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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현장] 김경희 건국대 이사장 재판의 ‘불편한 진실’

횡령·배임 ‘고의성 있나 없나’ 최대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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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15.10.27 11:29:40

▲26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학교 소유 주상복합건물 ‘스타시티’의 펜트하우스를 김경희 이사장이 개인용도로 사용했다고 봤다. 하지만 김 이사장은 “외빈 접대 등 공적인 목적으로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건국대 스타시티 전경. (사진=정의식 기자)

모처럼 가을비가 내리는 26일 오후 4시 서울동부지방법원 1호 법정. 학교 재산을 유용한 혐의 등으로 검찰에 기소된 김경희(66·여) 건국대 이사장의 결심공판이 열렸다.

학교재단 관계자들과 김 이사장 퇴진운동을 벌여온 건대 노조와 총학생회, 교수협의회 등 ‘건국학원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관계자들이 법정을 가득 메웠다. 지난 수년간 계속돼 온 건국대 사태의 당사자들이 한 자리에 모인 것.

검찰은 학교 재산을 유용한 혐의 등으로 김 이사장에게 징역 4년과 추징금 2억5천여만원을 구형했다. 또 김 이사장에게 인사청탁 명목으로 금품을 건넨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김진태 전 비서실장과 정인경 법인 사무국장에게는 각각 징역 1년이 구형됐다. CNB가 3시간에 걸친 결심공판을 현장취재했다. (CNB=도기천 기자)

檢 “반성 없다” 김경희 이사장에 징역4년 구형
김 이사장 “학교 위해 혼신 다했다” 선처 호소
학교재산 유용 ‘고의성 여부’ 최대 쟁점 부상 

건대 사태는 교육부가 지난 2013년 건국대에 대한 감사를 실시하면서 불거졌다. 교육부는 김 이사장의 전횡을 문제 삼아 이듬해 4월 김 이사장에 대한 임원취임 승인을 취소(이사장 지위 박탈)했다.

하지만 건대 재단은 교육부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 “취임승인 취소 사유 대부분이 적법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결을 받아냈다. 김 이사장은 지난해 9월 다시 학교로 복귀했다. 이 과정에서 김 이사장에 대한 악성 루머를 퍼뜨린 혐의로 건국대 교수 2명과 노조위원장 등이 기소돼 실형을 선고 받기도 했다. 

하지만 검찰은 물러서지 않았다. 학교 측이 행정소송에서 승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9월 김 이사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의 공소장에 따르면 김 이사장의 비리 혐의는 크게 3가지다. ▲학교 소유 주상복합건물(스타시티) 펜트하우스에 법인 자금 약 5억7천만원을 들여 인테리어 공사를 한 뒤 2007년 5월부터 5년여간 자신의 주거 공간으로 활용(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한 혐의 ▲2007년 8월부터 4년여간 9차례에 걸쳐 해외출장비와 판공비 3억6천여만원을 개인 여행 비용 등으로 쓴 혐의(업무상 횡령) ▲특정 인사들에게 재단 소유 골프장의 그린피(사용료)를 면제해준 혐의(업무상 배임) 등이다.

▲26일 오후 김경희 건국대 이사장(왼쪽 두번째)이 서울동부지방법원 1호 법정 앞에서 결심공판에 들어가기 전 학교 관계자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도기천 기자)

특히 그린피 면제 혜택을 받은 이들은 정·관계, 언론사 간부 등 각계 유력인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국정원 간부와 교육부 고위공무원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진다. 

‘골프장 리스트’가 일부 언론에 알려지자 검찰은 이날 공판에서 재판부에 공소장 변경을 신청하기도 했다. 실명을 익명으로 바꿔달라는 것. 재판부는 “골프장 이용과 직무연관성을 파악한 뒤 판결문에 (실명을) 넣을지를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날 김 이사장에 대해 중형을 구형하면서 “이사장 지위를 이용해 학교 재산인 펜트하우스를 장기간 사적 공간으로 활용한 사실이 인정되며, 판공비로 개인대출금을 상환하고 해외관광 경비로 사용하는 등 횡령을 저질러 왔음에도 반성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또 “횡령 등의 금액 12억을 변제했으나 이는 교육부와의 행정소송에서 자리를 보전하기 위함이며, 공판 내내 범행을 부인하고 불리한 증언을 한 직원에 대해 좌천성 인사를 하는 등 개전의 정이 보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반면 김 이사장은 재판 내내 억울함을 호소했다. “펜트하우스는 개인용도가 아닌 학교 영빈관으로 사용했으며, 해외여행 등도 업무상 이뤄진 것이며 개인적으로 횡령한 사실이 없다. (회계처리) 과정·절차를 제대로 몰라 영수증처리를 못한 불찰”이라며 선처를 호소했다.

특히 김 이사장은 “2001년 취임 후 침체에 빠진 건국대를 살리고자 혼신의 노력을 다해왔다. 30위권에 머물던 건국대 병원은 10위권 종합병원으로 도약했고 각종 평가에서 최고 등급을 받는 등 많은 발전이 있었다. 건국대를 세계적인 대학으로 도약 시키려는 의욕에서 비롯된 일”이라며 울먹였다. 

김 이사장의 변호인은 “김 이사장이 펜트하우스를 외빈 접대 등 공적인 목적으로 사용했기에 배임의 고의가 없으며, 검찰이 판공비를 유용했다고 주장하는 부분도 학교발전을 위해 사용했기 때문에 업무상 횡령이 인정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김 전 비서실장도 “오랜 세월 함께 해온 김 이사장에게 가족 같은 마음으로 도움을 준 것”이라며 “추후에 김 이사장으로부터 돌려받기로 약속하고 (김 이사장의 대출금을) 대신 갚아 왔는데 큰 오해를 불러 일으켰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김경희 건국대 재단이사장의 최근 모습. (사진=연합뉴스)

김 이사장 측의 주장대로라면 단순히 회계처리를 소홀히 한 정도며, 고의성이 담보되는 횡령·배임과는 거리가 있다. 김 이사장은 시종일관 개인용도로 사용한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최종판단은 1심 재판부의 몫이다. 어디까지를 횡령으로 보느냐를 두고 치열한 법정공방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사학의 오랜 관행이 이번 사태를 야기한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김 이사장 스스로도 이날 재판정에서 대학의 판공비 관행에 대해 “교수들 여행경비, 운동선수들 격려금, 스타씨티 인허가 과정에서의 경비 등을 회계 처리하지 않고 사용했다”고 털어놨다. 또 둘째딸 결혼식 때 들어온 축의금(현금)의 일부를 판공비에 사용하는 등 오히려 개인 사비가 더 들어갔다고도 했다. 사학의 주먹구구식 관행이 드러난 셈이다.

건국대 관계자는 “검찰 기소 내용의 대부분은 학교법인이 다양한 수익사업을 벌이면서 생긴 불찰이며, 이는 개인의 비위와는 거리가 있다”며 “이미 교육부와의 행정소송에서도 대부분이 개인비리가 아닌 것으로 드러났음에도 검찰이 추정에 의해서만 중형을 구형한 만큼 계속 무죄입증에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의 선고공판은 12월 4일 오전 11시 서울 동부지방법원 제1호 법정에서 열릴 예정이다.

(CNB=도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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