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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텔링] 재계 20만 청년 고용 ‘빛과 그림자’

대규모 일자리 창출, 속빈 강정일까 꽉찬 과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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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15.12.03 11:46:01

▲대기업들이 일자리를 찾는 청년들을 직접 고용하기보다 하청업체 채용을 독려하는 쪽으로 ‘일자리창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생색내기’라는 비난이 일고 있다. 지난달 23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15년 삼성 협력사 채용 한마당’ 행사장 입구가 구직자들로 붐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대 청년층의 실업률이 올해 처음 10%를 넘어선 가운데 대기업들이 사상 최대 규모의 취업지원 프로젝트를 가동하고 있어 주목된다. 고용노동부와 재계는 고용디딤돌, 협력사 채용, 전국순회 취업박람회 등 각종 일자리창출에 총력전을 펴고 있다.

하지만 대기업이 하청업체에 채용을 떠넘긴다는 비판과 함께 인턴·촉탁직·임시직 등 불완전 고용만 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대기업발 일자리 창출은 속빈 강정일까, 꽉찬 과실일까? (CNB=도기천 기자)

대기업 취직은 여전히 하늘에 별따기
협력사 채용 지원으로 일자리수 늘려
인턴·촉탁·임시직… 불완전 고용 급증

재계가 청년 일자리창출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은 지난 7월 기획재정부·고용노동부·산업통상자원부 등 6개 정부부처와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대한상공회의소·중소기업중앙회·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제단체들의 수장, 그리고 대기업 오너들이 한데 모여 ‘청년 고용절벽 해소 종합 대책’을 발표하면서부터다.

2017년까지 청년 20만명에게 일자리를 주겠다는 ‘청년 일자리 기회 20만+ 프로젝트’가 핵심인데, 민간 기업들은 이중 16만명을 책임지기로 했다.

분위기는 이전부터 무르익었다. 박근혜 정부는 출범 당시부터 창조경제를 목표로 내걸었다. 지역인재 육성, 창업·벤처기업 지원, 서민경제 활성화라는 3대 아젠다를 설정해 지역기반이 뚜렷한 대기업들을 끌어들였다.

채 1년도 되지 않는 기간에 전국 각지에 혁신센터가 건립됐다. 대구·경북은 삼성이, 광주는 현대차그룹이, LG는 충북, KT는 경기, 두산은 경남, 롯데는 부산, 효성은 전북, SK는 대전, 한화는 충남, GS는 전남, CJ는 서울, 한진은 인천, 현대중공업은 울산, 네이버는 강원, 다음카카오는 제주에 각각 거점을 마련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 자연스레 ‘청년 일자리 기회 20만+ 프로젝트’가 탄생한 것. 삼성·현대차·SK·롯데 등 주요 대기업들은 앞다퉈 연간 수천~수만의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나섰다.

삼성그룹 3만명(2년간), 현대자동차그룹 9500명(2015년), SK그룹 2만 4000명(2년간), 롯데그룹 2만 4000명(3년간), 신세계그룹 17만명(2023년까지), 한화그룹 1만 7000명(2017년까지) 등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19일 서울 서울무역전시장(SETEC)에서 열린 ‘2015년 공공기관 채용박람회’에서 청년구직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정부는 2017년까지 청년 20만명에게 일자리를 주겠다는 ‘청년 일자리 기회 20만+ 프로젝트’를 재계와 함께 진행 중이다. (사진=기획재정부)

미생들 또 희망고문?

하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것이지, 자기 회사에 취직시켜 주겠다는 얘기는 아니다. 대부분 대기업들은 협력사(하청업계, 관계사 등)가 구직자를 채용토록 지원한다는 의미로 ‘디딤돌 고용’을 내걸었다.

삼성은 지난달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2015년 삼성 협력사 채용한마당'을 개최했는데, 삼성 12개 계열사의 200여개 협력사가 참여했다. 2000여명이 일자리를 얻었지만 대부분 중소기업이었다. 

SK그룹이 최근 개최한 ‘2015 동반성장 협력사 채용박람회’도 마찬가지였다. SK이노베이션, SK에너지, SK종합화학, SK루브리컨츠, SK건설, SK케미칼 등 6개 계열사의 20여개 협력사가 참여했다.

지난 9월에 열린 신세계그룹의 채용박람회는 신세계백화점, 이마트, 신세계푸드, 신세계인터내셔날, 스타벅스 등 신세계 계열사 10곳과 협력사 115곳 등 총 125개 기업이 참여해 현장면접을 진행했는데 대부분 채용은 협력사 몫이었다.

전국을 돌며 채용박람회를 열고 있는 현대차의 경우, 360여개 부품, 정비, 원·부자재, 설비부문 협력사가 참여하고 있다. 아예 처음부터 목적을 ‘협력사의 구인난 해소’에 뒀기 때문에 본사 차원의 채용과는 거리가 있다.

고용부와 재계가 함께 진행하고 있는 ‘고용디딤돌’도 협력업체가 일자리를 책임지는 프로젝트다.
 
고용디딤돌은 대기업의 교육시설 등을 활용해 유망직종을 중심으로 청년 1만명을 직접 교육시키는 사업이다. 참여기업은 청년에게 ‘직무교육→현장 인턴경험→채용 연계’로 이어지는 일자리 기회를 준다.

하지만 이를 통해 대기업에 정규직으로 취업한다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고용부와 삼성·현대차·SK는 지난달 9일부터 12일까지 전국 주요대학을 돌며 고용디딤돌 전국 설명회를 가졌는데 이들이 내건 슬로건은 “협력사 구인난 해소를 위해 우수인력을 협력체 인턴에 선발 한다”는 것이었다.

고용디딤돌에 지원한 청년들을 뽑아 2~3개월간 하청업체에 맞춘 직무교육을 진행하고, 직무교육 후 하청업체가 이들에게 3~6개월간 인턴 자리를 주는 식이다.

이들 중 몇 명이나 하청업체의 정규직으로 전환될지는 알 수 없다. 대기업 채용연계에 기대를 걸었던 학생들은 크게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일자리 수를 부풀리고 있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정부와 약속한 일자리 창출 규모를 채우려다보니 서류상으로 채용인원을 뻥튀기 하는 경우다.

계약직 1명을 채용해 몇 개월 단위로 근로계약서를 새로 쓸 경우, 정작 일한 사람은 한 사람이지만 일자리 수(고용횟수)는 여러 개로 잡힌다. 재계가 내건 16만개의 일자리 중 일부는 이런 식으로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대부분 대기업들의 채용박람회가 협력업체와 구직자를 연결 짓는 수준에 그치고 있어, 대기업이 신규투자 등을 통해 직접 고용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 26일 한화갤러리아가 개최한 면세점 협력사 채용박람회 풍경. (사진=한화갤러리아)

신규투자 통한 일자리 절실

물론 대기업들의 일자리 창출이 전부 ‘속빈 강정’인 건 아니다. 협력사들 중에는 튼실한 기반을 갖춘 곳도 많아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는데 기여하는 점도 분명 있다.

또 적은 규모긴 하지만 상당수 대기업의 채용규모도 예전에 비해 늘었다. 삼성은 지난 8월 “2017년까지 신규투자 등을 통해 1만 8600개의 새 일자리를 만들겠다”며 ‘청년 일자리 종합대책’을 내놨는데 대부분이 삼성 계열사의 직접고용이었다. 

고용노동부와 한국고용정보원이 6개월 이상 고용보험에 가입한 근로자 수 10인 이상 기업 10만 2705곳을 상대로 고용성장지수를 산출한 결과, 삼성코닝어드밴스드글라스, 삼성전자, CJ올리브네트웍스, 삼성SDI, 현대엔지니어링, 신세계푸드,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 계열사들이 상위 2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정세현 경영컨설턴트는 CNB에 “대기업이 고용을 늘리는데 크게 기여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계약직·임시직을 늘리거나 협력업체의 등을 떠미는 식으로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있어 아쉽다”며 “사업확장을 통해 고용창출이 이뤄지는 게 가장 자연스럽지만, 일부 대기업은 오너리스크가 발생한 시점에 국민여론을 달래기 위해 대규모 일자리창출을 선언하다보니 급조된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CNB=도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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