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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텔링]휴일 많다던 재계, ‘8.15임시공휴’ 적극동참 “왜”

롯데사태 후폭풍…“이러다 사면마저 물 건너 갈라” 전전긍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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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15.08.06 15:14:06

▲구속 수감 중이거나 재판 중인 대기업 총수들. 왼쪽부터 최태원 SK 회장, 이재현 CJ 회장,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법정공휴일이 너무 많다며 과거 제헌절, 한글날 폐지에 앞장섰던 재계가 정부의 광복절 전날 임시공휴일 지정에 쌍수를 들어 환영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메르스 사태와 각종 글로벌 악재로 꽁꽁 얼어붙은 내수 진작을 위해 동참한다지만, 롯데가(家) 집안분쟁으로 반(反)재벌정서가 갈수록 악화하고 있는데다 8.15기업인 특별사면이 예정된 마당이라 반대 목소리를 낼 분위기가 아니기 때문으로 보인다. (CNB=도기천 기자)

반(反)재벌정서 확산…납작 엎드린 재벌가
과거 ‘대체휴일 수십조 경제손실’ 주장 무색
8.15 기업인 사면에 불똥 튈라 정부 눈치 

정부가 오는 14일을 임시 공휴일로 지정하기로 방침을 정하자 주요 대기업들은 적극적인 환영의사를 나타내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대한상공회의소·한국무역협회·중소기업중앙회·중견기업연합회 등 6개 경제단체는 5일 공동으로 입장을 발표하고 기업들에 자율적 휴무를 적극 권장키로 했다.

이들은 “최근 6개월 연속 수출 실적이 줄고, 메르스 사태 이후 경기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며 “기업들이 8월14일을 자율 휴무일로 지정하면 근로자들의 다양한 소비활동을 통해 내수 활성화에 일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삼성, 현대기아차, LG 등 주요 대기업집단과 금융기관은 노사협약에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을 준용하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대부분 대기업과 금융기관들은 14일 휴무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한화그룹은 주요 대기업 중 가정 먼저 지난 3일 사내 인트라넷을 통해 14일을 유급 휴가일로 지정했다고 공지했다. 대림산업은 아예 올해 초 회사 휴가일자를 정하면서 이번 임시 공휴일과는 무관하게 오는 14일을 토요일인 광복절의 대체 휴가일로 정했다.
SK그룹은 “정부의 임시공휴일 지정에 따라 유급휴가를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확 바뀐 태도 앞뒤 안맞아

이들의 태도는 과거와 사뭇 다르다. 재계는 지난 2013년 대체휴일제 도입을 놓고 정치권과 정면충돌한 바 있다. 재계를 대표하는 전국경제인연합회와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국회의 관련법(공휴일에 관한 법률안) 개정안 의결을 앞두고 “경제적 손실이 연간 최대32조원에 달한다”며 한목소리로 반발했었다.

당시 이들은 “대체휴일이 대기업 정규직에만 혜택이 집중돼 임시직, 비정규직, 자영업자 등 사회 취약계층과의 양극화를 심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하기까지 했다. 노동계에서나 나올 법한 논리까지 내세운 것이다.

또 지난 2007년 주5일 근무제가 도입될 당시에도 재계는 생산력 저하 등을 주장했고, 그 결과 제헌절이 공휴일에서 제외됐다.

하지만 정부가 이번에 임시공휴일을 지정하면서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등의 조사를 인용해 “휴일 1일에 민간소비는 3조5천억원 늘어나고 총생산 유발효과는 7조4천억원, 추가세수는 15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고 밝힌데 대해서는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재계가 이처럼 과거와 확연히 달라진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은 최근 롯데 사태에서 비롯된 반(反)재벌 정서와 무관치 않다.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3부자간의 골육상쟁은 주주도, 국민도 안중에 없는 재벌가의 전횡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상법에 규정한 이사회나 주주총회 결의 대신 총괄회장의 지시서로 임원 인사를 좌우하려는 전근대적 행태를 놓고 재벌개혁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이들 3부자의 내홍은 경영권 분쟁을 넘어 기업 국적 정체성 논란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롯데 상장사들의 주가는 연일 곤두박질치고 있으며, 시민단체들은 롯데 불매운동에 돌입한 상태다.

롯데 사태에서 비롯된 반재벌 정서는 총수일가 2,3세가 지배하는 대부분 대기업군으로 확산되고 있다.

금융소비자연맹 이기욱 사무처장은 CNB에 “비단 롯데만의 문제가 아니라 오너일가가 그룹전체를 제왕적 지배하는 한국 재벌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라며 “이번 기회를 계기로 순환출자 금지, 전문CEO 체제로의 전환, 주주권 강화 등 대대적인 재벌개혁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24일 청와대에서 열린 재계 총수·CEO들과의 간담회를 마치고 대화하며 함께 웃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허창수 GS그룹회장,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부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기업인 사면 여론 ‘촉각’
  
정치권에서는 8.15사면에서 기업인을 제외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는 3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재벌이 국민경제의 성장동력이 아니라 국민경제의 리스크로 전락하고 있다”며 “재벌 총수는 범법하고도 관용과 변칙으로 사면을 받았다. 감옥에서도 편의가 제공돼 병원에서 세월 보내는 경우가 허다했다”며 기업인의 광복절 사면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기업인 사면은 그동안 재계가 정치권에 강력하게 요구했던 부분이다.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은 박 대통령과 재벌총수들 간의 청와대 오찬 전날인 지난달 23일 기자간담회에서 기업인 사면 필요성을 역설했다.

앞서 지난달 9일에는 30대 그룹 사장들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한자리에 모여 “사령탑 없는 경제 개혁은 쉽지 않다. 정부와 정치권이 관심을 가져달라”며 사면을 요구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재계에서 가장 유력하게 특별 사면이 거론되고 있는 기업인은 SK 최태원 회장 형제와 한화 김승연 회장이다. 최 회장과 동생인 최재원 부회장은 대법원에서 각각 징역 4년과 징역 3년6월을 확정받아 복역 중이다. 이미 이들은 2년 6개월 가까이 복역했기 때문에 형집행면제 특별사면이 유력시되고 있다. 

김 회장은 대법원에서 집행유예가 확정돼 형선고 실효 사면 조치가 내려질 수 있다. 사면되면 김 회장은 회사의 주요 직책을 바로 맡을 수 있다.

건강 악화로 구속집행 정지 상태인 이재현 CJ 회장은 항소심에서 징역 3년형을 받고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재판이 진행 중인 조석래 효성 회장과 조현준 효성 사장,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 현재현 전 동양그룹 회장도 사면이 절실한 상태다. 이들이 속한 기업은 각종 투자와 사업추진, 신성장 동력 확보에 난항을 겪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서 재계가 대통령이 직접 나서 추진한 임시공휴일 지정에 과거처럼 태클을 걸 수는 없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정치권의 한 고위관계자는 재계의 임시공휴일 동참과 관련, “정부정책에 최대한 협조함으로써 기업인 사면에 대해 우호적인 여론 환경을 조성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재계 관계자는 “롯데 사태로 대기업들의 순환출자구조를 손본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터라 재계가 정부의 임시공휴일 지정에 반대할 수는 없는 분위기가 조성됐다”며 “기업인을 무조건 선처해 달란 얘기가 아니라 기업인이라고 해서 유독 더 엄중하게 법의 심판을 받는 일은 없도록 해달라는 게 기업인들의 바램”이라고 전했다.
 
(CNB=도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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