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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리] KT vs 교보생명, 인터넷은행 놓고 신경전 “왜”

컨소시엄 지분 놓고 갈등…악어와 악어새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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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15.09.07 17:10:20

▲황창규 KT 회장(왼쪽),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의 최근 모습. 두 회사는 최근 인터넷전문은행 컨소시엄 구성을 둘러싼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인터넷전문은행 1호 면허를 따려는 기업들 간 합종연횡이 윤곽을 드러낸 가운데, KT-교보생명 컨소시엄이 성사될지 주목된다. 다음카카오를 비롯한 ICT(정보통신기술) 기업들과 주요 금융사들 간의 짝짓기가 대부분 성사된 가운데, 유독 KT와 교보생명만이 주도권을 둘러싼 묘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이유가 뭘까? (CNB=도기천 기자)

금산분리 규제완화 대상서 KT 제외
KT “주인 없는 기업…재벌과 달라”
교보 “은행업 오랜 숙원…이달중 결판” 

7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까지 인터넷은행을 하겠다고 나선 기업은 대략 10여 곳이다.  

카카오뱅크 컨소시엄, 인터파크 그랜드 컨소시엄, 500볼트-중소기업중앙회 컨소시엄은 이미 구성원을 확정해 사업계획서를 준비하고 있다.

가장 먼저 출사표를 내민 카카오뱅크컨소시엄은 다음카카오, 한국투자금융지주, KB국민은행이 손을 잡은 연합체다.

카카오뱅크컨소시엄이 내세우는 가장 큰 장점은 단연 ‘국민 메신저’로 꼽히는 카카오톡 플랫폼이다. 3800만명의 가입자를 둔 카카오톡을 인터넷은행에 접목시킨다는 것. 이미 다음카카오는 카카오톡을 활용해 ‘뱅크월렛카카오’, ‘카카오페이’ 등 금융서비스를 운영 중인데, 이를 계좌이체·예금·대출 등 은행업무와 연결시키겠다는 구상이다.

여기에 국내 최대 모바일뱅킹 서비스 가입자를 보유하는 등 소매금융에 강점을 갖춘 국민은행과, 저축은행·증권업을 영위하는 한국금융지주가 결합해 시너지를 내겠다는 계획이다.

최근 참여를 공식화한 인터파크뱅크컨소시엄도 화려한 ‘라인업’을 자랑하고 있다. 인터파크뱅크컨소시엄은 인터파크와 SK텔레콤, NH투자증권과 기업은행, NHN엔터테인먼트, 웰컴저축은행, 옐로금융그룹, GS홈쇼핑의 연합군이다.

국내 최대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는 인터파크와 국내 제1의 통신사인 SK텔레콤, 제2금융권 최대의 기업인 NH투자증권, 소상공인·자영업자 중금리 시장의 강자인 기업은행 등 각 분야 선두주자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이들과 대비되는 중소·벤처연합군도 눈길을 끈다. 벤처기업인 500V가 중소기업중앙회 등과 연합해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인터넷은행 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규모면에선 다음카카오, 인터파크 등에 비해 초라하지만 금융당국이 인터넷은행 사업자를 선정할 때 사업계획의 혁신성, 경영 건전성 등에 높은 배점을 주기로 한 상태라 해볼 만한 상황이다.

최근 관세청의 면세점 입찰 때 중소·중견기업 몫을 따로 배정하는 등 정부가 창조혁신기업을 챙기고 있는 점도 고무적이다.

▲지난달 22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인터넷 전문은행 인가심사기준 설명회’ 풍경. 금융업계 관계자들이 자리를 빼곡히 메웠다. (사진=연합뉴스)

“KT에 금산분리 적용 불합리” 목소리도

하지만 아직 KT-교보생명 컨소시엄은 소문만 무성할 뿐 윤곽이 나오지 않고 있다. 양측이 컨소시엄 지분율을 놓고 지루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현행 은행법의 금산분리 규정에 따르면 다음카카오, KT, 인터파크 등 ICT 업체들은 인터넷은행의 지분을 10%(의결권 행사는 4%) 이상 가질 수 없다.

금산분리는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이 서로의 업종을 소유하거나 지배하는 것을 금하는 원칙을 이른다. 산업자본이 금융사를 소유할 경우, 대주주의 사금고로 전락하거나 계열사 간 금융지원 등으로 시장이 교란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사기성 회사채를 발행해 투자자 4만여명에게 수조원대 피해를 입힌 2013년 동양그룹 사태, 1800억원대 사기성 기업어음(CP)을 발행한 LIG 사건 이후 금융당국은 대기업의 금융사 소유·지배를 엄격히 감시하고 있다. 

따라서 현행법대로라면 KT는 인터넷전문은행의 지분을 최대 10%까지만 보유할 수 있다.

금융당국이 인터넷은행에 한해 산업자본 지분한도를 현행 10%에서 50%로 늘리는 방향으로 법개정을 추진하고 있지만, 공정거래법상 자산 5조원 이상 61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대기업집단)은 완화대상에서 제외했기 때문에 KT는 해당사항이 없다. 

KT는 비금융주력자이고 대기업이기에 은행법이 개정되더라도 의결권 있는 지분 보유는 지금처럼 4%를 넘을 수 없게 된다.  

하지만 금산분리의 원칙은 대주주의 전횡을 막기 위한 취지라, 국민주주 형태인 KT는 예외로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KT는 2002년 8월 완전히 민영화 됐지만 여전히 정부영향력 아래 놓인 기업이다. 15만3천여명의 소액주주가 전체주식의 68.15%를 갖고 있으며, 5% 이상 주주는 국민연금공단(7.59%)이 유일하다. 사실상 정부(보건복지부)가 연기금(국민연금)을 통해 지배하는 구조다. 

2005년 이용경 전 사장에서 남중수 전 사장으로 교체될 때부터 2013년 이석채 회장의 사퇴에 이르기까지 정부·청와대의 인사 외압설이 끊이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에 KT는 ‘오너 없는 기업’이라는 점을 내세워 이번 인터넷은행 지분율 제한에서 예외로 해 줄 것을 금융위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재벌 대기업에 대한 견제장치인 금산분리 규제를, KT 같은 주인없는 기업에도 똑같이 적용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며 “은행법 개정 때 이 문제를 함께 논의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 광화문 교보생명빌딩. (사진=연합뉴스)

교보·KT 서로 필요…윈윈 할까

이처럼 KT의 셈법이 복잡해진 가운데, 교보생명은 컨소시엄의 대주주 자리를 고집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지주사나 대기업 계열이 아닌 ‘독립 금융’인 교보생명이 법에서 가장 자유로운 만큼, 컨소시엄 지분율을 50%이상 확보해 향후 경영권을 확보하겠다는 생각이다.

은행업 진출은 교보생명 오너가의 오랜 숙원이기도 하다. 교보생명 지분 39.45%를 보유한 최대주주인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은 지난해 말 우리은행 인수를 검토했으나 막판 입찰 참여를 포기한 바 있다.

지난달 말에는 일본을 방문해 일본 최대 투자금융그룹인 SBI그룹 계열 인터넷전문은행 ‘SBI스미신넷뱅크’를 현지조사 하기도 했다. SBI넷뱅크는 자산규모 3.3조엔으로 일본 8개 인터넷은행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크다.

SBI그룹은 한때 교보생명 지분 4.5%를 보유한 적이 있으며, 2013년 3월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을 인수해 SBI저축은행을 출범시키는 등 한국 사정에 상당히 밝은 기업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신 회장의 일본 방문을 둘러싸고 투자유치설이 회자되기도 했다.

신 회장은 지난해 우리은행 인수가 무산된 직후에 “은행 인수 꿈을 접지 않았다. 기회가 있으면 재도전 하겠다”고 밝혔으며 최근 언론 인터뷰에선 “인터넷전문은행을 교보생명도 잘 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렇다고 교보생명이 KT 없이 혼자 가기에는 무리로 보인다. 한국투자금융지주, KB국민은행, 기업은행 등 주요금융사들이 이미 ICT분야 최고기업인 다음카카오, SK텔레콤, 인터파크 등과 손을 잡았다. 이제 출사표를 던진 기업 중 남은 강자는 KT 뿐인 상황. 

KT의 강점은 통신 사업을 통해 확보한 넓은 고객망이다. 신규가입·기기 변경 등을 통해 해마다 200만명 가량의 고객정보가 업데이트되고 있다. 또 첨단 IT기술을 핀테크에 접목시켜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반이 튼실하다.

여기다 보험업계 2위 교보생명은 대기업군에 속하지 않으면서 금융기업으로만 착실하게 성장해 삼성생명 다음 자리까지 올라선 금융전문기업이다.

▲서울 광화문 KT사옥. (사진=연합뉴스)

교보생명의 자금력과 KT의 기술력이 접목될 경우, 상당한 시너지를 낼 전망이라 서로가 서로를 버리지 못하고 신경전을 펴고 있는 것으로 짐작된다. 소매금융의 최강자인 우리은행이 두 기업 사이에 끼어 컨소시엄 참여를 희망하고 있다는 점도 매력 포인트다. 
 
주변 상황으로 볼 때, 당장은 교보생명과 KT가 주도권을 놓고 다툼을 벌이는 듯 보이지만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물린 만큼 서로 윈윈 하는 길을 택하지 않겠냐는 전망이 우세하다. 분수령은 이달 중순 열리는 교보생명의 이사회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7일 CNB에 “(신 회장의) 일본 현지답사 결과 등을 놓고 다음 주 열리는 이사회에서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에 대한 사항을 최종 결정할 계획”이라며 “KT와의 지분구성 뿐 아니라 사업성 전반에 대한 다양한 검토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KT 관계자는 “법개정을 염두에 두고 시일을 끄는 게 아니다. 일단 현행법대로 컨소시엄을 구성하되 추후에 재협상의 여지를 남겨달라는 얘기”라고 전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이달 30일부터 내달 1일까지 예비인가신청서를 접수한 뒤, 금감원 심사(10월) 및 평가위원회 심사(11∼12월), 금융위 예비인가 의결(12월) 등 순으로 절차를 밟아 내년 상반기 중에 사업자를 최종 선정할 계획이다.

(CNB=도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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