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 한국무역보험공사 앞을 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한국무역보험공사(이하 무보)가 금리와 연계된 수익상품을 운용하다가, 시중 금리가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상당한 손해를 본 것으로 확인됐다. 또 특정상품을 운용하면서 기금운용관리 체제 전반에 있어 리스크 관리가 부실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무보가 국민 세금으로 운용되는 공공기관이라는 점에서 운용체제 전반에 대한 재점검이 요구되고 있다. (CNB=이진우 기자)
CD연동 투자 실패…결국 국민혈세로 보전
일부 상품 한동안 무이자 상태 계속될 듯
국민연금 이자수익 5%대…무보와 대조적
무보가 기금 운용에 따른 기회비용이 발생한 가운데 결국 국민의 세금으로 이를 보전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무보는 증권사와 특정금전신탁 계약을 맺고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와 연계된 구조화상품에 지난 5월말까지 총 1900억 원을 투자했다. 또한 이 투자는 지난해 4~7월 사이에 1400억 원이 집중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상품은 CD 금리가 일정 범위를 유지하면 일반 금융상품보다 높은 이자를 받는다. 하지만 그 범위를 벗어나면 이자를 전혀 받지 못하는 고위험 구조화상품으로 파생상품과 그 성격이 유사하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한국은행이 기준 금리를 잇따라 인하하면서 사상 초유의 저금리 기조가 상당 기간 이어지고 있는 추세다.
이에 따라 무보는 CD 금리가 약정 범위를 이탈하면서 총 투자액 1900억 원 중 1700억 원은 지난해 10월부터, 200억 원은 올해 3월부터 이자를 전혀 받지 못하고 있다. 향후에도 저금리 추세가 장기화하면 이런 무이자 상태가 지속될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예를 들어 CD 금리가 2% 이상을 유지하면 3%의 이자를 받고, 2% 미만으로 떨어지면 이자를 전혀 받지 못한다고 가정했을 때, 무보의 경우는 9월말 기준으로 1700억 원에 대한 1년 치 이자수익 51억 원을 날리게 된다. 또 200억 원에 대한 7개월 치 이자 3억 5000만 원도 받지 못한다.
비록 직접적인 손실이 발생한 것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론 기금 운용을 잘하지 못해 안정적으로 수십억 원의 수입을 올릴 수 있는 기회를 날려버린 셈이다.
같은 공적기금인 국민연금의 지난해 국내채권 이자수익률은 6.79%(주식 부문 합산 시 총수익률 5.25%)나 됐다.
무보는 준정부기관(기금관리형)으로 정관상 무자본 특수법인으로 설립됐다. 이는 본질적으로 국민 세금으로 운영하는 것을 의미하며, 수입보다 지출이 많아 결손이 발생하면 정부로부터 보전을 받는 구조다.
따라서 안정적으로 수입을 올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면 그만큼 수입 감소에 따른 부담은 결국 국민 세금으로 메워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무보 관계자는 CNB와 통화에서 “지난 2012년부터 구조화상품 투자를 해왔는데 처음엔 안정적으로 수익을 올렸다. 당시 외부전문가로 구성된 자산운용위원회에서 안정적인 수익 상품으로 추천해준 것”이라며 “다만 지난해 하반기 갑작스런 기준 금리 인하가 이어지며 CD 금리가 약정 범위를 이탈해 이자를 받지 못했다. 앞으로 미국 금리 인상 등에 따라 CD 금리가 정상화되면 안정적인 이자수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무역보험공사 본사에서 김영학 무역보험공사 사장(왼쪽)과 윌리엄 코널리 ING은행 행장이 '무역보험 20억 달러 사전 신용공여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