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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지마”

일자리·소득증대 없는 경기부양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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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15.08.20 10:03:16

(CNB=도기천 부국장) 대통령이 직접 나서 임시공휴일까지 지정하며 ‘여행 떠나라’ 독려하고,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연일 ‘대한민국 구석구석’이라는 타이틀의 TV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심지어 정부는 모바일 앱을 깐 뒤 주요관광지를 방문해 인증 받으면 호텔숙박권 등을 제공하는 경품이벤트까지 내걸었다.

정부가 생각하는 경제살리기는 소비·지출을 통한 기업의 유동성 확대다. 돈이 돌다보면 경기가 살아날 것이라는 발상.

이미 은행은 초저금리 기조에 맞춰 2%대 주택담보대출상품을 내놨고, 정부는 연1.5%의 기준금리를 사수하고 있다.

가령 1백만원에 월세를 살고 있는 사람이 은행에서 3억원을 빌려도 이자가 월75만원(연리3%기준)에 불과하다. 월세를 전세로 바꾸거나 집을 사는 게 유리하다. 한국 부동산시장이 미국 금리인상설, 중국발 쇼크 등 글로벌악재에도 불구하고 흔들리지 않는 이유다.

이런 가운데 카드론 등 신용대출까지 늘어 1100조원을 돌파한 가계부채는 한국 경제의 시한폭탄이 됐다.

지금은 허리띠 졸라 맬 때

이처럼 돈을 풀어 억지로 시장을 떠받치고 있는 동안, 세계경제는 어찌됐는가.

두자릿수의 성장률을 자랑하던 중국은 성장한계에 부딪혔다. 경기 둔화에 대한 의심은 시간이 흐를수록 걱정으로 바뀌다가 최근에는 주가 폭락, 위안화 절하 등으로 인해 ‘공포’ 수준으로 올라섰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중국 성장률이 1% 포인트 하락하면 한국의 성장률이 최대 0.17%포인트 떨어진다고 분석했다. 한중 교역량이 갈수록 커지고 있어, 중국 경제가 흔들리면 아시아국가 중 한국이 가장 타격을 입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통화 가치가 더 떨어지고 환차손을 우려한 외국인들이 급격히 ‘셀코리아’(자금이탈)에 나설 것이라는 ‘9월 위기설’까지 부상했다.

실제로 외국인들은 국내 코스피 시장에서 최근 열흘새 1조원어치의 주식을 팔고 나갔다. 증시에서 차지하는 외국인 비중은 최근 1년간 34~35% 수준을 꾸준히 유지해 오다 지난달부터 30% 수준으로 떨어졌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기 시작하면 대부분 국가들은 떠나는 외국인을 붙잡기 위해 함께 금리를 올릴 것이다. 빚을 내 집을 산 사람들 중 일부는 이자 부담이 한계에 이를 것이고, 한동안 사라졌던 ‘하우스푸어’라는 말이 다시 등장할지 모른다.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고 소비는 얼어붙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단 얘기다.

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부터라도 소비와 부채를 줄이고 시중에 풀린 자금을 회수하는 등 정부와 개인 모두 위기에 대비해야 한다.  

“여행 떠나라” “대출 받아라”는 식의 부양책을 접고 근로자의 실질임금 상승과 중소상인들의 소득증대, 일자리창출을 통한 경기 선순환 정책에 나서야 한다. 국민들에게 허리띠를 졸라 맬 것을 주문하길 바란다.     

과거 외환위기가 ‘카드 돌려막기’로 상징되는 과도한 소비에서 비롯됐고, 지구촌 경제를 나락으로 추락시켰던 2008년 세계금융위기 또한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사태에서 시작됐음을 잊어선 안 된다.

지금은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지마”라고 말할 사람이 필요하다.

(CNB=도기천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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