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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텔링] 인터넷은행, 서민 등골 빼는 대부업과 맞서나

‘중금리 시대’ 본격 개막… 3개 후보군 향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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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15.10.02 14:27:54

점포를 두지 않고 인터넷을 통해 예금, 대출, 펀드 가입 등의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에 카카오, 인터파크, KT를 각각 수장으로 하는 3개 컨소시엄이 도전장을 내면서 금융권 지각변동이 시작됐다. 컨소시엄에 참여한 기업이 50여 곳에 이를 정도로 관심이 뜨겁다. 이들은 왜 인터넷은행에 사활을 거는 걸까, 마지막에 누가 웃을까? (CNB=도기천 기자)

▲저축은행과 대부업체들이 사상초유의 저금리 탓에 2~3%대로 자금을 조달해 10배 이상 예대마진(예금-대출간 이윤)을 남기며 덩치를 키우고 있는 가운데, 중금리 대출시장을 공략할 인터넷은행이 주목받고 있다. 금융정의연대, 녹색소비자연대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대부업 광고 반대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저축銀·대부업 독점한 고금리 시장 공략
싼 조달금리·무점포·최소인건비 3대 매력
금산분리 걸림돌…재벌 사금고화 우려도

인터넷은행은 핀테크(FinTech·파이낸셜과 기술의 합성어. 정보화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금융시스템)를 기반으로 지점 없이 인터넷·모바일만을 이용해 시중은행처럼 예금수신·이체·대출 등 각종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스템이다.

금융위원회는 12월까지 컨소시엄 1~2곳 정도를 선정해 예비 인가를 내주고 내년 3월부터 실제 영업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1일 마감된 예비인가 접수 결과를 보면, 카카오뱅크(카카오 주도), 아이뱅크(I-BANK, 인터파크 주도), 케이뱅크(K-BANK, KT 주도) 등 3개 컨소시엄이 신청서를 냈다.

카카오, KT, 인터파크 등 내로라하는 ICT 업체들이 도전장을 낸 이유는 인터넷은행 특성상 통신·보안·전자상거래 분야 노하우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대기업들은 금산분리(산업자본의 금융회사 지분참여 제한) 규정에 막혀 ‘그림의 떡’이 됐다. 공정거래법상 자산 5조원 이상 61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대기업)은 금융사를 소유할 수 없기 때문.

또 신한, KEB하나, 농협은행 등 대형금융사들은 내부 공기가 좋지 않아 관망하는 분위기다. 전자금융이 활성화 될수록 점포와 일자리가 줄어드는 구조조정은 정해진 수순이 될 수밖에 없어 노조가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컨소시엄(카카오뱅크) 관계자들이 1일 금융위원회에서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신청서류를 제출하기 전 살펴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KT·카카오·인터파크 ‘3파전’

일단 가장 적극적인 곳은 KT컨소시엄이다. 컨소시엄에는 ICT(KT, 효성ITX, 노틸러스효성, 뱅크웨어글로벌, 포스코ICT, 브리지텍, 모바일리더), 플랫폼·커머스(GS리테일, 얍컴퍼니, 이지웰페어 등), 금융(우리은행, 현대증권, 한화생명), 지급결제·보안(KG이니시스, KG모빌리언스, 다날, 한국정보통신, 인포바인), 핀테크(8퍼센트) 등 각 분야별 최고 역량을 갖춘 기업이 고루 참여했다. 다만 KT와 지분율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던 생보업계 2위 교보생명이 막판에 참여를 포기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KT컨소시엄은 우리은행이 운영 중인 모바일뱅크인 ‘위비뱅크’의 노하우, 현대증권의 투자자산관리 노하우 등을 접목시켜 맞춤형 온라인 자산관리서비스를 하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KT관계자는 CNB에 “인터넷은행을 미래성장동력으로 점찍어 오래 전부터 준비해 왔다. 편의점, 복지포인트, 결제대행 등 다양한 산업과 금융서비스 간의 융합을 이루는 혁신적인 서비스를 계획하고 있다”고 전했다.

카카오컨소시엄은 3800만명의 가입자를 둔 메신저 플랫폼인 카카오톡을 최대무기로 내세우고 있다. 이미 ‘뱅크월렛카카오’, ‘카카오페이’ 등 금융서비스를 운영 중인데, 이를 계좌이체·예금·대출 등 은행업무와 연결시키겠다는 구상이다.

카카오, 한국투자금융지주, KB국민은행 등 국내기업과 중국 최대 인터넷 기업인 텐센트, G마켓과 옥션을 인수해 국내 오픈마켓을 점령한 이베이 등이 함께 참여해 다국적군을 구성했다.

인터파크컨소시엄은 ‘생활금융’을 내세우고 있다. 인터파크, GS홈쇼핑, BGF리테일(편의점 씨유) 등 유통업체들과 기업은행, NH투자증권, 현대해상, 한국증권금융, 웰컴저축은행 등 금융사들이 손을 잡았다. 국내1위 통신사인 SK텔레콤이 핀테크 기반을 제공하고 있다.

인터파크는 고객의 모든 생활영역에서 언제 어디서나 함께 하는 ‘디지털 라이프 뱅크’를 지향하겠다고 했다. 고객이 돈을 쓰고, 돈을 모으는 모든 생활영역을 포괄하는 서비스를 하겠다는 것이다.

이들 컨소시엄이 밝힌 인터넷은행의 지향점은 비슷하다. 빅데이터에 기반한 혁신적이고 다양한 서비스,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편리한 서비스 등이다.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신청 현황. (자료=금융위)

저신용 서민들 숨통 트이나

특히 컨소시엄 참여기업들은 중금리 대출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저축은행·대부업계가 독점하고 있는 고금리 시장을 적극 공략해 인터넷은행의 최대 수익모델로 삼겠다는 것.

실제로 대부업체와 저축은행들은 사상초유의 저금리 탓에 2~3%대로 자금을 조달해 10배 이상 예대마진(예금-대출간 이윤)을 남기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병두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이 최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79개 저축은행이 2014년 7월부터 지난 6월까지 대출로 받은 이자는 2조 9344억 원에 이른다. 6월 기준 가계 신용대출 잔액을 보면 연 25% 이상 고금리 대출이 73.4%를 차지했다.

대부업체들의 대부잔액 또한 급속히 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김현 의원(새정치민주연합)에게 제출한 ‘2012년 이후 대부업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2년 말 8조 6000억 원이었던 대부업체들의 대부잔액은 2014년 12월 말 11조 1500억 원으로 3년 만에 2조 4000억 원 증가했다.

이중 가장 규모가 큰 아프로파이낸셜대부는 대부잔액 2조 5000억 원에 이르렀다. 대부잔액이 늘면서 대부업체들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54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2000억 원이나 증가했다.

반면 10%대 중금리 대출은 저축은행의 경우 전체 이용자의 13.9%에 그쳤다. 바로 이 중금리 시장을 노리는 게 인터넷은행이다. 중·저신용자를 대상으로 제1금융권의 대출 금리보다는 높고 제2금융권보다는 낮은 금리를 적용해 시장을 넓히겠다는 것.

더구나 점포 없이 인터넷·모바일만을 이용해 시중은행처럼 예금수신·이체·대출 등 각종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스템이라 인건비와 지점 운영비 등 부대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결국 인터넷은행은 저축은행과 대부업이 독점하고 있는 저신용자들을 유인할 수 있는 강력한 메리트를 갖고 있단 얘기다.

KT 측은 “국내 최고 수준의 빅데이터 분석 역량을 바탕으로 새로운 신용평점시스템을 구축하고 이를 통해 중금리 신용대출 시장을 개척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터파크컨소시엄 측도 “커머스, 통신, 증권, 은행, 지급결제 등 각 업계 선두회사들이 방대한 빅데이터를 융합해 혁신성과 다양한 사업모델을 확보할 것”이라며 중금리 대출과 맞춤형 자산관리를 강조했다.

이는 박근혜 정부가 방점을 두고 있는 서민금융 활성화와도 맞아 떨어진다. 금융당국은 양극화된 대출시장을 정상화하기 위해 중간지대에 크라우드 펀딩(개인들이 온라인에서 십시일반으로 자금을 모아 중소기업에 대출) 등 획기적인 금융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지난 4월 금융연구원 주최로 열린 ‘한국형 인터넷 전문은행 도입방안 세미나’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기업 곳간 문 열릴까 

하지만 현재의 금산분리 규제는 인터넷은행 활성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금산분리는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이 서로의 업종을 소유하거나 지배하는 것을 금하는 원칙을 이른다. 산업자본이 금융사를 소유할 경우, 대주주의 사금고로 전락하거나 계열사 간 금융지원 등으로 시장이 교란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현행법상 카카오, KT, 인터파크 등 ICT 업체들은 인터넷은행의 지분을 10%(의결권 행사는 4%) 이상 가질 수 없다.

이에 금융당국이 인터넷은행에 한해 산업자본 지분한도를 현행 10%에서 50%로 늘리는 방향으로 법개정을 추진 중이지만 야당의 반대로 은행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인터넷은행이 중견 재벌의 사금고가 될 수 있다는 일각의 따가운 시선도 넘어야할 산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최근 정부의 인터넷은행 도입 방안에 대해 법학자·경제학자 등 전문가 8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의 결합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산분리 완화를 담은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면 인터넷은행·크라우드펀딩 등을 주도할 기업들이 많지 않게 돼 서민금융 활성화라는 당초 취지가 훼손될 수 있다. 의원들을 적극 설득하고 있다”고 전했다.

(CNB=도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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