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공제회가 시급 500원 수준의 박봉에다 생필품까지 자비로 충당해야 하는 병사들의 주머니를 털어 9년간 100억 원이 넘는 순이익을 올린 것으로 드러났다.
따라서 장병 처우개선 사업의 일환으로 조성한 군대 PC방을 운영하면서 쥐꼬리 봉급을 받는 장병들에게 금전적 부담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이는 전형적인 ‘애국페이’를 조장하는 대표적 사례로 꼽히며 무료화를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2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백군기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이 국방부로부터 제출받은 ‘2007년부터 2015년(8월말 기준) 사이버지식정보방(이하 사지방) 이용 현황 및 수익내역’을 분석한 결과, 군인공제회가 병사들로부터 군 PC방인 사지방을 통해 올린 총수익이 1149억 6700여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지방 수익금 현황을 살펴보면 1149억 6700여만 원의 총수익금 중 PC설치 등 투자비(295억 700만 원)와 유지·보수 등의 운영비(679억 9000만 원)를 제외한 순이익금만 144억 7000여만 원에 달했다.
복무 중인 장병들의 사회단절 해소와 자기계발, 복지 증진을 위해 개설한 사지방은 국방부의 민간투자사업(BTO)과 국방예산을 투입해 설치됐다. 지난 2007년 군인공제회가 공개입찰을 통해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돼 이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지방의 이용 요금은 2007년 180원, 2008년 300원, 2009년 450원, 2013년까지 540원으로 꾸준히 올랐다. 이후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2014년 440원, 2015년 3월 이후 390원으로 다소 내렸다.
2015년도 기준 병사들의 월평균 이용시간에 따른 비용을 계산하면, 병사 1명당 월 3만 9429원을 지출했다. 월급이 제일 많은 병장 월급(17만 1400원)의 23.0%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또한 접속과 동시에 요금이 부과되는 선불제이기 때문에 급한 임무로 PC사용을 중단해도 요금을 지불해야 해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백 의원은 “국가를 위해 헌신하는 장병들의 복지 증진을 위해 만들어진 제도가 병사들의 솜털 주머니를 털어가고 있는 상황”이라며 “2년간 국방 의무를 다하는 병사들을 상대로 수익사업을 진행하는 것은 전형적인 ‘애국페이’를 강요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의식주처럼 우리 생활의 기본 요소가 된 인터넷 사용을 제도적으로 보장해 주는 것은 병사들에게 최소한의 기본권을 지켜주는 것”이라며 “군인공제회는 병사들의 가벼운 주머니를 터는 수익사업을 제고하고, 국방부가 나서 사지방을 전면 무료로 개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한편, 군인공제회는 비영리공익법인으로 직업군인과 군무원의 생활안정과 복지증진을 도모하고, 국군의 전력 향상 이바지를 위해 지난 1984년 2월 1일 창립됐다. 17만 회원과 8조 6000억 원에 이르는 자산 운용 및 7개 산하 사업체를 운영하면서 다양한 수익사업을 추진하는 막강한 단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