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우 경제부장
국내 대학교들의 비리 의혹이 끊이지 않고 있다. 서남대학교 설립자 이홍하 씨는 29일 1000억 원대 교비횡령 혐의 등으로 항소심에서 징역 9년의 중형과 벌금 90억 원을 선고받았다. 앞서 지난 26일엔 건국대학교 김경희 이사장이 횡령 및 배임 혐의 등으로 검찰에 의해 징역 4년을 구형받고 선고공판을 앞두고 있다. 김 이사장은 설립자 고 유석창 씨의 맏며느리다.
이처럼 대학교에서 오너일가에 의한 비리가 드러나서 법의 심판을 받거나 또한 비리 의혹이 끊이지 않고 구설수에 오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전에 모 대학교의 한 교수는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대학교 내의 비리는 일반인의 상상을 초월한다. 이사장과 그 측근들이 교수 임용이나 학내외 모든 이권 사업 등에 손을 뻗치고 영향력을 행사한다”면서 “그 와중에 횡령이나 배임 행위 등도 서슴지 않는다. 결국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선량한 교직원들과 학생들의 몫이 되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는 공익법인인 학교를 개인의 소유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한 불법행위 등의 비리를 저지르면서도 그것이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며 “특히 이사장 본인보다도 그 측근들의 행태가 더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경우가 많다. 즉 이사장의 배경을 믿고 안하무인격으로 날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근에는 S씨가 기자와 만나 자신의 모교인 D대학교의 교수 임용과 박사학위 논문 심사에서 아주 억울한 불이익을 받았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D대학교를 졸업한 뒤 같은 대학에서 석사와 박사를 거쳐 교수 임용을 앞두고 있었다. 학교에 대한 애착도 남달랐다. 하지만 그에게 돌아온 것은 교수 임용과 박사 논문 심사에서의 탈락이었다.
S씨는 “학교 측에 항의도 해봤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지도교수가 나름 힘을 써주기도 했지만 전혀 먹히지 않았다. 내가 왜 학교에 미운털이 박혀 이런 핍박을 받는 이유도 몰랐었다”면서 “이후에 이사장의 측근들이 추천한 낙하산 인사가 그 자리를 차지하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고 말했다.
대학교는 공익재단법인으로 규모가 매우 크다. 법인 보유의 토지와 건물 등은 물론 교육 목적의 시설물 또한 엄청난 가치를 지닌 것이 많다. 의대가 있는 학교의 경우 산하 대학병원의 운영은 물론, 각 대학은 교육부로부터 막대한 예산을 지원받기도 한다. 산·학·연 협의체를 통한 기업 등으로부터의 자금 지원도 상당하다. 한마디로 대학은 많은 돈이 모이는 곳이다.
돈이 있는 곳에는 파이를 나눠먹기 위해 온갖 사람들이 날파리처럼 꼬이기 마련이다. 그들은 학교에서 가장 힘 있는 자와 함께 하기 위해서라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한다. 때로는 권력자에게 잘 보이기 위해 불법행위를물불 가리지 않고 저지르기도 한다. 결국 학교라는 곳에는 비리가 끊이지 않을 속성이 존재한다는 의미다.
그런데 이런 문제가 수면위로 떠오르면 비리를 저지른 사람들은 물론이고, 높은 도덕성을 추구해야 하는 학교의 이미지마저 동반 추락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이는 결국 학교에 소속된 선량한 모든 구성원들에까지 불똥이 튀게 만든다. 따라서 대학을 운영하는 경영진들이, 학교가 사회에서 차지하는 역할에 대해 다시 한 번 곱씹어보고, 학교 운영자로서 자세를 바로 세우기를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