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연희동 이사에 정치권 ‘술렁’
김 “집값 싸서 가려는 것 뿐” 일축
현지 부동산 “인근 홍대 시세의 절반”
연희동~국회 차로 15분…全·盧 인접
연희동은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을 배출한 곳이며 고 김대중 대통령이 살았던 동교동과도 불과 1킬로미터 남짓 떨어진 곳이다. 동교동 건너편의 서교동에는 고 최규하 대통령 저택이 자리 잡고 있다. 이 일대에서만 4명의 대통령이 배출된 셈이다.
이 지역에 전직 대통령의 집들이 몰려 있다는 상징성 뿐 아니라 당시 권력의 실제적인 중심부였다는 점에서 정치권은 김 대표의 연희동 이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최근 김 대표가 사위 마약 사건, 부친 친일 의혹, 처남 총선 출마 등 각종 가족사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에 나선 것도 다분히 대선을 의식한 행보라는 풀이를 낳고 있는 터라 이번 이사 소식이 더욱 예사롭지 않다.
이사를 둘러싼 여러 설이 이달초 정보지(일명 찌라시)에까지 오르내리자 김 대표는 곤혹스런 모습이다.
김 대표는 최근 기자들에게 “평소 단독주택에 살고 싶었고 여의도에서 제일 가까우면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곳이 연희동이라 이사를 생각 중이지만 여의도집이 안 안팔리고 있다”고 말했다.
측근들은 “아직 구체적으로 진행된 것은 없으며, 이사에 대한 정치적 해석은 오해와 억측”이라고 손사레를 쳤다. 아파트 대신 단독주택에 살고 싶은 게 이사를 결심한 이유라는 것. 김 대표는 현재 여의도의 한 고급 주상복합아파트에서 10여년째 살고 있다.
이에 CNB는 10일 ‘마당 있는 저택’이 있는 국회 인근 동네들의 시세·주변환경 등을 두루 조사했다.
‘마당 있는 저택’으로 범위를 좁힌 이유는 역대 대통령과 주요 대선후보들이 거의 모두 ‘마당 있는 집’에서 탄생한데다, 김 대표가 언급한 ‘연희동 단독주택’ 밀집지가 ‘마당 있는 집’들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실제 역대 대통령 당선인 가운데 아파트에 거주한 경우는 아무도 없었다. 최규하, 전두환, 노태우, 김대중, 김영삼 모두 후보 시절부터 ‘마당 있는 저택’에 살았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서울시장 퇴임 후 원래 살던 강남구 논현동 저택을 두고 종로 가회동의 전통 한옥 주택에 전세로 들어간 뒤 이듬해 대권을 거머쥐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삼성동 단독 주택에서 대선에 승리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만 유일하게 명륜동의 ‘빌라형 주택’에서 당선인이 됐다.
국회 앞 서강대교를 지나면 마포구 상수동, 합정동, 서교동, 동교동, 연남동, 서대문구 연희동으로 이어져 있다. 이들 동네는 국회에서 2~5킬로미터 반경에 위치해 있다.
홍익대 상권이 밀집해 있는 서교동과 연남동은 개발 바람이 불어 주상복합, 빌라, 상가건물 등으로 바뀐 지 오래 돼 ‘마당 있는 집’을 찾기 힘들었다.
국회에서 가장 가까운 상수동은 서울화력발전소(당인리 발전소)의 지하화 및 지상공원화가 추진되고 있어 오래전부터 단독주택들이 빌라·다세대 건물로 탈바꿈했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마당 있는 주택이 사라진지 오래됐다. 설령 매물이 있더라도 평당(3.3제곱미터당) 5000~6000만원을 호가한다”고 전했다.
그나마 마당 있는 저택이 존재하는 곳은 합정동, 동교동, 연희동 정도였다. 합정동 또한 홍대 상권과 인접해 있어 남아 있는 저택들도 고급 카페 등으로 변신한 집들이 많았으며, 온전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단독주택은 20여채 남짓했다.
부동산 관계자는 “평당 1억원에 내놓은 집도 있다. 부르는 게 값”이라고 전했다. 100평 규모면 100억원을 호가한단 얘기다.
동교동은 고 김대중 대통령 저택이 있는 골목에 몇 채의 단독주택이 있었는데, 새정치민주연합과 대척점에 있는 김 대표가 이곳을 거주지로 택할 리는 만무해 보였다.
하지만 연희동은 사정이 달랐다. 상수~연희동으로 이어지는 5개 동네 중 가장 집값이 싸고 주변환경이 좋아 보였다.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이 수십년째 이곳에서 거주하고 있어 개발 물결을 비껴갈 수 있었다.
70~80년대 지어진 고급주택들이 옛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채 늘어서 있고, 경찰이 전직대통령 경호 목적으로 24시간 상엄한 경비체제를 유지하고 있어 보안에도 문제가 없어 보였다. 경찰은 전두환 대통령 집권기인 80년대부터 이 동네 집 3~4채를 사들이거나 임대해 경찰청 소속 경비병력의 경호처소로 사용해오고 있다.
부동산 업소에 따르면, 이곳의 주택매매시세는 평당 1800~2000만원 선. 전두환 저택이 위치한 84번지 일대가 가장 비싼 평당 2000만원 선이며, 주택들의 규모가 100평~150평대가 주를 이룬다고 전했다. 어림잡아 약 100여 채의 ‘마당 있는 집’들이 운집해 있었다.
인근의 연남·서교동 등이 평당 5000만원 웃도는 점을 감안하면 연희동은 절반에도 미치는 못하는 시세였다.
그럼에도 ‘단독주택에 살고 싶어서일 뿐’이라는 김 대표의 말이 곧이곧대로 들리지는 않는다.
김 대표는 10여년 전부터 여의도 한 고급주상복합아파트에서 부인, 아들과 함께 살고 있다. 이 아파트가 주상복합인 데다 평수도 대형이라 ‘서민적’ 이미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을 주변에서 종종 받고 있다.
김 대표는 지난해 말부터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를 묻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당내 부동의 1위는 물론 여야 대선주자 지지도에서도 1~2위를 오르락내리락 하고 있다. 대선을 불과 2년 앞둔 시점에 나온 연희동 입주설에 정치권이 술렁이는 이유다.
여권의 한 의원은 “대권과 단독주택이 서로 떨어져 보이진 않는다”며 “평소 (마당 있는 집에) 살고 싶은 희망도 이루고 대권도 이루겠다는 양수겸장 아니겠냐”고 짐작했다.
(CNB=도기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