초대형 프로젝트와도 맞물려 있다. 포스코는 지난 6월 포스코건설 지분 38%를 1조2400억원에 PIF에 매각했다. 양측은 합작 건설사를 설립해 사우디 정부가 발주하는 철도, 호텔, 건축 등 현지 주요 건설사업을 공동진행 할 계획이다.
 
이렇게 대우인터와 사우디 정부가 여러모로 얽힌 가운데 PIF는 국민차 브랜드로 ‘대우’ 명칭을 쓰자고 제안했다. 사우디 내에서 ‘탱크주의 대우’에 대한 인지도가 예전부터 높았기 때문.
 
사우디 사업을 맨 처음 지휘했던 전병일 전 대우인터 사장은 1977년 대우중공업에 입사해 지난 6월까지 대표이사를 지낸 ‘대우맨’이며, 현재 김영상 사장 또한 1982년 ㈜대우에 입사해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대우그룹 출신들의 마지막 자존심이 달린 대우차가 중동 사막에서 부활할 절호의 기회다보니 이들은 ‘대우’ 브랜드 유치에 적극 나섰다.
 
특히 전병일 전 사장은 대우에 대한 자부심이 남다르다. 실례로 지난 5~6월경 포스코그룹이 대우인터가 오래전부터 해온 가스전 사업부문을 매각하려 하자 권오준 포스코 회장에게 대놓고 반발하는 등 ‘포스코 내 대우맨’으로 통한다.

하지만 한국GM이 대우인터의 ‘대우’ 명칭 사용 요구를 묵살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한국GM 측은 “대우 브랜드를 허락 없이 쓸 경우 즉각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명칭 사용을 둘러싼 갈등 탓에 지난달로 예정된 대우인터와 PIF와의 본계약이 지체되고 있다. 

▲tvN ‘응답하라 1988’에 등장한 대우자동차 르망. ‘쎈’ 누나 성보라가 선배로부터 빌려온 차로 설정됐다. 중동 사막을 달리는 대우자동차를 다시 볼 수 있을까? (사진=CJ E&M)

한솥밥 먹던 두 기업…비련의 대우史 씁쓸 

한때 대우그룹 지붕 아래서 한솥밥을 먹던 두 기업이 서로 등을 돌린 이유는 뭘까?

한국GM의 모기업인 미국GM(제너럴 모터스)은 70~80년대 대우자동차와 합작공장을 설립하는 등 대우의 긴밀한 동반자였다.

이후 대우자동차는 GM과의 합작관계를 청산하고 1992년부터 독자노선을 걷게 된다. 베트남, 우즈베키스탄, 유럽 등지에 현지 공장을 설립하고 해외에 자회사를 만들며 글로벌경영에 박차를 가하는 한편 1998년 쌍용자동차를 인수 합병했다.

하지만 1999~2000년 대우사태로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이후 대우그룹은 대우인터, 대우건설만 남긴 채 사실상 공중분해 됐다.

포스코는 대우그룹이 사라지며 낙동강 오리알이 된 대우인터를 2010년 3조3724억원에 인수했다. 현재 (주)포스코가 60.3%를 소유한 최대주주다.

대우자동차는 GM에 매각돼 2002년 10월 GM대우로 재출범했다. 2011년 3월 ‘GM대우’는 ‘한국GM’으로 회사명을 바꾸고, 그간 써온 ‘대우’ 명칭을 GM의 주력 브랜드인 ‘쉐보레(Chevrolet)’로 바꿨다. 이때부터 GM에서 출시되는 모든 완성차에서 ‘대우’ 명칭이 사라졌다.
 
GM은 채권단으로부터 대우자동차를 인수할 당시 ‘대우’ 이름의 사용권을 확보했다. GM관계자는 CNB에 “판매·생산 등 자동차사업과 관련된 대우 브랜드는 인수 당시 GM에 귀속됐다”고 밝혔다.

마지막 대우맨 vs GM, 자존심 한판승

하지만 대우라는 브랜드의 소유권은 현재까지도 대우인터에 있다. 대우그룹의 지주사인 (주)대우가 사업권을 대우인터에 넘기고 사라지면서 브랜드 소유권이 자동으로 승계됐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대우인터가 대우 브랜드 소유권을 갖고 있지만, 자동차부문에 있어서의 사용권한은 GM이 갖는 희한한 모양새가 된 것이다.  

GM 관계자는 CNB에 “2011년 이후 쉐보레로 주력 브랜드가 바뀌었을 뿐, 대우 브랜드는 여전히 GM의 것이며, 실제로 2011년 이전에 GM에서 출시된 자동차들은 ‘대우’ 이름을 달고 거리를 달리고 있다. 그런데 다른 회사에서 대우 명칭을 사용하겠다는 건 말이 안된다”고 주장했다. GM 측은 소송을 통해서라도 사용권을 지키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대우인터 측은 대우 브랜드 소유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대우인터 관계자는 “GM이 쉐보레로 브랜드를 바꾸고 지난 4년간 대우 명칭을 사용하지 않았는데, 속지주의(자국법 우선) 원칙에 따라 충분히 우리가 권리주장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법조계는 GM이 대우자동차를 인수할 당시, 대우 명칭에 대한 사용권한을 국내로 한정했는지 글로벌 시장까지 포함한 것인지가 이번 분쟁의 핵심이라고 판단했다.

김재식 변호사(법무법인 에이펙스)는 CNB와 통화에서 “GM의 대우 명칭 사용 범위는 계약서 뿐 아니라 당시 교섭과정에서 나타난 GM과 대우의 의도까지 들여다봐야 정확히 알 수 있다”며 “설령 GM이 글로벌시장에서 상표사용권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사우디의 특허법에서 이를 받아들이느냐는 또 다른 문제며, 사우디 법원이 속지주의에 의거해 GM의 주장을 전부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장기간 국제재판이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CNB=도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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