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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텔링] 신동주·신동빈, 누가 롯데홀딩스 장악할까

‘신 패밀리’ 분쟁 점입가경…韓·日분리 치닫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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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15.10.15 11:53:32

▲신동주 전 일본 롯데 부회장(사진 오른쪽)이 14일 일본 롯데홀딩스 대주주인 광윤사의 주주총회 및 이사회가 끝난 뒤 광윤사 법무법인 사무실 앞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이사직에서 해임됐다”고 발표하고 있다. 정혜원 SDJ 코퍼레이션 상무가 대신 주총 결의문을 낭독 중. (사진=연합뉴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일본 광윤사(고준샤·光潤社) 이사직에서 해임되면서 ‘롯데 70년사’에 짙은 암운이 드리우고 있다. 신격호(94) 총괄회장의 장남인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차남 신동빈 회장 간의 경영권 분쟁으로 촉발된 롯데사태가 치킨게임 양상으로 치닫는 가운데 이대로라면 한국 롯데와 일본 롯데가 계열분리 될 수도 있다는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나오고 있다. 위기의 롯데호(號)는 어디로 향할까? (CNB=도기천 기자)

신동주發 ‘광윤사 프로젝트’ 성공열쇠는 ‘경영능력’
두 사람 리더십 도마 위…종업원지주회 캐스팅보트
순환출자 워낙 복잡…신영자 이사장 ‘복병’ 될 수도  
 
1967년 설립된 광윤사는 자본금 2억원, 종업원 수는 3명에 불과한 작은 업체지만, 롯데그룹 전체의 꼭지점 역할을 하고 있다.

롯데그룹의 지배구조는 오너일가-광윤사-일본 롯데홀딩스-호텔롯데-국내 계열사로 요약된다.

광윤사는 한·일 롯데그룹의 실질적 지주회사인 롯데홀딩스 위에서 군림해온 신 총괄회장 일가의 가족회사다. 롯데홀딩스가 드러난 왕(王)이라면 광윤사는 상왕(上王) 격인 셈. ▲신동주 전 부회장 50% ▲신동빈 회장 38.8% ▲신격호 총괄회장 0.8% ▲시게미쓰 하츠코(重光初子·88) 여사(신격호 총괄회장 부인) 10% 등 신 패밀리가 100% 소유하고 있다. 

광윤사는 일본 롯데홀딩스의 대주주다. 롯데홀딩스는 ▲광윤사 28.1% ▲종원원 지주회 27.8% ▲관계사 20.1% ▲투자회사 LSI 10.7% ▲오너일가 7.1% ▲임원지주회 6.0% ▲롯데호텔 5.5% ▲롯데재단 0.2% 등으로 이뤄졌다.

따라서 광윤사를 누가 장악하느냐에 따라 그룹의 후계 판도가 달라질 수 있다. 광윤사는 이번 롯데사태가 불거지기 전까지 철저히 베일에 가려져 왔다. 일본 관련법에는 비상장사의 기업공개의무가 없기 때문에 광윤사는 모습을 숨긴 채 롯데를 지배해 왔다. 롯데가 재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1세대 창업주가 그룹을 지배할 수 있었던 데는 이런 묘수가 있었다. 재계에는 신 총괄회장이 2013년까지 광윤사 지분 50%를 보유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광윤사는 14일 주주총회를 열어 신동빈 회장을 이사직에서 해임했다. 신 총괄회장이 장남의 손을 들어준 상황이라 광윤사는 사실상 신동주 전 부회장 휘하에 들어갔다. 다음 수순은 광윤사가 대주주인 일본 롯데홀딩스가 누구 손에 들어가느냐다.

▲경영권 위기에 놓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12일 인천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자유무역지역 내 롯데면세점 통합물류센터에서 열린 ‘롯데면세점 비전2020 상생2020’ 행사에 참석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롯데홀딩스 속사정 복잡

얼핏 보면 광윤사를 장악한 신 전 부회장이 유리해 보이지만 속사정은 복잡하다.

앞서 일본 롯데홀딩스는 지난 7월 이사회를 열어 신 총괄회장을 대표이사 회장 자리에서 전격 해임하고 명예회장으로 추대했다. 또 8월에는 임시주총을 열어 신동빈 회장이 한국 롯데그룹과 일본 롯데그룹의  대표이사임을 분명히 했다. 롯데 측은 “주주들이 신 회장을 중심으로 안정적인 경영을 추진하길 희망한다는 점에 뜻을 모았다”고 발표했다.
 
신 회장이 아버지와 형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본인 지분 1.4%를 갖고 일본 롯데홀딩스를 사실상 장악할 수 있었던 것은 일본의 특이한 제도인 종업원지주회 때문이었다.

종업원지주회는 한국의 우리사주조합과 비슷한 형태다. 근로자가 자사 주식을 보유해 경영에 참여하는 제도인데, 의결권 행사 과정은 우리와 차이가 있다. 우리사주조합의 경우 주총에 앞서 개별 조합원의 의사를 반영하는 절차를 거치지만, 종업원지주회는 지주회 대표(이사장) 1인에게 일임하는 구조다.

의결권을 행사하기 전에 이사회 개최 등을 통해 의견 수렴을 하는 것으로 전해졌지만 이사회 구성이나 구체적인 결의 방식은 베일에 싸여 있다.

신 회장은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 27.8%를 보유한 종업원지주회를 우호지분으로 확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롯데그룹은 지난 8월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서 신동빈 회장이 상정한 안건들이 모두 통과된 점을 들어 종업원지주회나 임원지주회(6.0%)가 신 회장의 우호지분이라고 보고 있다.

반면 신 전 부회장 측은 종업원지주회는 언제든 바뀔 수 있는 ‘사상누각’이라며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있다. 광윤사를 통해 지배구조의 꼭지점을 장악한 만큼, 종업원지주회가 자신에게로 돌아 설 수밖에 없다는 것.  

현재는 종업원지주회가 신동빈 회장을 지지하고 있지만 광윤사가 전면에 나설 경우, 지주회는 신 전 부회장 지지로 선회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이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한국 롯데로까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는 게 신 전 부회장의 생각이다.

신 전 부회장 측 관계자는 “종업원지주회의 목적은 직원 복지 향상에 있지 의결권 행사가 아니다. 지난 8월 임시주주총회는 이례적인 경우”라며 “종업원지주회가 대주주(광윤사) 쪽으로 돌아서면 광윤사 지분(28.1%)에 종업원지주 지분(27.8%)이 더해져 (신 전 부회장은) 과반 지분을 확보하게 된다”고 말했다. 현행법상 과반 지분 이상을 확보하면 경영권을 갖게 된다.

반면 롯데그룹 측은 “롯데홀딩스 주식 중 광윤사 지분은 28.1%에 불과하다. 종업원지주회와 임원지주회가 신동빈 회장을 지지하고 있기 때문에 그룹의 경영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광윤사-일본 롯데홀딩스 지분구조. (SDJ코퍼레이션 제공)

종업원지주회 선택은?

결국 롯데그룹의 운명은 종업원지주회가 어떤 선택을 내리느냐에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주회가 오너일가와 이해관계가 없는 회사 직원들로 구성된다는 점에서 실리 위주로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 누가 롯데그룹에 이익이 되느냐가 잣대가 된다는 얘기다.

이 점에서 일본 사업의 손실 부분은 신동주 전 부회장에게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할 소지가 있다.

신 전 부회장은 지난해 12월 롯데홀딩스 부회장, 롯데상사 부회장 겸 사장, 롯데아이스 이사에서 해임된데 이어 올해초 롯데홀딩스 이사직에서도 추가로 해임됐다.

이를 두고 실적주의를 중시했던 신 총괄회장이 일본 롯데의 실적부진을 문제 삼아 신 전 부회장을 경질했다는 얘기가 돌았다.

이런 설의 근저에는 한국 롯데그룹이 승승장구하면서 2013년 기준으로 74개 계열사에 83조원대의 매출을 기록한 반면 일본에서는 37개 계열사에 매출도 5조7천원에 불과해 성과 차이가 크다는 점이 배경으로 작용했다.

그렇다고 신동빈 회장이 유리하다고 단정 짓기도 힘들다. 신 회장 또한 중국사업에서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적자규모를 두고는 양측의 이견이 엇갈린다.   

신격호 총괄회장과 신 전 부회장은 신동빈 회장이 롯데쇼핑(롯데백화점, 롯데마트)을 통해 중국에 투자한 사업이 큰 손실을 봤다고 주장하고 있다. 신 전 부회장은 중국 사업 적자가 1조원에 이르며, 이 정도 적자가 발생할 때까지 신 회장이 관련 사실을 신 총괄회장에게 숨겨왔다고 보고 있다.

신 전 부회장 측에 따르면 신 총괄회장은 지난 7월 초 신동빈 회장을 불러 “왜 중국 사업 적자 보고를 안 했느냐. 왜 그렇게 많은 적자를 냈느냐”며 격노했다고 한다.

또 신 총괄회장은 최근 신 전 회장에게 “아키오(신동빈 회장)가 한 일은 모두 실패했다. 나에게 보고도 없이 제 마음대로 중국에 투자해서 손해를 봤다. 중국사업에서의 실패분을 소송을 통해 개인 재산으로 받아내고, 물러서지 말라”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롯데그룹 측은 “1조원이란 적자 규모가 언제부터의 누적치를 말하는지 시기가 명확하지 않다. 롯데쇼핑은 상장사라 투명하게 기업공개를 해오고 있는데 적자규모를 숨겼다는 근거없는 주장으로 기업가치를 훼손하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롯데그룹에 따르면 이들 계열사가 지난 2009년부터 2014년까지 중국 사업에서 생긴 누적 적자 규모는 3200억원 수준이다.

▲경영권 분쟁에 휘말린 롯데가(家) 부자(父子)들. 왼쪽부터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장남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 차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신격호, ‘신영자 이사장 카드’ 꺼낼까

지배구조로만 보면 광윤사를 장악한 신 전 부회장 측이 유리해 보이지만 이런 복합적인 상황들이 주주들을 섣불리 판단할 수 없게 만들고 있다.  

여기다 신 전 부회장의 ‘일본 쿠데타행’에 동행한 신영자 이사장(신 총괄회장의 장녀)도 변수다. 신 이사장은 롯데제과(2.52%), 롯데쇼핑(0.47%), 롯데닷컴(2.66%), 롯데칠성음료(1.3%), 롯데정보통신(3.51%) 지분을, 신 이사장이 이끄는 롯데장학재단은 롯데제과(8.69%), 롯데칠성음료(6.28%), 롯데푸드(4.1%) 지분을 각각 갖고 있다.

재계에서는 신 이사장이 신 총괄회장의 뜻대로 움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신 총괄회장이 첫번째 부인인 고 노순화 여사 사이에서 태어난 신 이사장을 지극히 아꼈고, 신 이사장 또한 부친의 뜻에 따라 일찌감치 경영에서 손을 떼고 봉사활동에만 전념하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 사정에 밝은 재계 한 고위인사는 “현재 지분구조로만 보면 신격호 총괄회장의 지지를 등에 업고 있는 신동주 전 부회장 측이 유리한 게 맞지만, 신 전 부회장의 리더십, 신 총괄회장의 건강 문제 등 변수들이 많은데다, 이미 신동빈 회장이 실질적으로 롯데그룹을 경영하고 있는 상태라 한치 앞을 예측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종업원지주회나 임원지주회는 누가 롯데를 잘 이끌어갈지를 보고 결정하는데 이미 지난 주총에서 신동빈 회장의 경영 능력을 보고 지지를 확고히 한 바 있다. 앞으로도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CNB=도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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