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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텔링] 대한항공·아시아나, ‘저가항공의 난(亂)’ 진압할까

이희호 방북 ‘이스타’, 상장 대박 ‘제주항공’…다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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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15.11.03 11:39:41

▲저비용항공사인 제주항공이 공모주 청약에서 7조원대 대박을 내며 증권시장 상장 초읽기에 들어가자 대형항공사들이 긴장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규남 제주항공 사장, 김수천 아시아나항공 사장, 지창훈 대한항공 총괄사장. (사진=제주항공, 연합뉴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의 방북으로 ‘이스타 항공’이 유명세를 탄데 이어, 오는 6일 제주항공이 주식시장에 상장하는 등 저비용항공사들의 약진이 예사롭지 않다. 반면 대항항공과 아시아나 항공은 최근 1년새 주가가 30%이상 주저앉는 등 저유가와 중국관광객 증가에도 불구하고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벼랑 끝 생존경쟁에 내몰린 항공업계를 들여다봤다. (CNB=도기천 기자)

제주항공, 공모주 청약 ‘7조’ 대박
이스타, 업계 최초 잇단 ‘북한행’
대형항공사, ‘비행기 늘리기’ 맞불
“제살 깎아먹기 무한경쟁” 우려도

우리나라 저가항공(Low cost carrier, LCC)의 역사는 채 10년이 되지 않는다. 2005년 8월 한성항공(현 티웨이항공)이 저비용항공사로 처음 취항했다. 저비용항공기는 기내식이나 신문·텔레비전·게임·음악 등의 서비스를 없애고 최소한의 기내 서비스만 제공하며, 공간이 대형항공기에 비해 좁다.

현재 국내에서는 제주항공(Jeju Air), 진에어(Jin Air), 에어부산(Air Busan), 이스타항공(Eastar Jet), 티웨이항공(T'way Air) 등 5개 저비용항공사가 국내선과 국제선을 운항하고 있다.

진에어는 대한항공 계열이며, 에어부산은 아시아나항공이 출자했다. 제주항공은 애경그룹 계열이다. 티웨이항공과 이스타 항공은 대기업이 출자하지 않은 독립적인 중견기업이다.

이스타 항공은 김대중 평화센터 이사장인 이희호(94) 여사가 지난 8월 방북 때 이용하면서 널리 알려졌다. 94세 고령의 이 여사가 비좁고 불편한 저가항공을 이용했다는 점에서다.

이 여사 측은 “비용이 저렴해서 저가항공을 택했다”고 짧게 밝혔지만 어려운 경제상황을 감안해 중소기업에 힘을 실어줬다는 분석과 함께 저비용항공사의 상대적으로 싼 운임료가 화두에 올랐다. 작은 덩치의 이 생소한 항공기를 보고 북한당국도 놀랐다는 후문이다.  

이스타는 지난달 평양에서 열린 ‘남북 노동자 통일축구대회’ 때도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과 최종진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 등 양대 노총 대표단 162명을 전세기로 실어 날랐다.

▲제주항공 B737-800 항공기. (사진=제주항공)

제주항공 주가 고고씽 왜?

비슷한 시기에 제주항공은 증권시장 상장을 서두르고 있다. 지난달 28일부터 29일까지 이틀간 일반 투자자를 상대로 공모주 청약을 진행한 결과, 배정 물량 110만주에 대해 모두 4만4380건(4억9330만주)의 청약 신청이 몰려 448.5대1의 경쟁률을 기록하는 ‘대박’을 냈다. 청약 증거금은 무려 7조3996억원에 달했다.

제주항공는 오는 6일 상장될 예정이다. 아시아나항공이 1999년 증시에 입성한 이후 16년 만이다. 공모가 3만원으로 계산하면 제주항공의 시가총액은 7772억원에 달한다.

현재(2일 종가기준) 아시아나항공의 시가총액은 9394억원. 만약 제주항공 주가가 4만원을 돌파하면 시가총액이 1조원을 넘게 돼 아시아나항공을 넘어서게 된다. 증권업계에서는 제주항공의 목표주가를 3만6000원에서 최대 4만원까지 잡고 있다.

제주항공의 상장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2011년 이후 4년 연속 흑자기조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

제주항공은 2005년 설립돼 초기엔 고전을 면치 못했지만 최근 몇 년 간 실적이 크게 나아졌다. 지난해에는 개별기준으로 매출액 5106억원, 영업이익 295억원, 당기순이익 32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18.1%, 영업이익은 무려 94.1%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실적이 더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023% 증가한 307억원, 당기순이익은 673% 급증한 323억원을 달성했다.

항공산업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유가와 환율이 긍정적으로 작용한데다, 허리띠를 졸라맨 국내외 관광객들의 저비용항공 이용이 급증한데 따른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저비용항공사의 국내선 점유율은 50%를 넘어서며 처음으로 대형 항공사를 제쳤다.

제주항공은 국내 LCC 중 점유율 1위(올해 9월 누적기준 31.5%)를 지키고 있다. 2012년 5월 탑승객 1000만명 돌파에 이어 지난해 7월 2000만명을 LCC 최초로 돌파했다. 제주항공은 이번 상장을 통해 확보한 자금을 2020년까지 항공기 도입에 600억원, 항공기 엔진 구입에 200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에어버스의 차세대 중소형기인 ‘에어버스 A321-200NEO’. 아시아나항공은 이 기종 25대를 순차적으로 도입해 일본, 중국, 동남아 노선 등 중단거리 노선을 중심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사진=아시아나항공)

아시아나, 에어서울로 영토 수복

반면 아시아나항공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연초 7000원대 주가는 4815원(2일 종가기준)까지 떨어졌다. NICE신용평가는 지난달 30일 아시아나항공의 장기신용등급을 BBB+에서 BBB로 하향조정했다.

메리츠종금증권 김승철 연구원은 “저비용항공사와 외국계 항공사의 시장잠식에 따른 실적부진, 메르스 여파로 인한 외국인관광객 감소 등이 나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상반기 기준 아시아나항공의 국내여객 점유율은 19.5%, 국제여객 점유율 20.9%, 국제화물 점유율 23.3%로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여기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지난 9월 산업은행으로부터 금호산업을 7228억원에 사들이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금호산업은 아시아나항공 지분 30.1% 보유한 최대주주며, 금호터미널, 금호고속 등을 지배하는 사실상의 지주사다. 자금 여력이 미미한 박 회장 일가로서는 전적으로 전략적(SI)·재무적투자자(FI)의 힘을 빌릴 수밖에 없는 처지다.

이렇게 되면 가뜩이나 열악한 아시아나항공의 재무구조가 더 나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상호출자를 금지하고 있는 현행법상 아시아나항공이 금호산업 인수자금을 출자할 수는 없지만, 금호아시아나그룹 전체의 재정상황이 더 악화될 우려는 있다”고 지적했다. 아시아나항공의 순차입금은 올 상반기 기준 4조2132억원, 부채비율은 868.8%에 이른다. 항공업 특성상 차입금 의존 비율이 높을 수밖에 없는 구조지만 그렇더라도 지나친 수준이다.

이에 아시아나는 LCC자회사 ‘에어서울’을 출범시켜 저가항공사들과 경쟁을 펼칠 계획이다. A321-200 5대를 에어서울로 보내, LCC와의 경쟁이 치열한 중국, 일본, 동남아 노선에 내년 2분기 첫취항할 예정이다. 

에어서울로 전출된 항공기들의 빈 자리는 최신예 항공기를 도입해 채운다. 2017년부터 2025년까지 순차적으로 중대형 기종인 에어버스 350XWB 30대를, 2019년부터 2025년까지 중소형 기종인 에어버스 321-200 NEO 25대를 사들여 경쟁력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CNB에 “에어서울을 통한 저렴한 운임료로 단거리이용 고객을 흡수하는 한편 최첨단 항공기 도입으로 프리미엄서비스를 강화하는 투트랙 전략으로 승부를 걸 생각”이라고 전했다.

▲대한항공의 최신예 대형 항공기 B747-8I. (사진=대한항공)

‘더 멀리’ 대한항공, 장거리로 차별화

한편 대한항공은 장거리 노선 매출 비중이 53%(미주 31%, 구주 19%, 대양주 3%)에 달해 단거리에 의존하고 있는 LCC의 약진에 크게 개의치 않는 분위기지만, 그렇다고 안심할 순 없는 처지다.

제주항공 등의 성장속도가 워낙 빠른데다 아시아나의 에어서울까지 취항하게 되면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부채비율 780%, 차입금의존도 66%(3월말 기준)에 이르는 열악한 재무구조도 늘 아킬레스건으로 따라 다닌다. 연초 4만원대 중반이었던 주가도 3만원대 초반으로 주저앉은 상태다. 

대한항공은 노선 다변화, 신기종 항공기 구입 등을 통해 사업 다각화를 모색하고 있다.

올해 총 19대의 최신형 항공기를 사들인데 이어 내년 17대, 2018년 4대 등 순차적으로 신규 항공기를 도입한다. 자회사인 진에어는 우리나라 LCC 중 유일하게 중장거리 기재인 B777-200ER를 운영하고 있는데, 올 연말부터 하와이 호놀룰루 노선에 취항할 예정이다. 2018년 개장 예정인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전용 터미널로 사용하게 된다는 점도 주목받고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CNB에 “LCC와 차별화된 장거리 노선 개발, 신형비행기 도입, 서비스 품질향상에 계속 주력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항공업계는 대형항공사들의 수성전과 저가항공의 공성전 양상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워낙 경쟁이 심하다 보니 ‘제살 깎아먹기’ 식이란 말도 나온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노선과 이용객은 한정돼 있는데 비행기만 늘린다고 능사가 아니다. 결국 가격과 서비스 측면에서 무한경쟁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며 “향후 달러와 국제유가가 상승할 경우, 항공업계 전체가 휘청거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CNB=도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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