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우 경제부장
세계 최대 독일 자동차회사 폭스바겐의 디젤 차량 배출가스 저감장치 조작 스캔들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전세계에서 1100만대의 관련된 차량이 리콜될 것으로 확인되고 있고, 마르틴 빈터코른 CEO는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브랜드 이미지는 이미 바닥으로 떨어졌으며 향후 막대한 배상금 부담에 따라 회사 존립마저 장담하기 어렵다.
더욱이 이번 폭스바겐 사태는 과거의 품질관리 문제에 따른 리콜 사태완 달리, 고의적인 속임수로 소비자를 우롱한 ‘사기’로 기업의 도덕성 문제로까지 비화하고 있다. 독일 대표기업으로서 품질의 대명사였던 폭스바겐은 기술과 신뢰의 상징이었고, 이는 독일이 유럽 최강의 경제대국으로서의 힘과 위상을 구축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인해 기업의 신뢰는 물론 국가의 신인도까지 떨어지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번 사태를 통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교훈은 기업경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소비자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자동차 회사뿐 아니라 모든 기업의 문제이며, 더 나아가서는 국가의 신인도까지 좌우하는 핵심 가치다. 신뢰를 잃으면 모든 것을 잃게 된다. 신뢰 바탕의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나라 기업들이 각별히 명심해야 할 교훈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는 특정 대기업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매출액은 1959억 달러로 국내총생산(GDP)의 13.8%에 달했다. 이는 GDP 1조 달러가 넘는 15개국 가운데 특정 기업 의존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삼성전자에 의존하는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 또한 국내 2위 기업인 현대차의 매출액도 GDP의 6%에 달해 두 기업의 매출액을 합하면 GDP의 20%에 달한다.
여기에 더해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의 전체 계열사 매출까지 감안하면 한국 경제의 재벌 의존도는 더욱 심각해진다. 삼성그룹의 2013년 매출액은 390조 원 규모로 당해 연도 GDP 1428조 원의 26.6%였으며, 수출액도 1572억 달러로 한국 전체 수출액 6171억 달러의 25%에 달했다. 현대차그룹의 매출까지 합하면 두 그룹의 매출액은 GDP의 35%에 달한다.
이처럼 국가 경제가 소수의 대기업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해지면 그 기업에 위기가 닥쳤을 때 국가 전체의 경제 위기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 북유럽의 강국 핀란드가 과거 노키아의 몰락으로 나라 경제 전체가 휘청거렸던 사태나, 또 이번 폭스바겐 사태로 인해 독일 경제에 대한 우려감이 커지는 것이 좋은 예라 할 수 있다.
실제로도 우리나라는 삼성전자나 현대차의 실적이 부진했을 때 한국경제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경험을 여러 차례 한 바 있다. 물론 기업의 성장과 발전이 국가 경제의 토대가 된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다만 그 과정에서 경제 성장의 과실이 국민과 기업들에 골고루 나눠져야 한다는 것이다. 소수의 재벌 기업에만 성장 과실이 편중될 경우 지속적인 성장을 보장하긴 어렵다는 것이 정설이다.
이제는 경제 정책의 중점 방향이 성장을 볼모로 재벌 대기업이나 부동산 부자들을 향해서는 안 된다. 중소기업을 육성하고 청년 실업 해소와 동시에 높은 주거비와 교육비 문제 등을 해결함으로써 소비의 주체인 가계의 소득을 증대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전환시켜 국가 경제의 균형 발전을 추구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