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건설이 자사 및 그룹 계열사들이 입주해 있는 인천 연수구 송도동 ‘포스코E&C타워’의 시행·임대 관리업체인 피에스아이비와 수년째 법정공방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피에스아이비는 지난 2008년 4월 포스코건설과 테라피앤디 간 공동사업약정서에 근거해 포스코E&C타워의 시행, 시공, 임대, 관리 및 이와 관련된 일체의 사업활동을 위해 설립된 특수목적회사(SPC)로 테라피앤디가 51%, 포스코건설이 49%의 지분을 보유한 회사다.

통상 건설사들은 대규모 개발 사업을 진행할 때 SPC를 설립한 후 금융권 등에서 대출을 받아 사업을 진행한다. 시공은 해당 건설사가 맡지만, 시행은 SPC가 담당하는 식이다.

건설사들이 시공만 맡는 이유는 시행까지 맡을 경우 부채비율이 높아져 회사의 다른 활동에 지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업계에 따르면 피에스아이비는 2013년 포스코건설을 상대로 임대료 등 반환소송을 제기했다. 소송가액은 329억6444만 원이다. 법원은 지난해 4월 피에스아이비에 일부 승부승소 판결을 내렸지만 피에스아이비와 포스코건설이 모두 항소해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이런 가운데 포스코건설도 지난해 6월 피에스아이비를 상대로 공사대금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아직까지 받지 못한 공사대금 52억5159만 원을 받기 위해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이처럼 포스코건설이 사옥인 포스코E&C타워를 놓고 피에스아이비와 수년째 소송전을 이어가고 있는 것은 테라피앤디와 손잡고 SPC를 만들며 지분 51%를 넘겼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자료에 따르면 자본금 10억 원에 불과한 부동산 컨설팅업체인 테라피앤디는 2008년 5억1000만 원을 들여 피에스아이비 주식 51%(10만2000주)를 매입했다. 5억1000만 원을 투자해 자산가치가 4000억 원이 이르는 포스코E&C타워의 실질적 주인이 된 것이다. 

피에스아이비의 나머지 49% 지분은 포스코건설이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지배주주가 테라피앤디인 만큼 포스코건설은 테라피앤디 측 주도에 의해 결정된 임대료와 보증금 등을 지불해야 한다.

지난해 피에스아이비 외부감사 자료를 보면 “피에스아이비와 임차인인 포스코건설이 임대료, 관리비 및 임대보증금의 산정 방식에 대한 이견이 있어 이로 인한 차이 금액이 감사 보고서일 현재 미수 상태로 있다”고 적시돼 있다.

2014년 말 기준 임대료 피에스아이비의 매출채권(217억1671만원)과 미수금(113억5733만원)은 총 330억7405만원에 이른다.

특이점은 피에스아이비가 사업비로 금융권 등에서 받은 차입금 3566억원에 대한 채무 책임은 포스코건설이 지고 있다는 점이다. 피에스아이비에 대한 권한은 테라피앤디가 갖고, 빚에 대한 책임은 포스코건설이 갖고 있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포스코건설 관계자는 14일 CNB와 통화에서 “피에스아이비와 임대료와 공사대금을 놓고 이견이 있어 소송이 진행 중인 상황”이라며 “아직 판결이 나지 않아 결론이 난 건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상 분쟁의 씨앗이 된 테라피앤디에 지배주주 권한을 넘긴 것과 관련해서는 “부채비율 때문에 그런 것”이라고만 답했다. 

CNB는 15일 오전 중 피에스아이비 측의 의견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전화 연락을 시도했고 메시지를 남겨놨지만, 피에스아이비 측은 이날 낮 12시가 지나도록 답변을 하지 않았다.

(CNB=허주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