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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텔링] 최태원 SK 회장이 던진 주사위, 어디 향할까

넘치는 자금·과감한 베팅…M&A시장 큰손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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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15.11.06 09:44:49

▲SK그룹은 최태원 회장의 경영복귀로 과감한 투자에 나서고 있다. 지난달 30일 제주에서 열린 SK CEO 세미나에 참석한 최 회장. 그는 계열사 CEO들에게 “기업의 경영활동은 국가와 사회라는 기반 위에서 이뤄지는 만큼 청년실업 문제나 양극화 해소를 위한 역할과 지원 방안을 찾아달라”고 말했다. (사진=SK제공)

동부하이텍, CJ헬로비전, 대우조선해양, 두산인프라코어, 금호산업… 최태원 SK회장이 지난 8월 출소 후 지분 인수가 거론됐거나 성사된 기업들이다. 최 회장이 세상으로 나온지 채 3개월도 되지 않는 기간에 대규모 투자설이 잇달아 회자되고 있다는 점에서 예사롭지 않다. SK텔레콤이 보유하고 있는 SK하이닉스 지분을 SK하이닉스홀딩스로 분리한 후 SK㈜와 합병을 통해 지배구조를 단순화할 것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SK는 말을 아끼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인수설은 적극 부인하면서도 나머지 투자설에 대해선 함구하고 있다. 최 회장 공백으로 수년간 막혔던 투자가 봇물처럼 터진걸까, 아니면 인수합병(M&A) 시장에 도는 루머일 뿐일까? (CNB=도기천 기자)


최 회장 경영복귀, 의사결정 전광석화
묵혔던 투자계획 하나둘씩 책상 위로
투자대상 5~6곳 만지작…실탄도 충분


2년 7개월에 걸친 수감생활을 끝내고 8.15 특별사면 대상자로 지난 8월 14일 출소한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출소 후 거의 하루도 거르지 않고 전국 각지의 창조경제혁신센터, 주요 사업장, 해외 거래처를 방문 중이다. 청년 일자리 창출 방안과 46조원 규모의 반도체 투자 계획도 내놨다. 


그러자 SK하이닉스가 비메모리 반도체 기업인 동부하이텍을 인수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졌다.


동부하이텍은 동부그룹이 고강도 자구계획 일환으로 지난 2013년부터 내놓은 알짜 매물이다. 국가기반산업인 반도체 특성상 해외매각은 사실상 불가한 상황이라 국내 최대 반도체 기업인 SK하이닉스의 인수 가능성이 끊임없이 회자되고 있다. 


하지만 최 회장은 우선 순위를 통신분야 사업재편에 뒀다. 유선방송 1위 사업자인 CJ헬로비전을 SK텔레콤이 인수키로 한 것.


SK텔레콤은 지난 2일 이사회를 열고 CJ오쇼핑이 갖고 있는 CJ헬로비전 지분 30%를 5000억원에 인수하고, 23.9%는 향후 옵션 행사를 통해 사들이기로 의결했다.


이로써 유료방송 시장 1위인 KT를 바짝 따라붙는 강자로 부상했다. SK브로드밴드 인터넷TV(IPTV) 가입자 수(314만명)와 CJ헬로비전 케이블TV 가입자 수(416만명)를 합치면 SK텔레콤은 73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하게 된다. KT는 812만명의 유료시청자를 보유하고 있다. 


또 대형이통사들을 위협하고 있는 알뜰폰 시장에서도 독보적인 1위 자리를 지키게 됐다. 알뜰폰 점유율 1위인 CJ헬로비전과 SK텔레콤의 자회사인 SK텔링크의 점유율을 합칠 경우 알뜰폰 시장점유율이 35%에 이르게 된다.


최 회장은 또 SK의 전통적인 주력인 에너지사업도 확장하고 나섰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금호산업 인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데, 박 회장과 박세창 금호타이어 부사장이 시장에 매물로 내놓은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 지분 중 일부를 매입하기로 결정한 것.


금호산업은 아시아나항공 지분 30.1% 보유한 최대주주며, 금호터미널, 금호고속 등을 지배하는 사실상의 지주사다. SK에너지는 아시아나항공에 항공유를 공급하고 있다. SK관계자는 CNB에 “사업확장으로 보기에는 지분매입 규모가 미미하다. 아시아나와의 오랜 관계를 고려한 파트너십 정도로 생각해 달라”고 말했다.


▲최태원 SK 회장이 지난달 30일 제주도에서 열린 ‘SK CEO 세미나’에서 발표자료를 주시하고 있다. (사진=SK제공)


대우조선해양 해프닝에 쏠린 눈


SK는 또 두산인프라코어가 매물로 내놓은 공작기계부문을 인수할 후보군에도 이름을 올렸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두산인프라코어는 최근 잠재적 인수후보자들에게 공작기계사업부 지분 인수에 관한 제안서를 보냈다.


인수 제안을 받은 곳은 SK그룹 외에도 두산과 함께 공작기계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현대위아, 사모펀드(PEF) 등 10여 곳인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인프라코어 공작기계 부문은 올해 상반기 매출액 8884억원, 영업이익 664억원을 낸 알짜 매물이다. 


이처럼 SK가 대형 M&A시장에 빠지지 않고 이름을 올리면서 웃지 못할 해프닝도 벌어졌다.


지난 3일 한 언론매체가 SK그룹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할 것이라고 보도하면서 대우조선해양의 주가가 장중 한때 28%나 급등했다. 반면 SK는 장중 17%까지 급락했다가 5.58% 하락 마감했다.


SK그룹과 산업은행(대우조선해양의 주채권은행), 대우조선해양 모두 “SK의 대우조선 인수설은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공시하면서 사태는 일단락 됐다. 하지만 일부 투자자들은 큰 피해를 입었고 시장은 교란됐다.


대우조선해양은 3분기 영업손실 1조2171억원, 당기순손실 1조3643억원을 기록하는 등 최악의 실적을 낸 곳이다. 누적 적자는 무려 4조2922억원에 이른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대우조선해양이 영업손실규모가 5조원을 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SK관계자는 CNB에 “이런 지경에 처한 기업을 인수한다는 게 말이 되냐”고 반문했다. SK 측은 공매도 세력 등 ‘보이지 않는 손’이 개입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서울 종로구 서린동 SK 본사빌딩 앞. (사진=연합뉴스)


‘지배력 강화 프로젝트’시동 걸까
 
한편에서는 지배구조 재편에 대한 얘기도 나온다.


SK는 지난 6월 SK㈜와 SK C&C 간 합병을 완료하고 통합지주회사 체제로 거듭났다. 합병 전까지는 SK C&C가 지주사인 (주)SK를 지배하고 (주)SK가 여러 계열사를 지배하는 구조였다. 최태원 SK 회장의 (주)SK 지분은 고작 0.02%에 불과했다. 하지만 최 회장의 SK C&C의 지분율은 32.92%에 달해 양사 합병을 통해 지배구조를 단순화 할 수 있었다.


다음 수순은 SK㈜-SK텔레콤-SK하이닉스로 이어지는 3단계 구조를 줄이는 것. 시장에서는 SK텔레콤이 보유하고 있는 SK하이닉스 지분을 SK하이닉스홀딩스(가칭)로 분리한 후 SK㈜와 합병을 통해 현재 SK㈜-SK텔레콤-SK하이닉스로 이어지는 3단계 구조를 SK㈜-SK텔레콤·SK하이닉스 2단계 구조로 만들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이렇게 되면 SK하이닉스는 SK의 손자회사에서 자회사로 탈바꿈하게 된다. 공정거래법상의 출자규제 등을 피할 수 있게 돼 보다 적극적인 투자가 가능해진다.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46조원 가량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최 회장의 의지가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높아진단 얘기다.


SK관계자는 “통합지주회사 체제가 이제 겨우 출범했다. 현재로서는 더 이상 지배구조 개편 계획이 없다”면서도 “장기적으로는 여러 방안이 고려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과감한 최태원식 투자와 M&A를 이루기 위해 어떤 식으로든 지배구조가 다시 바뀔 것으로 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최태원 SK회장이 지난 8월 25일 경기도 이천시에서 열린 SK하이닉스 M14 반도체공장 준공식에서 영상물을 보며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태원의 뚝심, 종착역은…


잠잠했던 SK가 봇물 터지듯 각종 투자 및 사업재편설에 휩싸인 데는 시장기대치를 넘어서는 실적, 최 회장 부재로 캐비넷 속에서 잠자고 있던 투자계획들이 책상 위로 올라온 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이 자리를 비운 동안 SK그룹은 인수합병이나 대규모 투자를 거의 진행하지 못했다. 이렇다보니 성장이 정체되는 것은 물론, 내부 구성원 사이에 일부 불협화음까지 돌출됐었다.


하지만 최 회장의 복귀로 보다 빠른 의사결정이 가능해졌다. 여기다 재무개선에 나선 다른 대기업들이 내놓은 알짜매물이 시장에 넘친다.


주요계열사들의 3분기(7~9월) 실적도 무난한 편이다. 매출규모가 큰 주요계열사 7곳 중 4곳이 시장 기대치를 웃돌았다. SK이노베이션이 시장 기대치(1619억원)를 훌쩍 뛰어넘은 3640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놓은 데 이어 SK하이닉스(1.08%), SK네트웍스(2.93%), SKC(3.27%) 등이 선방했다.


자금력도 충분한 상황이다. SK하이닉스,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등은 각자 수조원대의 실탄을 곳간에 비축해둔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고위관계자는 “최 회장의 통 큰 행보가 위축된 재계에 큰 활력소가 되고 있다”며 “수년간 비축해 둔 투자자금을 시장에 쏟아 부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면서 근거 없는 루머까지 나돌고 있다. (인수합병 대상 매물의) 옥석을 가리는 작업이 까다로운 만큼 투자설이 현실이 되려면 다소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CNB=도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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